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출발선에 있는 우리들의 自殺艇

'불안하게도 시간을 진행을 멈추고 매일매일의 사건은 이미 역사책에 기록되어 있는 것뿐인 것처럼 느껴졌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신선한 경이를 느끼지 못했다.

내 머리 속에는 무기력한 공백의 소용돌이가 있었다. 어제는 오늘에 이어지지 않고, 또 오늘은 내일에 이어서 갈 것 같지도 않다.

운명의 날만을 기다리다 지쳐 한 순간 한 순간만이 존재하는 그날그날이 있을 뿐이다.'

'나는 누구를 위해 죽어 가고, 그리고 내가 죽은 후에는 누가 살아남아 있을까.

이상하게도 원자폭탄 뉴스는 나를 홀가분하게 했다. 덕분에 나도 편히 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부끄러운 생각이었다. 하지만 나는 속으로만 그렇게 느끼고 그것을 입 밖에 내지 않겠다는 죄의식을 자각했다.

이런 허술한 고무 보트로 아이들 눈속임 같은 전투를 모의해 가는 그 무력하고 우스운 꼴이 좀더 단단한 필연성의 롤러 밑에서 덧없이 이그러져 버리는 기묘한 안도감이었다. 그것에 대해서 발버둥쳐 보라고는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아직 누군가의 명령에 구속되어 그 명령에 구속되어 그 명령에 충실하려 하고 있었다.

명령을 순수하게 공식처럼 자신에게 부과해서 미지의 세계에 대해 자신을 실험해 보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의지와 평행해서 명령받는 것에는 단지 겁이 났다. 명령을 내리는 자에 대한 의문을 지울 수는 없었지만.'

당시의 일본 군인들은 이런 어처구니없는 작전이나 세우는 대본영에 대해 속내가 어땠을까요. 두 도시에 원자폭탄이 투하되어 초토화된 소식을 알고 있는 당시의 작가가 더이상의 저항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아는 상황에서도, 개죽음을 하러 떠나야만 하는 명령받는 자로서의 운명에 체념적으로 순응하고 있습니다. 그는 전황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을, 무의미한 자신과 부대원들의 자살정 공격 명령 수행을 처연히 당연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自殺艇에는 비행기 같은 고속력이 부여되어 있지 않고, 게다가 나뭇잎처럼 하늘거리는 끝없는 밤바다를 편대를 짜서 어두운 돌격장으로 출진하는 것은 참으로 잔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들은 차라리 마비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최후의 그 순간이 서서히 찾아온다는 자살정이 놓인 조건 때문에 우리는 맨정신으로 그곳에 다가가지 않으면 안되었다.'

'달도 중천에 떴다.

이제 발진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이상하게도 이 세상에 대한 집착을 상실해 버렸다. 일각 일각이 앞으로 연장되어 있다는 것이 초조함의 원인이 되었다. 즉시대기라는 정신 상태를 지속하는 것은 고통이었다. 지금이 기회다. 지금이 딱 좋다. 지금이라면 편한 마음으로 나갈 수 있다.

그러나 명령은 오지 않는다.

일단 출격준비를 마친 뒤에는 할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단지 명령을 기다리는 일뿐이다.

시간이 지나간다. 나른한 권태가 소리 없이 비집고 들어온다. 기분에 여유가 생긴다. 그러자 자신들이 놓인 환경이 이 세상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매우 기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전히 일상적인 분위기의, 이상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후미의 밤 정적 속에서 죽음으로의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정신과 육체를 마비시키는 것을 우리는 아무것도 향유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당직을 제외하고 전원을 우선 쉬게 하기로 했다. 그 복장 그대로 각자의 막사에서 충분히 수면은 취해라.

모두 자라. 목숨을 버리기 직전까지 꼭 잠을 자야 한다는 것이 불만스러웠다. 우리들에게 이 세상 최후의 하룻밤 정도는 수면의 의무에서 해방되어도 좋을 것 같지 않은가'

'아직 보이지 않는 죽음을 향해 있던 냉엄한 긴장 대신에 얼버무려진 불만과 불면 뒤의 권태가 나를 사로잡았다.

태양은 확실히 높은 곳에 떠오르는 이 새로운 날을 나는 이해할 수 없다.

계속 반복되며 지나온 날은 하나의 목적을 위해 준비되고 살아 돌아오는 것은 생각할 수조차 없는 돌격이 그 최후의 목적으로 부여되어 있었다. 그것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 생각하고 그것에 맞추어 하루하루를 지탱해 가고 있었지만, 그래도 마음속으로는 그 수행의 날이 갈라진 바다 벽처럼 눈앞을 가로막아 가까운 날에 그 바다 밑으로 삼켜져 무시무시한 허무 속에 휘말릴 것이라는 상상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했다. 그래도 지금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의 운행은 갑자기 그 움직임을 멈추어 버린 것처럼 보인다. <계속> 

/박정민·의사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