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만식 시집 '얼굴이 쓰는 이야기' 출간
친근한 소재-다정한 가락-민중정서 표현

"더부룩한 생각 손바닥으로 쓸어내려 시가 짧아졌다." 

다양한 시인들의 작품을 읽다 보면 그들만의 표현이 신선하게 다가올 때도 있지만, 도저히 소화하기 어려워 이내 머리가 지끈거리고 결국 잠시 책을 덮어두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박만식 시인은 지난 12월 시집 ‘얼굴이 쓰는 이야기’(펴낸 곳 리토피아)를 발간했다.

본 작품을 읽고 나면 손자가 체할까 음식을 잘게 씹어 먹였다는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저자가 펜을 잡은 손으로 체한 마음을 연신 가라앉힌 덕분인지, 담백하면서도 연륜 있는 자만이 표현할 수 있는 풍미가 입 안에 남는다.

‘알음알음’과 같이 중간중간 머리를 식혀주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곁’처럼 너무나도 진한 사랑의 감정에 코가 찡해지는 작품도 있다.

저자가 평생 교사 생활을 해왔기 때문일까, 작품 속 시들은 친절하게도 주인공이 누구인지 흔적을 남겼다.

이러한 ‘명함’ 덕분에 시를 많이 접해보지 않은 사람이더라도 해당 도서를 부담없이 접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가볍게 쓰인 작품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장재훈 문학평론가의 평을 빌리자면, “우리 문단 대다수의 시 작품들이 이질적이고 낯선 로맨티시즘, 경박한 주지풍의 기교주의, 뜻 모를 초현실주의와 다다이즘, 아니면 실존주의 따위가 마구 흩뿌려대는 치기만만함, 몽롱성, 무책임한 언어유희 등에 빠져 있지만 박만식 시인은 특이하게 이런 와중에서 벗어나 친근한 소재, 다정다감한 가락, 민중적인 정서, 쉽고 따뜻한 언어라는 보편주의의 원리를 철저히 지켜왔다”는 데에 이견이 없다.

또 채수영 문학평론가는 "박만식의 시는 회고적이다. 그리고 페이셔스와 재치와 삶의 이야기가 함축돼 눈을 뜨고 있다"며 "오래된 추억의 이야기가 때로는 사설풍의 가락을 서정의 묘미로 압축하는 재주는 놀랍다"고 평했다.

표정은 말보다 구체적이라고 알려준 시 ‘표정’대로 그의 시에는 숨기지 못한 희로애락의 감정이 잔잔하게 담겨있다.

때로는 어색하고, 때로는 망설이며, 때로는 부드러운 표정들을 함께 감상하면 저자의 작품을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박만식 시인은 전북 익산에서 태어나, 1999년 ‘문학공간’ 신인문학상에서 시 ‘전라선’외 5편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푸른 간격』과 『물집』, 편저로는 『낯선 현대시』, 『고전평설』 등이 있다.

익산 이일여자중·고등학교에서 국어 교사와 교감으로 재직하다가, 2017년 교장을 끝으로 38년간의 교직 생활을 마감했다.

/조석창기자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