# 구본형 '마음 편지'

10년만 자제 의해 전하는 마지막 작품
문장으로 빚은 진실한 삶이 주는 울림

올해는 ‘익숙한 것과의 결별’의 저자이자 변화경영연구소 소장이던 구본형 선생의 10주기다.

살아 계셨다면 칠순을 맞았을 것이다.

하지만 선생은 틀렸다며 이렇게 말했을 것만 같다.

“나는 청춘(靑春)일 뿐이다.”

선생은 종종 인생 2막의 청춘을 살고 있다고 말하곤 했다.

막이 달라질 뿐 그는 언제나 젊음이었을 것이다.

2013년 안타깝게 세상과 작별했지만, 기존 저서들과 이후의 유작들로 선생의 ‘영원한 젊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선생이 생의 마지막까지 쓰고, 출간하고자 했던 원고가 있었다.

하지만 이 원고가 책이 되기까지는 1년이 아니라 10년이 걸렸다.

갑작스레 우리 곁을 떠나며 미완성으로 남았던 원고는 선생의 첫 제자인 홍승완 작가의 도움으로 완성될 수 있었다.

연구소 회원들에게 보냈던 편지 이름을 따라 제목은 ‘마음편지’로 정했다.

독자와 함께 쓰고 싶어 했던 고인의 유지를 살려 홍승완 작가가 답글을 달았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선생이 원했던 책의 꼴을 갖추었고, 그가 우리에게 건네는 마지막 선물 『마음편지』는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마음편지’에서 선생의 글은 오랫동안 간직한 명문장을 소개하고, 관련된 일화를 풀어낸 뒤, 사려 깊은 질문을 던지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선생은 독서와 글쓰기를 매우 좋아했고, 중시했다.

연구원 육성 과정에 일정량의 독서와 리뷰를 필수 과제로 넣을 정도였다.

그래서일까? 글을 읽으면 선생의 미소가 느껴진다.

좋아하는 문장을 얼른 소개하고 싶은 천진난만함이 보인다.

내용이 묵직한데도 글이 산뜻한 이유는 그래서일 것이다.

여기에 이 책의 특별함이 있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문장이 있었기에 선생은 말과 삶을 일치시킬 수 있었다.

아끼는 문장은 자연스레 자신의 말이 되었고, 그 말로 삶을 빚은 것이다.

글이 잠언과 같아 익숙하게 느껴지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건 선생의 삶이 진실해서다.

선생은 질문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누군가 조언을 구하면 상대에게 다양한 질문부터 했다.

좋은 질문은 정보를 끄집어내고, 변화를 촉발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생은 스스로도 그렇게 불리길 원했듯, ‘질문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선생은 소개한 문장과 연관된 사려 깊은 질문을 건네며 글을 끝맺었다.

보통 글은 질문으로 시작해 답을 내리며 끝나는 경우가 많다.

선생의 글에도 답이 없는 것은 아니나, 문장에서 시작해 질문으로 끝난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질문이 답 이상으로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 주는 것이므로.

‘문장’과 함께 ‘질문’은 구본형을 이루는 기둥이다.

홍승완 작가는 그 사실을 잘 알기에, 스승의 분신과도 같은 질문을 곱씹으며 그리움을 달래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질문은 마치 창문처럼 자신을 들여다보게 해 주었다.

그러다 그는 깨달았다.

답이 아닌 질문이 지혜의 문을 여는 열쇠라는 것을.

그래서 선생의 질문에 답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만의 질문을 시작하게 됐다.

질문에 질문으로 화답하기.

제자는 가장 알맞은 방식으로 스승을 기렸다.

‘여는 글’에는 스승과 제자가 한마음으로 독자에게 전하는 말이 있다.

‘모든 독자는 자신이 읽은 책의 또 다른 저자이기도 하다.

’ 이제 여러분의 차례다.

이 책의 저자가 되어 자신만의 질문을 던져 보자.

그것이 구본형 선생이 우리에게 건네는 진짜 선물이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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