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구 칼럼니스트
/이춘구 칼럼니스트

 지난 3월은 전북인으로서 자괴감과 가능성이 교차하는 달이었다. 자괴감을 거론하는 것은 3월 초부터 난데없이 터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이전설로 겪게 된 만성적 지역차별 병 때문이다. 가능성은 지난달 17일 전북 여야 국회의원들이 공공기관 추가이전에 한 목소리를 내고 전북 차별에 일침을 가했기 때문이다. 전자는 인구 180만 명 선이 무너지고 국회의원도 10명밖에 되지 않고, 지역경제 비중이 낮은 데서 비롯된다. 그래서 전북을 만만하게 보고 흔들어대는 것이 아닌가? 전북 정치권이 모처럼 이에 대한 응전으로 공동성명을 내고 결기 있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이다.

  기금운용본부 이전설에 대해서 전북 정치권은 성명서를 통해 “최근 기금운용본부의 서울 이전설이 제기되면서 정부의 균형발전 의지에 대한 도민들의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며 “서울 이전설의 기저에는 중앙 중심의 편협한 사고와 시대착오적인 편견이 깔려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서울 이전설이 사실이 아니고 정부의 균형발전의 의지가 진실하다면 이제 정부가 당당히 응답할 차례다.”며 “도민에게 한 약속을 기억하며 전북의 특성에 맞는 공공기관 이전을 결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문제는 국회에서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국회의원(서울 광진구 갑)이 보건복지부 차관으로부터 “사실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제404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혜숙 의원은 기금운용본부 서울 이전으로 “전라북도가 발칵 뒤집히고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기금운용본부 서울이전 검토를 지시했다는 것이 사실인지 질의했다. 이기일 차관은 “기금운용본부 이전은 대통령실이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으며, “이미 국민연금법 27조에 (기금운용본부 소재지는) 전라북도로 법이 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전혜숙 의원은 “기금운용본부에 대해서 불필요한 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하며 질의를 마무리 했다. 전북인으로서는 다행으로 생각하지만 마지막 남은 자존심마저 상했다는 감정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전북 여야정치권이 한국투자공사와 7대 공제회, 농협중앙회, 한국마사회 등의 전북 이전을 촉구한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전북 정치권은 “(기금운용본부) 서울 재이전설이 사실이 아니라면, 정부의 균형발전 의지가 진실하다면, 이제 정부가 당당히 응답할 차례다.”라며 이 같이 요구했다. 

  전북 정치권은 “전북이 요구하는 공공기관의 우선 배치는 국토 불균형 해소와 전북 도민들과의 약속을 이행하는 첩경이 될 것이다.”며 “이들 기관의 전북 배치가 실현될 때까지 뜻을 굽히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이들은 먼저 전라북도 금융산업 육성은 대통령 지역공약이라고 들고, 한국투자공사와 7대 공제회의 전북 이전을 결정하라고 주장했다. 또 전북에 농촌진흥청과 4대 농업연구기관이 집적돼 있는 특성을 고려해 농협중앙회를 전북으로 이전하라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전북은 정부 지정 말산업특구를 보유하고 있으나 유일하게 경마장이 없는 지역이라며, 한국마사회의 전북 이전을 결정하라고 촉구했다.  

  한국투자공사와 7대 공제회의 전북 이전은 국민연금공단과 함께 시너지효과를 거두며, 전북혁신도시를 자연스럽게 금융중심지로 만들 것이다. 더 나아가 새만금투자진흥지구와 함께 농생명에 특화된 세계금융중심지로 부상할 것이다. 농협중앙회와 마사회의 이전도 국제생명경제를 실현시키고자 하는 전북 도정방침과 부합하는 것이다. 정부의 공공기관 추가이전은 이처럼 낙후 전북을 살리며 국가의 균형발전을 이룩하는데 순기능을 할 것이다.

  지난해 취임 이후 여야협치를 추구해온 김관영 전북지사는 여야협치로 기금운용본부 이전설을 잠재우며 공공기관 추가이전에서도 전북의 단합된 의지를 정부에 전달하는 데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더욱 더 중요한 점은 때를 맞추어 전북의 목소리를 내고 여야 모두가 일체가 되도록 한 것이다. 때를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중용』에서는 이를 시중(時中)이라 하며 주요 덕목으로 강조하고 있다. 전북 여야 정치권이 이번 사태를 거울로 삼아 전북인의 상처를 아물게 하고, 자존심을 곧추 세우도록 협치를 계속하기를 기대한다.

/이춘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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