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오줌꽃

김은유

 

깊은 골 노루가 내려와서

꽃이 되었나

꽃보다 오줌이 떠오르는 꽃

노루는 보이지 않는데

노루오줌꽃 풀밭에 피었다

 

흐르는 계곡물에

긴 목을 숙였나

 

물이 하도 맑아

하늘 구름 쳐다보고

 

부끄러운 맘 쑥스런 멈춤에

기약 없는 눈망울 고와라

 

산길 오르는 나비

잠시 앉았다 가라고

보랏빛 손을 흔든다

 

김은유 시집<가시연꽃>(이랑과 이삭.2022)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성이다. 자연과 더불어 살고자 자연에 이름을 붙인다. 동물을 불러 식물에 이름을 지우고 식물을 불러 동물에 이름을 붙인다. 후자보다는 식물 이름에 동물 이름이 들어간 것이 많다. 강아지풀이 잘 알려진 것이고 일반적이지 않지만 낙지다리, 다람쥐꼬리, 개구리발톱, 거북꼬리, 꿩의다리, 꿩의비름, 매발톱도 있다. 여기에 더하여 신화나 전설에 나오는 상상 동물이나 실존하지 않는 동물 이름을 붙여 놓았다. 식물과 동물이 어떤 유사점이 있는지 알 수 없다. 기린초의 기린은 아프리카에 사는 기린이 아니고 상상의 동물이다. “꽃범꼬리”라는 식물은 색이 다른 참깨꽃 같은데 꽃범은 국어사전에도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 이름에 대해서 연관성을 알 수 없다.

노루오줌꽃도 꽃과 노루오줌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생경한 이름을 가지고 시를 지었다. 시인의 상상력이 아니면 여간 어려운 일이다. 이른 봄 어느 산골 계곡에 봄이 찾아오고 인적이 없으니 노루도 내려와 목을 축인다. 겁이 많은 노루는 잠시 물을 마시고 서둘러 계곡을 벗어났을 것이다. 노루가 떠난 자리에 꽃이 피었고 꽃에는 나비가 날아들어 봄의 풍경을 완성했으리라. 해설이 필요한 시이고, 시에는 경치가 배여있다. 봄에 무엇을 수사로 붙인들 아름답지 않겠는가.

-김현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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