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우(夜雨)

김동수

 

네가 왔다 가는 줄을 몰랐다

그땐 몰랐는데

 

가고 난 뒤에야

비로소 보이는 너의 흔적

 

밤새 창 안을 기웃거리다

그냥 갔나 보다

 

만삭해진 몸으로 미끄러져 내린

내 그리움처럼

 

우리 집 뒤란 대밭에서도

밤새 문풍지가 울었다

 

간밤 네가 그리

왔다 가는 줄 몰랐다

 

우우雨雨 창을 치다 흘러내린

빗방울 소리

 

김동수 시집<늑대와 함께 춤을>(천년의 시작.2022)

과거를 회상하면 후회되는 것들이 많다. 그땐 왜 몰랐을까? 그땐 왜 그랬지? 조금만 용기를 낼걸, 조금만 화를 참을걸. 등등이다. 그리고 이어서 만나지 못한 사람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이다. 과거를 바꿀 수 있다면 지금의 내 위치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는 의구심도 함께 들기도 한다.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그리움처럼 따라다닌다. 

시인에게 친구는 여럿 있다. 고뇌에 싸인 시인에게는 외로움도 괴로움도 잠 못 드는 깊은 밤도 모두 친구가 된다. 꽃이 피면 꽃이 핀다고, 눈비가 오면 눈비가 와서, 바람 불면 바람불어서 쉬이 잠을 잘 수 없다. 특별한 날에도 쉬이 잠들 수 있다면 시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밤비가 의인화되었다. 간밤에 내린 비는 그냥 비가 아니다. 평소에는 잠을 쉬이 이루지 못했는데, 하필 그날에는 잠이 들고 말았다. 그사이에 다녀간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사람에 대한 간절한 마음이 오고 감을 알아채지 못하고 나중에 그리워하는 것은 섭섭함을 너머 후회가 된다. 흑백사진처럼 과거 어느 한 부분이 현재에 오버랩되었다. 슬픈 과거도 반추하면 기억 속에서 아름다웠던 추억으로 남는다. 이젠 봄이다. 봄은 온통 환하다

-김현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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