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향기

최장순

 

청아한 하늘 아래

들길에서 숲길에서

풋풋한 풀향기 숨소리

 

초록빛 봄바람 속

고개 드는 꽃봉오리들

싱그러운 날갯짓이다

 

향기 눈짓의 웃음꽃

굳어진 가슴 구석구석

휘적시는 설레는 마음

 

어느결 삶의 무게 떨치고

밝아진 마음 안으로 들이어

기쁨으로 넘치는 봄날이다

 

최장순 시집<바람의 향기>(인간과문학사. 2023)

봄에다 색을 입히면 대부분 초록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파랑이 아닌 초록이라고 하는 것은 새싹, 새 잎사귀 등으로 대변되는 봄의 이미지 때문이다. 이른 봄에 부는 바람에 색을 입힌다면 또한 초록색 바람이 될 확률이 높다. 봄은 꽃으로 화사한 이미지가 중첩되지만, 우리 정서에는 보리밭의 초록과 들판 가득 채워지는 초록빛에 더 각인되어 있다. 

봄은 겨울을 지나오면서 준비를 한다. 준비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준비는 과정이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이라는 조건을 통과해야 한다. 겨울은 삭막하고 앙상한 이미지가 있지만, 겨울이란 계절은 순환고리의 중요한 과정일 뿐이다. 시인은 겨울이 아닌 봄만을 노래하고 있다. ‘기쁨으로 넘치는 봄날’ 사람들 모두 환희로운 봄날을 맞이하길 소망한다.

-김현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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