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기정 시인 '고양이와 걷자'

두번째 시집··· "내적 아픔과 병든 세상
고통 공명하는 소리에 귀 기울여"

하기정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고양이와 걷자’가 출간됐다.

5.18문학상, 불꽃문학상, 작가의눈 작품상, 시인뉴스 포엠 시인상 등을 수상하며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하기정 시인은 2010년 영남일보 신춘문예 시로 등단한 후, 첫 시집 ‘밤의 귀 낮의 입술’에서 “신기하고 매력적인 질문이 그득”하다는 문태준 시인과 “잘 꿰어진 말들의 염주”라는 이하석 시인의 평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 출간한 두 번째 시집 ‘고양이와 걷자’는 첫 시집 이후로 5년만에 낸 시집이다.

김지윤 평론가는 “하기정의 시는 연결과 연루, 연쇄를 말하는 시편들로 낯설음과 낯익음이 뒤섞인 하기정 특유의 시 세계가 더욱 깊어지고 매혹적으로 농익어 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며 “마음과 마음이 만나면 생기는 마찰과 겹쳐짐이 드러난다. 그것은 의식과 무의식을 넘나드는 만남이며 한 존재가 다른 존재로 서서히 배어드는 일이다”고 평했다.

이어 “시인은 한 사람이 내적 아픔과 병든 세상의 고통이 공명하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 세상의 병을 같이 앓고 치유되는 세상을 꿈꾸며 시인은 세상의 환부를 직시하려 한다. 그리고 아직 바깥으로 나오지 못한 소리를 찾기 위해 내부로 들어가기도 한다”며 “이 시집의 화자들에게 그것은 사랑을 찾는 행위이다. 이것이 시인이 세상을 사랑하는 방법이다. 한층 깊어지고 섬세한 시인의 시 세계와 매력적인 언어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시편들로 가득 차 있다”고 밝혔다.

하기정 시인의 신간 ‘고양이와 걷자’를 통해 새롭고 신선한 언어의 감각을 맛보며 시의 언어들이 중첩의 다중적 의미 안에서 어디까지 확장하는지 독자들이 그 세계를 가늠해보는 것도 좋은 접근 방법이다.

하기정 시인은 누구보다도 섬세한 감각을 가진 사람이다.

손가락 하나로라도 건드리면 툭, 터져 버릴 것 같은 투명한 물방울 같은 존재를 그는 예의주시하며 누군가의 내부에 잠겨 있는 것들, 그림자, 무의식, 꿈, 기억과 같은 것들에 관심을 기울인다.

이런 관심법에 의해서 하기정의 시에 등장하는 사물과 사람, 풍경은 새로운 생기를 얻게 되고, 삶을 회복하며, 신비로운 힘을 겹쳐 입게 되는 아이러니.

이런 그의 시작 태도를 ‘뒤로 나아가는 시작’이라는 관점도 생긴다.

또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누구나 하나의 우주’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하기정은 하나하나의 우주를 호명하며, 때로는 그 우주의 환부를 치유하기 위하여 마치 사랑에 빠진 연인처럼 열렬하고 맹렬하게 걷고, 달리며, 시를 쓴다.

안태운 시인은 “시집을 읽으면서 단호한 사랑을 말하는, 그 아름답고 순열한 단어들 사이에 놓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읽는 사람이 직접 그 단어가 되어 보기를 요청하는 시집이라는 느낌이 들었다”며 “시에서처럼 ‘고양이와 걷’고 밤을 ‘딛’는 일이라면 속수무책으로 좋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이 들면 ‘고양이와 걷자’를 읽는 사람들 모두 순간 아름다워지길 모처럼 바랄 수도 있겠다는 기분이 들었다”고 밝혔다.

하기정 시인은 “슬픔의 한가운데서 서 보려고 했던 균형과 평형을 이루려고 흔들렸던 매혹과 미혹 사이에서 쌓이고 사라지기를 여지없이 반복한다”고 말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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