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창작워크북 '전통연희와 민속 그리고
동작'··· 창작과정 정립해 혼란 최소화

공연 창작 워크북인 ‘전통연희와 민속 그리고 동작’이 발간됐다.

민속공연 ‘망각의 달 축제’를 중심으로 출간된 이 워크북은 민속적 동작의 변용이나 민속적 동작들의 무대화 등을 통해 민속문화가 어떻게 공연문화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한 눈에 정리했다.

공연창작 과정은 불안의 연속이다.

더구나 전통연희와 민속을 기반으로 한 극 형식의 창작공연은 기종 장르와 미묘하게 다른 점이 많아 더욱 그렇다.

몇 번이고 수정한 대본과 연출안들은 연습이 시작되면 너덜너덜한 걸레가 되어 버리기 일쑤이다.

개막이 다가올수록 불안감은 더욱 심해진다.

제작진, 연출진, 출연진들은 각자 서로가 마음에 들지 않고 짜증이 난다.

이것이 최선인지 의심이 들고 서로를 탓한다.

셋업과 무대 리허설이 시작되면 참여자들의 불안감과 긴장은 절정에 치닫는다.

장면에 따라 희망과 포기가 반복된다.

작은 실수도 모든 구성원들로부터 분노를 자아내는 반면 커다란 실수는 포기를 부르기도 한다.

불안과 분노 그리고 포기가 반복되다 드디어 관객을 앞에 두고 첫 공연이 펼쳐진다.

출연자들은 무아지경 속에 무대를 종횡하고 제작진과 연출진은 객석에서 슬그머니 관객들의 표정을 살핀다.

환호와 박수로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퇴장하면 이제 서로와 서로가 눈물나게 고맙고 소중하게 됐다.

이해할 수 없던 연출의 디렉팅은 신의 한수가 되고 어색했던 몸짓은 공연의 핵심 장면이 된다.

제작과정에서 참여자 서로간에 쌓였던 불신과 분노들은 공연 종료와 함께 서로를 단단하게 신뢰하는 계기로 전환된다.

전통연희 또는 민속을 기반으로 극형식을 공연을 창작한다는 것은 연극보다는 텍스트 기반의 대본 의존도가 낮고 콘서트보다는 스토리와 상황이 구체적이 된다.

그리고 기존 창극보다는 판소리 의존도가 낮고 동시에 음악적 표현이 강조된다.

기존 장르와 모두 미묘하게 다른 방식이라는 것은 바꿔 말해 관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혼돈이 무대 위에서 펼쳐질 확률이 높다.

연극도 판굿도 민속재현도 무용도 판소리도 아닌 것이 또는 그 모든 것이 뒤죽박죽 무대에서 펼쳐지는 혼돈의 상황이 관객 앞에서 공연 내내 반복될 위험이 크고 우리의 불안과 두려움은 여기에서 오게 된다.

머리를 쥐어 짜 구성한 몸짓과 음악, 소리와 연기, 캐릭터 간의 상호관계들이 과연 의도대로 관객들에게 닿을까 의구심이 든다.

관객들의 시각을 알 수 없으니 제작 기간 내내 혼돈을 우려하는 극단의 불안증을 겪게 된다.

특히 마을의 잔치판은 객석도 무대도 없이 모두가 하나 돼 뒤섞인 상태에서 진행이 되지만 이것이 그대로 무대 위에 올라가면 관객과 출연진들은 분리가 된다.

아무리 무대가 객석과 가까워도 잔치 풍경과 같이 무대와 객석이 뒤죽박죽이 될 수 없다.

공연은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분명하고 관객은 무대 위의 상황을 보고 듣기만 할 뿐 그 속으로 들어올 수 없다.

때문에 민속공연의 창작 방향은 잔치에 참여한 사람들이 공유하는 정서들을 무대에서 객석으로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

잔치를 포함한 옛 민속행위에 내포된 복합적인 정서에 관객들도 동화될 수 있도록 창작하고자 민속의례, 몸짓들을 재구성하게 된다.

재구성되는 의례와 몸짓들은 외형과 동작만 바뀌지 않는다.

노래와 가락, 음정, 풍물 반주가 변용되기 시작한다.

합굿마을문화생산사협동조합 김여명 대표는 “결과를 알 수 없으니 과정에 충실하자. 스토리가 몸짓이 되고 음악과 연동되는 창작의 과정을 정리함으로써 혼란을 겪는 스스로에게 일정한 루틴을 세워야 한다. 아울러 전통연희를 기반으로 한 공연창작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시도했던 방식들을 제시하며 각자의 창작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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