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문지문학상’, 2023년 ‘젊은작가상’에 호명된 올해의 신인 현호정의 첫 장편소설 ‘고고의 구멍’이 출간됐다.

설화를 구축하는 핵심 플롯이 ‘우연’이라면, ‘단명소녀 투쟁기’는 ‘투쟁기’라는 단어가 함축하고 있는 것처럼 의지와 행동으로 기어이 ‘필연’의 세계로 나아간다는 심사평과 함께 2020년 제1회 박지리문학상을 수상하며 우리 앞에 등장한 현호정이 SF적 상상력을 발휘해 소녀의 상실을 공유하는 행성과 그 창조 신화를 탄생시켰다.

‘고고의 구멍’을 읽다 보면, 수상 소감에서 “초대받지 않은 파티에 와버린 느낌으로 살아왔다”라고 밝힌 그의 말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자신을 버린 세계도, 자신을 떠난 사랑도, 그렇게 상처 입은 자기 자신도 확연히 볼 수 있게끔 구멍을 내었다.

상실의 순간에서 상실감에 빠져 미처 발견할 수 없었던 상실의 구멍을 발견할 수 있도록.

그렇게 사랑을 품었던 가슴에 구멍을 품었다.

상처 입은 가슴을 무언가로 채울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현호정의 성장은 상실의 자리에 구멍을 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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