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반대편으로 창문 열기'··· 생명성에
대한 존재 인식-날카로운 현실 비판

사람은 익숙한 행동을 반복하기 마련이다.

예술인에게도 예외는 없다.

자신의 상징이라는 그럴싸한 명목하에 패턴을 반복하고, 결국 매너리즘에 빠지는 시기가 온다.

향유자 입장에서 참으로 속상하지만 그래도 세상은 돌아간다.

그때 어디선가 목소리가 툭 튀어나왔다.

“주술 같고 지루한 반복을 이제 그만 끝내는 게 좋아요”, “반대편으로 창문을 열어보세요” 조선의 시인의 시집 ‘반대편으로 창문 열기’(시와사람)의 일부 행이다.

분명 악의는 없어 보이지만, 말은 강인하게 다가왔다.

조 시인은 끊임없이 생명성에 대해 노래했다.

사물에 숨결을 불어 넣고 그것을 바라보며 기쁨, 연민, 슬픔, 그리움 등 인간이 으레 느끼는 감정을 번갈아 드러냈다.

맥없이 쓰러졌던 아버지와 닮은 점이 있는 나이테, 어느새 내 안의 섬이 된 어머니가 평생 헤집어야 했던 갯벌 등 화자에게 심상을 제공한 객체들은 매우 흔하고 소박하다.

지극히 화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로 보일 수도 있지만,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생명성에 대한 존재 의식과 더불어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담겨있다.

시인은 자신이 말한 대로 집필 과정에서 끊임없이 먼지 쌓인 창틀을 찾아내고 또 불어낸 다음 열어젖히는 행위를 반복했다.

그가 공들여 빚어낸 단어 하나하나마다 정제된 느낌과 신선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이유는 여기에 있지 않을까.

박철영 시인 및 문학평론가는 “때로는 독하게, 때로는 처연하게 오로지 한 가지 일에 몰두한 장인처럼 문장을 다루며 언어를 도구로 필생을 겸허히 수행하는 사람이 바로 조선의 시인이다. 인간이 놓쳐선 안 될 ‘사랑’의 가치를 환기했다"며 "시인은 위태위태한 허공에서 줄타기를 하듯 자모의 결합적 텍스트를 통해 인간의 심연을 벼르고 다듬어 문장을 적조한다"고 평했다.

이어 "초연한 의지를 갖고 대상이라는 사물로 형상화하는 과정에서 나가 아닌 화자라는 입장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다"며 "무에서 유를 문장으로 구조해가듯 허공에다 형상화해가는 상상력에 대한 저항도 만만치 않다"고 밝혔다.

조선의 시인은 ‘농민신문’ 신춘문예, ‘기독신춘문예’, ‘미션21’ 신춘문예 등에 당선된 이력의 소유자다.

저서로 ‘당신 반칙이야’, ‘어쩌면 쓰라린 날은 꽃피는 동안이다’, ‘빛을 소환하다’ , ‘돌이라는 새’ ‘꽃, 향기의 밀서’, ‘꽃으로 오는 소리’ ‘반대편으로 창문 열기’ 등이 있다.

김만중문학상, 거제문학상, 신석정촛불문학상, 백교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다음카페 시꽃문학 리더로 활동 중이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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