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문 전주남부교회 목사
/강태문 전주남부교회 목사

최근에 견공에 대한 두 가지 사건이 이슈가 되었던 일이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키우던 풍산개 ‘곰이·송강’ 관리를 위해 예산 1억5000만 원을 사용하려 했던 광주광역시가 ‘혈세 낭비’ 논란에 직면하자 결국 계획을 철회했다.

광주시는 지난달 19일 “올해 추가경정예산안에 풍산개 관련 예산을 반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초 광주시는 풍산개 사육 관련 시설 확충 및 진료 장비 구입비로 1억5000만 원을 책정했었다.

건강 관리를 위한 진료 장비 구입비로 5000만원, 실내 보금자리 및 놀이터 구입 설치 예산으로 1억원을 쓰겠다는 것이었다.

이후 지역 사회 및 온라인상에선 ‘혈세 낭비’라는 취지의 지적이 나왔고, 논란을 의식한 듯 광주시는 이날 오후 늦게 계획을 바꿨다.

조부상을 당해 수업을 빠질 수밖에 없는 학생의 출석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한 교수가 자신의 반려견 임종을 지켜야 한다며 휴강을 통보해 논란이 되었다.

해당 대학교 학사 내규에는 본인과 배우자의 조부모 사망 시 장례일까지 출석을 인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교수는 원칙적으로 휴강을 할 수 없게 돼 있고 피치 못할 사정으로 휴강을 할 경우 보강을 해야 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이 ‘사람이 개만도 못하다는 것인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시대의 변화, 그 시대가 가지는 환경으로 인해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다.

과거 어려웠던 시절에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많이 사용되었다.

놀고 있는 개가 부럽다는 뜻으로, 일이 분주하거나 고생스러울 때 넋두리로 하는 말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말 개 팔자가 상팔자가 되어 개의 신분이 거의 사람의 수준으로 상승한 것 같다.

과거에 개는 일반적으로 집을 지키는 존재거나 이제는 혐오 음식으로 인식되어 거의 사라져 갔지만 보신탕 혹은 건강탕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사람이 즐기던 음식의 재료가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개는 단지 개가 아니라 애완견으로 이제는 반려견으로 발전하여 사람의 일상생활에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

이에 따라 개로 인한 산업이 발달되고 이를 이용한 상업적 활동도 크게 확대되었다.

1인 가구 증가, 인구의 고령화, 혼족 등이 증가함에 따라 취미로 삼아 기르던 애완동물이 삶을 나누는 반려동물로 인식되어 1인 가구의 필수 가족 구성원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어 펫팸족(Pet+Family :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을 칭하는 신조어)이 크게 증가하여 지난해 말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약 15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30%에 이른다고 한다.

다른 가축과 달리 개는 사람처럼 상황에 따라 배신하지 않고 주인에 대해 일방적이고 무한한 애정과 절대 충성으로 따른다.

이로 인해 반려동물에 관련한 시장이나 산업을 지칭하는 펫코노미(Pet+Economy)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펫코노미 시장에서 반려동물 유치원, 택시, 호텔, 운동장 등 반려동물을 위한 편의시설과 집에 있는 반려동물에게 먹이를 주고 소통할 수 있는 IT결합상품, 반려동물의 병원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상품인 펫보험까지 생겨 보험회사는 경쟁적으로 보험상품을 개발하여 상업활동을 하고 있다.

프리미엄 개모차(개 유모차)는 개모차계의 벤츠라 불리는 130만원의 에어버기가 품절 되기까지 한다.

개 트레이닝과 함께 한 달 유치원 호텔 비용이 150만원 이라고 한다.

명품업체까지 반려동물에 주목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자신의 자녀로 여겨 ‘내 아이만큼은 최고로 키우겠다’는 사람이 늘어 단순히 반려동물을 먹이고 입히던 단계를 넘어 반려동물에게도 수백만원에 달하는 의류, 액세서리 등을 입히며 지갑을 열고 있다.

반려견을 위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품업체들이 반려견 이동가방, 목줄, 코트, 목걸이, 밥그릇, 바스켓, 베드 등 다양한 용품을 판매하여 옷과 액세서리 등을 명품브랜드 제품으로 꾸며주려면 1000만원 가까이 든다고 한다.

명품 반려동물용품 구매를 위해 예약하고 기다리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식품을 제외한 반려동물 제품 세계시장은 2020년에서 2025년 사이에 100억달러(약 12조9300억원) 이상 성장해 368억9000만달러(약 47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식품 포함 전 세계 반려동물 시장은 2025년까지 2700억달러(약 350조8600억원)로 성장할 것이며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도 2015년 1조9000억원 수준에서 2020년 3조4000억원으로 늘었으며 2027년엔 6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견공들의 엄청난 신분 상승이 이루어진 것이다.

필자 역시 개를 좋아하는 편이다.

잘 다듬어진 강아지의 재롱을 보면 애완견을 기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러나 알레르기 증상을 가진 가족으로 인해 기를 수 없다.

개보다 가족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예능프로그램에서 탤런트 한 분이 4명이 사는 자신의 가정에서 자신의 위치는 서열 5번째라고 한다.

자신이 강아지보다 못하다고 말한다.

물론 웃으면서 하는 말이었지만 강아지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된다.

과연 애완견을 소중하게 여기는 만큼 자신의 부모, 가족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애완견에게 잘못하라는 말이 아니다.

필자의 주변에 반려견을 가진 자녀들에 의해 개보다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노인들이 존재하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소중한 애완견이라도 가축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즉 사람보다 소중한 존재가 될 수는 없다.

애완견에게 쏟는 정성을 사람에게도 나눌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강태문 전주남부교회 목사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