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도교육청 '전북교육인권조례' 입장차 팽팽

2014년 체벌-두발제한 OUT
학생보호 권리보장 법제화
교사인권침해 교권 바닥으로
보호대상 '학교 구성원'으로
교직원-학생보호자까지 포함
조례-센터명칭 '교육' 변경
'교육활동보호 혁신 TF' 구성

전교조 전북 "모호한 개념
교권구제 구체적 내용없어"
교권보호센터 권고무시
치유센터 상실-교권변호사
미배치 등 인권조례 허점투성
학교외 직원 인권보장 누락
교사인권 신장 집중··· 학생
인권보호 후퇴 우려 목소리

전북도교육청은 지난 달 20일 교육 인권 증진 기본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해당 조례안은 기존의 학생인권조례가 학생 인권 보호에 치중한 경향이 있어 학교 구성원 전체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도교육청은 이번 안을 통해 교육계의 인권 의식 및 인권 정책의 신장을 기대하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최초의 시도라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그런데 학생 인권이 오히려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으며, 교사와 학생, 학부모, 종교단체의 의견이 각자 엇갈리며 아직 합의점을 도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존 조례에서 무엇이 변화하고, 이해관계에 따라 각자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학생인권조례의 제정

전북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된 지 어느덧 10년이다.

헌법,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에 근거해 제정된 해당 조례는 단어에서 유추할 수 있듯 ‘학생’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전의 여러 세대가 경험했듯 과거 교사의 체벌은 당연한 권리로 인식됐다.

이들은 전용 ‘매’를 하나씩 보유했으며, 학생들이 잘못을 하면 단체로 책상 위에 올라가 무릎을 꿇게 하는 벌을 주기도 했다.

머리는 귀밑 OOcm로 잘라야 한다는 두발규정이 각 학교마다 존재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청소년에 대한 인권 역시 존중해야 한다는 의식 변화가 일어났다.

마침내 전북에서 이를 보장하기 위한 조례가 2014년 8월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체벌과 과도한 두발 제한이 ‘공식적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전라북도학생인권심의위원회와 학생인권교육센터를 설립해 인권 신장에 힘을 실었다.

교육, 반차별, 폭력과 위험으로부터의 보호, 사생활, 양심과 종교와 표현, 자치와 참여, 복지, 소수 학생 등 상당히 세부적으로 권리 보장을 법제화했다.

학교장은 학기당 2시간 이상의 학생인권교육을 진행해야 하며, 교직원을 대상으로는 연 2회 이상 실시하도록 명시했다.

 

▲‘학생’ 인권에서 ‘교육’ 인권으로

학생 인권이 신장하면서 역으로 교사의 인권이 침해받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의견이 불거졌다.

작년 말 전북 군산의 한 중학교에서는 기간제 교사가 남학생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북도의회 행정자취위원회 염영선 의원(정읍2)이 지난해 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2022년 9월까지 교권보호위원회에 상정된 도내 교권 침해 사례는 166건에 이른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보호 대상에 해당하는 ‘학교 구성원’으로 학생뿐 만 아니라 교직원 및 학생의 보호자까지 명시했다는 점이 이번 교육 인권 조례안의 가장 큰 차이다.

명칭 또한 학생 인권에서 교육 인권으로 변경했다.

기존의 학생인권센터 역시 교육인권센터로 명칭을 변경했다.

학생과 더불어 교직원도 학교 내에서 인권 침해를 당하면 인권담당관에게 상담 및 조사요청을 할 수 있다.

기존의 학생인권조례는 새 조례안과 중복되거나 충돌하는 일부 조항에 한해 개정하고 나머지는 존치한다.

학생인권심의위원회는 전라북도교육청인권위원회로 신설된다.

추가로 도교육청은 올해 3월부터 교장, 교감, 교사 등 8명으로 구성한 ‘교육활동보호 혁신 TF’를 구성해 교육활동 보호 관련 정책·우수사례·해외사례의 분석, 설문조사, 정책제언 등 교육활동 침해 예방 및 보호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교사들은 해당 조례를 반기는 분위기다.

지난 달 10일 도교육청이 새 조례안과 관련해 진행한 공청회에서는 현직 교사 패널이 “학부모 또는 아이와 트러블이 생기면 예전과 달리 손을 떼라는 조언이 대다수”라며 교권이 바닥에 떨어지고 선생들이 학생에 대한 지도력을 잃고 있다고 발언했다.

또한 지난 14일 전북교사노동조합은 기자회견을 열고 조례 통과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해 입법에 힘을 실었다.

조례를 반대하는 대표 의견 중 하나인 조리원과 청소노동자 등의 제외 논란에 대해 “이들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아니라 전북교육인권조례 제2조 3항에 따라 ‘직원’에 포함된 교육공무직이며 무기계약직”이라며 사실을 왜곡하여 억지 논리를 펼치지 말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노조는 “학교 현장에서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교사들이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고 ‘조용한 사직’을 선택당하고 있다”며 “이러한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보신주의로 돌아선 교사들에게 피해를 입을 것은 결국 학생”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다만 이들은 학생 인권과 교사 인권은 제로섬 게임과 같이 서로 대척점에 서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학생 인권 역시 더없이 중요하고 존중받아야 하며, 보호자에 대한 권리를 구제함과 동시에 교사의 인권과 교육활동을 보장해야 학생의 학습권도 지켜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적지 않은 충돌

그러나 도교육청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일부 반대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전교조 전북지부는 지난 21일 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북교육인권조례 중단을 요구했다.

이들은 “교권이나 교사인권이라는 명확한 표현 대신 ‘교육인권’이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본질을 흐리고 있다”며 “보호받아야 할 교육활동의 내용, 교육활동을 어떻게 보호하고 침해된 교권을 어떻게 구제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전북지부는 “선생님들의 교권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교원단체가 오히려 교육청을 감싸고 있다”며 일부 단체를 향해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도교육청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전교조 송욱진 전북지부장은 교사들에게 JB메신저를 통해 “대안으로 전교조가 주도적으로 만든 ‘교권’ 조례의 조속한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쪽지를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쪽지에는 아동학대 오해를 막기 위한 ‘교육적 권한’ 명시, 문제 행동 학생을 즉시 격리하는 ‘관리자의 책무’ 명시, 교권침해 발생 시 교권을 옹호하는 ‘교권옹호관’ 배치를 제안했으나, 조례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적혀 있었다.

또한 송 전북지부장은 인권 조례의 허점으로 독자적인 교권보호센터 권고 무시, 교원치유센터 상실, 교권변호사 미배치 및 아동학대 법률 비용 지원 미비, 인권위원회의 교권 침해 여부 판단 권한 부재, 도정질의에서 김정수 도의원의 공개비판을 내세웠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은 내용을 배포하여 학교 현장의 혼란을 야기했다”고 유감을 표하며 전교조 측이 제시한 인권 조례의 허점에 대한 반박자료를 제출했다.

도교육청은 교원치유센터의 경우 “조직개편에 따라 전북교육인권센터로 이관되어 교육활동 침해 관련 상담, 치유프로그램 등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방안은 치유지원센터를 교육활동보호센터로 확대 개편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나, “교육부에 확인한 바 아직 법률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교육활동보호센터로 개편할 수 없으며 추후 관련 법령이 개정될 경우 교육부 추진사항에 맞춰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음으로 교권변호사 미배치 및 아동학대 법률 지원은 현재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1교원당 법류자문 비용을 10회 지원하고 있으며, 2023년 자문 변호사를 9명으로 증원한 상황이다.

인권위원회의 권한 부재의 경우 “교원지위법에서 ‘교육활동 침해 학생에 대한 조치’는 ‘학교교권보호위원회’ 심의 후 학교장이 조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고 해명했다.

그 외에도 앞서 말했던 ‘교육활동보호 혁신 TF’를 통해 교육활동 보호 방안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알렸다.


▲‘학생’이 사라졌다?

조례가 교사 인권 신장에만 집중하며 학생을 위한 항은 일부 삭제됐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먼저 기존의 학생인권센터가 교육인권센터로 변경되면서 맡아야 할 업무의 양이 늘어나지만, 이에 대응한 업무 인원 증가를 수반하지 않으면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국가인권위원회 노정환 지역인권증진팀장은 공청회 자리에서 “조례를 보면서 학생이 사라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혼자 쓰는 방에 세 팀을 밀어 넣고 방 크기는 그대로인 격”이라고 비유했다.

또한 노 팀장은 “시민 활동 지원이나 학생 참여 위원회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의 기본적인 권리 중 하나인 참여권을 실질화하는 것인데, 이를 왜 인권 조례에서 삭제하려고 하는지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덧붙여 일부 노동자에 대한 소외 또한 지적됐다.

일부 시민단체는 도교육청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20일 입법 예고한 조례안은 졸속으로 이뤄진 개악안”이라며 “조례안 제2조에서 교직원을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원과 직원으로 한정해 학교 외에서 근무하는 교직원에 대한 인권 보장이 누락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채민 상임활동가는 “교권 관련 특별법 따로 있고, 전북의 교권 보호 조례가 따로 있다. 교권 보호 조례에는 학교마다 교권보호위원회를 만들 수 있도록 되어 있을뿐더러 전북교육청 산하에 교권 보호 위원까지 따로 있음에도 학생들은 학생인권조례의 학생인권심의위원회와 학생참여위원회가 전부”라고 발언했다.

일부 종교단체 또한 조례 반대 입장을 취했다.

전북기독교총연합회, 전북성시화운동본부 등 종교단체는 성명서를 내고 “해당 조례는 교육적 측면을 도외시해 장기적으로 학생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반기독교적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새 조례는 차별금지법을 바탕으로 실천과 교육을 하는데, 국제조약의 내용을 유권해석했을 때 동성애 등을 옹호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이다.

더불어 “서거석 도교육감은 지난 해 210개 학교를 대상으로 성인지 감수성 진단 검사를 실시한 바 있다”며 “차세대 학생들에게 성윤리를 고취시키고 가족 체제를 해체하는 정책을 만들어가고 있는 교육부를 규탄하며 서 교육감은 인권 조례를 꼭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도교육청은 “학교 구성원이 상호 인권을 존중하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해당 조례를 제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북교육인권센터에 대해서는 “현장의 필요에 신속하고 적절한 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센터 조직의 확대 및 인원의 증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고려해 조례안에 ‘효율적인 업무 수행을 위한 인력 배치 및 예산 등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교육감이 조치해야 한다’고 명시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학생인권심의위원회 폐지를 통한 학생 인권 보호 후퇴 우려에 대해서는 “전라북도교육청인권위원회를 신설해 학생과 교직원의 인권침해 사안 심의뿐만 아니라 인권 제도, 인권 정책, 권리 구제 등도 심의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도내 학교 구성원 인권보호나 교육활동 보호 관련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최선을 노력을 하고 있다”며 “특히 교육활동 보호 관련 정책은 교육단체, 현장 교직원 등과 협력해 흔들림 없이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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