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얼마 전 나이가 지긋하게 드신 지인과 저출산 문제에 대해 토론을 하던 중 그 분으로부터 “결혼 적령기가 한참이나 지난 딸을 보면 ‘독신세(獨身稅)’라도 만들어서 결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일정 연령이 되었을 때에도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에게 부과하도록 하자는 독신세는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현실적이지도 않지만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의 낮은 혼인율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결혼적령기라고 하는 20~30대의 혼인율은 2013년 이후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

인구 천명당 혼인율을 분석한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2013년 20~30대 여성 혼인은 40건, 남성 혼인은 35.1건이었으나 2021년 여성은 24.2건, 남성은 20.5건으로 급격하게 하락했다.

1990년과 비교하면 남성과 여성 모두 반 토막도 안 되는 수준이다.

20~30대의 인구수와 인구 비중이 감소하는 흐름을 봐도 혼인율의 하락이 급하다.

저출산도 심각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18년 이후 작년까지 1명 미만을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하락하다 지난해는 0.81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OECD 회원 35개국 평균 1.7명의 1/2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1명대 미만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는 오명을 입고 있다.

또한 1970년 출생아 수가 100만명을 조금 넘었지만 2021년에는 기껏 26만명 정도에 불과했다.

거의 1/4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저출산 정책을 시행하며 얼마나 많은 예산을 썼을까? 2006년부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저출산 대책에 쓴 돈은 무려 380조원이라고 한다.

연평균 20조원 넘게 예산을 투입한 셈이다.

그럼에도 저출산의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출생아 수 감소 추세는 더 빨라지고 있다.

저출산 대책을 위한 예산투입은 불가피하지만 저출산 정책 방향이 맞는지 예산집행이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인지 다시 점검할 시점이 됐다.

결혼의 기피는 저출산으로 이어지고 저출산은 인기위기를 초래하며 급기야는 국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문제의 시작은 결혼의 기피다.

국회예산정책처에서는 최근 출생아 수 감소 원인을 분석한 결과 출산율 하락보다는 혼인 감소에서 주로 기인한다며 현행 출산 및 육아 지원정책에 혼인요인을 보완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통계를 통한 분석이기는 하지만 현실적인 결과다.

청년들은 왜 결혼을 기피하는 걸까? 각종 여론조사와 통계를 보면 가장 주된 이유로 결혼자금부족과 같은 경제적 이유를 들고 있다.

정부에서는 신혼부부를 위해 주택구입 및 전세자금을 저리로 융자받을 수 있는 사업과 청년층의 경제적 어려움 해소를 위해 각종 청년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정책만으로는 결혼을 하고 싶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워 결혼을 회피하는 청년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혼인을 위한 좀 더 직접적인 경제적 지원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정부는 혼인율 제고를 중심으로 한 저출산 정책을 그 어떤 정책보다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먼저 결혼을 기피하는 원인을 좀 더 집중적이고 심층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결혼에 대한 청년들의 생각이, 아이를 낳으려는 생각이 더 이상 공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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