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살특공출진··· '나는 낙하하기 위해 매일 젊어져'

작가는 1943년 큐슈제국대학 법문학부를 졸업하고 해군 예비학생을 지원, 1944년 2월에 제 1기 어뢰정 학생이 되고, 5월에는 특공요원으로 결정되며, 10월에 대원 183명의 진양대(震洋隊) 대장이 됩니다. 기초 교육, 전문 교육을 합해서 약 1년 간의 과정을 수료하고 소위로 임관합니다. 큐슈 최남단의 가고시마 현과 오키나와 사이에 아마미제도(奄美諸島)가 있는데 그중 한 섬에서 발진 대기 상태로 패전을 맞이합니다.

당시 작가가 맡고 있던 일명 '자살정'이라는 함정은 길이 5m, 폭 1m 정도의 비행기 엔진을 단 보트로서 그 뱃머리에 230kg의 폭약을 장치하고 단 한 명의 탑승원과 함께 적의 함선에 맞서 싸우기 위해 고안된 특공병기였습니다.

1945년 8월 13일 저녁 무렵, 특공전이 발동되어 죽을 준비를 하고 발진 명령을 기다렸으나 출발은 결국 찾아오지 않은 채 하룻밤이 지나고, 다음날 14일은 비행기도 보이지 않고 즉시대기 상태로 이상한 공허에 빠집니다. 15일 무조건 항복으로 전쟁이 끝났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납니다. 그러므로 이 상황은 인류 역사에서 유일하게 소설가로서는 그만 경험한 상황입니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실화이므로 문학성을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전 세계에서 전무후무한, 다시는 그 상황이 나타날리 없는 가장 독특한 경험을 한 셈인데요. 이 책의 주내용은 딸리는 전력이지만 열심히 싸워 이기라는 명령이 아니라, 살아남으면 절대 안되는 발진 명령을 받고, 그 어처구니 없는 명령에의 반발은 꿈도 안 꾼 상태로 체념을 하기까지의 심리적 변화를 다룬 것입니다.

소설가의 상상에 의한 서술이 아니라 그가 절망적으로 수긍했어야만 했던 살벌한 경험이기에 그 부피가 절절히 다가옵니다. 본문에서 자살특공출진을 수긍해가는 그의 심리 상태에 주목한 것은 2차 대전 패망 전의 일본인의 체념의 집단 심리 상태가 너무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현대의 우리는 짐작밖에 못할 경험을 말해주는 작가의 당시 심경을 한 번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점점 우리들 집단 자살자의 제전의 시각이 다가온 듯하다. 우리들의 그 행위에 의해 戰況이 호전된다고도 생각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누구에 대해서 했는지 알 수 없는 약속을 의리있게 중요시했던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희생자라고 생각하고 자신에게 비극을 장치하고 있는 기분도 있었을 것이고, 또 가상의 피라미드 정점에서 앞일을 전혀 내다보지 못한 채 본능의 무수한 촉각을 시간과 공간 속에 부유시켜 어떻게든 평형을 유지하려고 했을 것이다.'

날마다 자폭하는 연습을 1년간 했다 합니다. 일본제국이 아니라면 도저히 생각조차 해낼 수 없는 엽기적인 작전을 실행해야 하는 당사자들이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웠겠죠. 작전의 연습을 날마다 했기에 평형이 가능했을까요?!

'이미 원자폭탄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되었다는 것을 우리는 무전으로 수신하고 있었다. 나는 그 무렵의 시간 감각에 자신이 없다. 시간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는지, 뒤로 역행하고 있었는지, 아니면 정지해 있었는지, 그러나 그것을 의심해 보았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나에게 역사의 진행은 정지되어 느껴졌다. 나는 하루하루 젊어지고 있었다. 즉, 나이를 먹지 않는 것이다. 그 남쪽 끝 바다는 갑자기 낭떠러지가 되어 있고 바다는 검게 얼어붙어 축축한 바닷물이 끝없이 아래쪽을 향해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낙하하기 위해 매일 젊어지고 있었다.'

아프리카 일부 원주민들에게는 과거와 현재만 있고 미래라는 시제가 사고 자체에 없다 합니다. 그러니 교육이나 국가의 진보가 무슨 의미일까요? 살 수 있는 날짜가 지병이 원인도 아닌데 타인의  의지로 정해진 상태에서의 현재는 정지되어 있겠죠.

/박정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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