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모테 드 퐁벨 '그 해 여름, 에스더 앤더슨'
아름다운 시골 풍경, 소년 성장 과정 그려

매년 시골의 삼촌 댁에서 여름 방학을 보내는 소년은 올해도 방학을 맞아 기차를 탄다.

노란 옥수수 밭을 지나면 나오는 삼촌의 집, 초콜릿 맛 제티를 파는 가게, 자두가 잔뜩 달려 축 쳐진 나뭇가지 등 삼촌이 사는 마을은 갈 때마다 같은 모습, 같은 자리에서 여전하다.

그러던 어느 날 마냥 크기만 했던 삼촌의 자전거가 몸에 맞게 된 그 해 여름,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새겨진다.

‘그해 여름, 에스더 앤더슨’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청소년 문학가 티모테 드 퐁벨의 시적인 글과 장자크 상페가 떠오르는 이렌 보나시나의 아름다운 그림이 어우러져 유년 시절의 풋풋하고 아름다운 순간을 그려낸다.

여름 방학을 맞아 휴가를 보내기 위해 떠난 삼촌의 마을에서 마주한 생각지 못한 발견과 에스더 앤더슨과의 만남은 소년의 감정을 송두리째 잡고 뒤흔들고, 이후 소년은 훌쩍 성장한다.

아름다운 시골 풍경이 주는 낯선 느낌과 여유, 길을 잃고서야 우연히 알게 된 바다의 존재, 그리고 에스더 앤더슨과의 만남에서 느껴지는 설렘과 두근거림까지 소년의 감정 변화가 섬세하게 그려진 이야기를 만나 보면 아이들에게는 가슴 설레는 공감을, 어른들에게는 아련한 그리움과 추억을 떠올리는 시간이 될 것이다.

책장을 열면 시원하게 펼쳐지는 커다란 캔버스 위로, 어느 한적한 시골 마을을 달리는 기차가 보인다.

잡동사니로 가득한 삼촌의 집,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마을의 풍경, 저 멀리 펼쳐진 시골길과 곳곳에 자리를 잡은 이름 모를 아름다운 나무들, 옥색으로 빛나며 마치 하나가 된 듯 보이는 하늘과 바다, 비 오는 날 소년과 소녀의 떨리는 재회까지, 아름다운 배경은 물론 인물의 감정까지 고스란히 담아낸 그림으로 독자의 마음을 소년과 같은 설렘과 두근거림 속으로 이끈다.

책 속에서 예전에는 마냥 크기만 했던 삼촌의 자전거가 이제 제법 소년의 키에 맞는 장면은 비단 소년의 신체적인 성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소년의 이러한 변화는 외면의 성장을 넘어 내면 깊은 곳의 성숙을 의미한다.

우리가 익숙한 틀을 깨고 새로운 환경 속에서 겪는 예상치 못한 여러 가지 상황들을 받아들이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훌쩍 자라듯 소년은 자전거 일주를 통해 도전과 발견, 성장에 대한 열망을 마음껏 분출한 것이다.

책은 이처럼 새로운 곳으로 떠나 몰랐던 것을 발견하고, 우연한 만남으로 삶이 송두리째 바뀌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삶이라는 기나긴 여행 속에서 끊임없이 만나고 성장하는 우리의 모습을 담고 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청소년 문학가로 많은 상을 수상한 글 작가 티모테 드 퐁벨은 소년의 성장 이야기를 차분하고 담담하게 들려준다.

남는 강렬한 문장으로 독자의 마음에 깊은 여운과 울림을 준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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