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현안과제 가운데 하나인 완주·전주 통합은 우리 도민의 자발적 역량에 의해 이룩할 수 있는 일이다. 완주·전주 통합운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가 잇따라 성명을 내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전라북도 정치권은 고요하기 이를 데 없다. 통합추진단체들은 통합 여건 조성을 위해 내년 4월 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 있어서 완주와 전주 일부를 포함하는 선거구를 획정할 것도 새해 벽두부터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나 이 역시 정치권은 묵묵부답이다.

  정치의 기능은 소통을 통해 정치적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 기본이다. 전라북도의 낙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완주·전주 통합이 가장 쉽고 가장 전략적이다. 이보다 더 유력한 정책 대안이 있을까? 가장 쉽다는 것은 도민이 스스로의 결단으로 통합을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완주·전주 통합은 완주·전주만의 일이 아니다. 모든 도민이 나서서 두 지역의 통합을 위해 힘을 보태고 응원해야 한다. 가장 전략적이라는 것은 완주·전주통합시가 광역시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장 좋은 전략을 눈앞에 방치한 채 예산을 더 달라 중앙정부를 보채기만 하는 것은 아닐까? 

  전주시는 인구 65만 명으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11위로 내려앉았다. 2013년 통합한 청주시보다 순위가 네 계단 낮다. 과거 전주시와 도시순위 비교대상이 아니던 천안보다도 한 계단 더 낮은 것이다. 전국 11위마저 평택이 조만간 앞지를 것이다. 전국 3대 도시, 4대 도시의 영광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진지 오래이다. 이 같은 낙후와 후퇴를 막을 수 있는 처방은 완주·전주 통합이 효과적이다. 통합 논의를 서두르고 점화시키려는 시민단체들과 완주·전주지역 주민의 여망과는 동떨어지게 난 데 없이 ‘완주시 승격’을 완주군이 들고 나왔다. 

  완주군은 2일 오전 김관영 전북 도지사를 1일 명예군수로 위촉하고 가진 회의 자리에서 완주군을 시로 승격시켜달라고 도지사에게 건의했다. 「전북특별자치도법」에 “완화된 시 승격을 규정하는 특례를 부여하여 완주군이 시로 승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길 간곡히 건의”한다고 밝힌 것이다. 김관영 지사는 이에 대해 완주군의 미래 발전을 위해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당연히 완주군하고 긴밀하게 상의해서 특례 규정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하고요.”라고 답변한 것이다. 지사의 답변이 원론적 수준이라는 자위도 나오기는 하지만 완주군의 발상은 통합과 광역화라는 시대의 조류를 거스르는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국회가 지난 연말 어렵게 「전북특별자치도법」을 특별히 통과시킨 것은 낙후 전북지역에서 완주시 승격을 통해 완주군 기득권층의 소지역주의를 부추기는 데 그 뜻이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특히 군민의 통합에 대한 열망을 살피지 않고, 군민의 뜻도 묻지 않은 채 ‘완주시’ 승격 운운하는 것은 통합의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다. 더욱이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되는 완주군의 진정한 발전 대안이 될 수 없으며, 완주군민의 행복증진에도 이바지할 바가 없다. 완주·전주 통합만이 통합시 발전과 통합시민의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은 완주·전주 통합을 제1순위로 정하고 당력을 집중하기를 바란다. 아울러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완주·전주 통합선거구를 획정하는 데도 집중해야 한다. 완주·전주 통합선거구는 전주지역 국회의원을 4명으로 늘릴 수 있는 대안이다. 전주지역에서 더욱 더 유망한 정치인을 당선시켜서 통합시와 「전북특별자치도」 발전을 앞당길 수 있다. 완주·전주통합시를 광역시로 도약시킬 수 있는 길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완주·전주가 통합돼야 수소도시, 탄소도시, 금융도시로서 날아오를 수 있다. 공공기관 2차 이전 때에도 한국투자공사를 비롯해 농협은행 등 금융기관을 집적할 수 있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다. 통합시가 제3의 금융중심지로 갈 수 있는 길을 활짝 열어젖힐 수 있다. 특히 완주 지역 투자를 망설이던 기업들의 행렬이 길게 이어질 수 있다. 통합은 완주·전주의 비약적인 동반성장을 약속한다. ‘완주시’ 단독 승격은 완주·전주의 침체를 가져올 뿐이다. 대아댐은 짙푸른 빛으로 적정의 고요를 즐기고 있다. 그러나 수면 하에서는 용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원대한 꿈을 그리고 있다. 정치권은 스스로 용이 될 수 있도록 완주·전주 통합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이춘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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