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째보 선창

김익남

 

춘삼월 째보 선창 밤바람은 세차고

해수면 간조로 바닷가는 갯벌이 쌓여

운동장 같다

 

바다 한가운데 등대는

지나가는 어선도 없는데 계속반짝이고

옛적 이곳 흥청대던 선창가

지금은 텅 빈 째보 선창

 

인적 없는 선창가를

나는 이곳에서 60년 전 살았다

때로는 친구를 불러 보면서

세월의 덧없음을 아쉬워하면서

 

김익남 시인 시집<세우러 담은 아내>(서울문학출판부.2022)

불교에서 네 가지 진리로 가르침을 전하여 오는 것 중 하나가 제행무상(諸行無常)이다. 모든 것은 항상하지 않는다. 즉 모든 것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목숨을 담보로 맹세를 했던 마음도 환경과 조건에 따라 변한다. 급기야 ‘당신이 그럴 줄 몰랐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등등으로 마음을 의심하게 한다. 일만 년을 가부좌로 앉은 바위도 눈에 보이지 않게 깎이어 나가고 있다. 철도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부식되고 많다. 아무리 강한 물질이라도 시간 앞에서는 겸손해야 하지 않을까? 

사월은 봄이 시작하는 꽃계절이다. 그런데 벚꽃이 함박눈처럼 바람에 날리는 것을 보면 봄이 쉬이 가버릴 것 같다. 이제 시작하는 봄 앞에서 벌써 뒷모습을 짐작하는 것은 계절에게 불손한 일인지 모른다. 그런데도 봄을 염려하는 것은 매년 반복되는 봄의 순환을 알아버릴 만큼 많이 살았다는 증거다. 시인의 노래처럼 말이다. “바다 한가운데 등대는/지나가는 어선도 없는데 계속 반짝이고/ 옛적 이곳 흥청대던 선창가/ 지금은 텅 빈 째보 선창// 인적 없는 선창가를/ 나는 이곳에서 60년 전 살았다/ 때로는 친구를 불러 보면서/ 세월의 덧없음을 아쉬워하면서” 전주-군산간 총알택시로 오가며 째보 선창에서 술을 마셨던 40여 년 전 세월이 그립다. 나만 봄 앓이 하는가?

-김현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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