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대선에서 DJ는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뤘다.

이후 DJ 정부는 과거와 다른 정치문화를 만들었다.

과거의 정치가 밀실에서 이뤄졌다면 DJ는 이를 탁상테이블에 올렸다.

음지의 정치를 양지로 꺼냈다.

2001년6월.

국회 본관 3층 귀빈식당 회의실.

요즘으로 치면 전북도-정치권의 정책협의회 자리다.

주제는 2002년도 국가예산 확보를 위한 간담회.

당시 DJ 정권의 핵심 실세로 불렸던 유종근 지사가 크게 당황했다.

전북 정치권의 ‘어른’인 김원기 의원(전 국회의장)이 대노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버르장머리 없는...”이라며 책상을 내리치고 회의장을 나갔다.

곧바로 도 간부진이 뒤따라 나가 한참 후에야 김 의원을 정중히 다시 ‘모시고’ 들어왔다.

회의장에 있던 기자들도 처음 겪는 상황이어서 적잖이 당황했다.

간담회가 끝나고 장세환 당시 전북도 정무부지사(전 국회의원)가 기자들에게 와인 한 잔씩 돌렸다.

그 당시는 간담회 분위기가 좋아서 식사 및 와인 한 잔 정도 하던 시절이었다.

장 정무부지사는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전혀 그렇지 않다”고 대신 해명했다.

사건의 발단은 새만금 사업과 관련한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유 지사의 답변이 ‘방어적’이었다는 것이다.

장영달, 강현욱, 정세균, 김원기 등 당시 쟁쟁한 의원들은 친환경적 개발을 위한 방안을 전북도에 요구했고 유 지사는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는데, 이 과정에서 오해와 혼선이 빚어진 것.

그날 이후, 도-정치권 간담회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주요 의제를 조율하고 서로 상의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가끔씩 난상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해 민선 8기 출범 이후 전북도와 정치권은 한 달에 한 번씩 정책간담회를 개최하고 있다.

국가예산 확보 및 현안 추진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자리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점차 ‘비공개’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 2월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렸던 도정 간담회도 김관영 지사와 한병도 민주당 도당위원장, 정운천 국민의힘 도당위원장의 인사말이 끝난 뒤 비공개로 전환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민감한 얘기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

좋게 해석하면 ‘외부’로 세나가면 전북 전략 수립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어 긴밀히 논의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사와 참석 국회의원 8~9명 그리고 관계자들이 배석한 자리에서 비공개한다 해도 그날 있었던 얘기는 외부로 다 흘러나갈 수밖에 없다.

비공개가 필요한, 무슨 그런 큰 비밀 얘기가 있는 지도 의문이다.

실제 그날 간담회에서 ‘특별히’ 비공개해야 할 사안이 있었다는 말은 이후에도 들은 바가 없다.

도와 정치권의 간담회는 전북의 리더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떻게 전략을 수립하는 지를 논의하는 자리다.

부족한 부분은 서로 채우고, 격려하고 추진 방안을 협의하는 중요한 모임이다.

도민들은 지사와 의원들이 한 달에 한 번, 그 중요한 시간에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 지 궁금해 할 것이다.

혹여 말 실수라도 할까봐, 간담회를 비공개하는 것이라면 더욱 우려스럽다.

도와 정치권 그리고 의원들 사이에서 치열한 격론이 오고가야 ‘미래’가 보일 것이다.

얼굴을 좀 붉히는 일이 있더라도 공식석상에서 공개적으로 발언할 정도의 배짱이 있어야 중앙 정치권에서도 큰 소리를 치지 않겠는가.

/김일현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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