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철 한국노총 전주시지부 부의장
/박병철 한국노총 전주시지부 부의장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이 신임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한 정순신 변호사(검사출신)가 28시간 만에 물러났다. 아들의 학교 폭력이 원인이 되었다.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폭 사건은 2018년 3월에 발생했고, 그 당시 정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에 근무하고 있었으며, 검사장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은 인사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아 물의를 빚었다는 사과 한마디로 일축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만약에 인사 검증을 제대로 해서 아예 대상자로 물색하지 않았다면 이 사건은 수면위로 올라오지도 않고 잊혀 졌을지도 모른다. 

 정순신 변호사는 아들의 학교 폭력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무려 10번의 재심, 소송 등 각종 절차를 거쳤다. 가해자 정군과 피해 학생 A군의 학교 폭력은 1학년 5월경부터 시작되었다. 가해자는 피해자를 좌파 빨갱이, 개·돼지로 비하하며 많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왜 돼지새끼가 인간이 밥 먹는 곳에 오냐. 사료나 쳐 먹어. 구제역 걸리기 전에 꺼져.” 등의 모욕적인 말을 수시로 내뱉었다. 후배들 앞에서도 말을 자르며 무시하고 “돼지 조용해. 돼지는 가만히 있어.” 등의 비하 발언을 수도 없이 했다. 이와 관련한 첫 학교 폭력위원회에는 아버지 정순신 변호사도 참석을 했다. 여기서 그는 이번 학교 폭력이 물리적 폭력이 아니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언어적 폭력이니 맥락이 중요하다며 별 사안이 아닌 것처럼 변명했다. 그러나 피해자는 계속되는 언어폭력으로 학교를 다닐 수도, 일상생활을 할 수도 없어 자살을 결심할 정도가 되었는데 이것이 매우 심각한 수준의 폭력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되묻고 싶다. 당신이 그런 일을 당했어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결국 학폭위에서는 퇴학 이전 단계인 전학 처분을 했고, 이에 가해자 측은 강원도 교육청에 재심을 신청, 강원도 학생조정위원회가 열렸는데, 여기에는 검사 아빠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변호사가 참석해서, 때리거나 돈을 뺏거나 찾아가서 계속 괴롭힌 것이 아니라는 점을 역설해 결국 최종적으로 전학 취소 처분이 내려졌다. 법 집행을 주업으로 한다는 사람들의 리걸 마인드(legal mind)가 이 정도라니 참 어이가 없기는 정변호사나 마찬가지다. 

 그러자 A군 부모는 다시 재재심을 신청, 다시 한 번 강제전학조치가 취해졌고, 검사 아빠는 아들을 전학시키는 대신 4가지의 법적조치를 진행했다. 즉 법원에는 전학처분에 대한 집행정지와 이를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국민권익위원회에는 전학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와 행정처분을, 민사고에는 학교자체에서 내린 징계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것이다. 결국 이와 같은 집행정지 상태에서 학교 폭력의 피해자는 가해자와 분리되지도 못 하고 같은 학급, 같은 기숙사에서 죽기보다 싫은 얼굴을 마주해야 했고 본인이 학교를 그만두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이후 가해 학생은 서울대 철학과에 입학하고, 피해 학생은 대학에 들어갔다는 정황도 없이 소재 파악조차도 안 되고 있다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아이들의 학교 폭력을 가지고 과연 이렇게 할 일일까. 정순신 변호사는 권력과 본인의 법 기술을 최대한 이용, 총 10차례나 법적 절차를 진행해 아들의 학교 폭력을 덮으려 하고, 비호하려고만 했다. 그 아들은 과연 아버지로부터 무엇을 배우고, 서울대를 나와서 어떤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이번 사건은 또 다시 정순신이 복제되는 우리 사회 구조의 문제이며, 학폭도 결국은 권력과 계급의 문제인가라는 허탈함과 함께 죽는 게 낫다는 피해 친구를 돕지 못한 주변의 친구들까지 죄책감으로 고통스럽게 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었다. 가해자의 부모가 자기 아들에게 피해 학생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 한 마디와 법적 절차에 대해 인정하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할 줄 알도록 가장 단순한 진리를 알게 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최근 방영 3일 만에 전 세계적 시청률 1위를 기록한 드라마 ‘더 글로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학교 폭력을 모티브로 한 김은숙 작가의 작품인데, 극이 주는 긴장감과 인간 내면의 추악함을 극렬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피해자의 통쾌한 복수가 강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고, 가해자들끼리의 아귀다툼도 인간의 본성을 부각시킨다. 결국 권선징악은 없는 것들이나 바라는 것이라며 비아냥거리던 가해자는 철창신세가 되는 것으로 극이 마무리된다. 학교 폭력이 사회적 문제가 된 지는 오래 되었다. 다만 수많은 갈등 속에서 어떻게 화해하고, 이해하며 친구를 배려할 것인지를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쳤으면 좋겠다. 

 금쪽같은 내 새끼가 고통당하는 것을 좋아할 부모는 한 명도 없고 내 새끼 잘 못 되는 꼴을 보고 싶은 부모도 더더욱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내 새끼의 폭력으로 몇 십 배 더 큰 고통을 겪을 피해자에게, 부모라면 진정성 있는 사과부터 해야 함은 지극히 마땅한 일이다. 한국 사회는 자녀들에게 많은 것을 대물림한다. 축적된 부, 명예, 권력 등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고자 안달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물려주어야 할 것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이해와 함께, 동료를 배려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상대방을 먼저 생각할 줄 아는 성숙한 시민의식이지 않을까 싶다.

/박병철 한국노총 전주시지부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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