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신예감독 장편영화 엄선
국제경쟁 10편 본선 진출작 선정
올해 프랑스 다큐 한 작품 출품
한국경쟁부문 11편 다양한 주제
각기 다른색채 영화로 퀴어 대세
전주영 '미확인'-손구용 '밤산책'
SF 작품-실험영화 등 눈에 띄어
곽은미-박중하 첫 장편영화 선봬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의 핵심 프로그램 중 하나인 국제경쟁과 한국경쟁작이 선정됐다.

우선 국제경쟁 부문은 총10편의 영화가 소개된다.
 

▲ 국제경쟁

국제경쟁 부문은 전 세계 신예 감독의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장편영화를 엄선해 소개하는 섹션으로 총 10편의 본선 진출작을 선정했다.

선정작 중 극영화는 9편으로, 마리아 아파리시오 감독의 ‘구름에 대하여’는 아르헨티나의 아름다운 흑백 영화로, 한 도시에 사는 것 말고는 어떤 공통분모도 없는 네 주인공의 이야기를 각각 풀어낸 작품이다.

우랑 감독의 ‘부재’는 배우 이강생이 주연을 맡아 쓸쓸함이 극대화된 연기를 담았다.

앙토니 라피아 감독의 ‘애프터’는 귀를 때리는 테크노 음악과 광란의 춤이 넘쳐나는 파리의 어느 클럽에서 벌어지는 애프터파티를 통해 젊은 군상을 그려낸다.

우무트 수바셰의 ‘가벼운 재앙’은 튀르키예의 젊은 세대를 다루는 작품으로, 그들이 마주한 걱정거리와 불안감을 등장인물들의 긴밀한 관계 설정과 연출력으로 유쾌하게 보여준다.

카를로스 파르도 로스의 ‘H’는 스페인 팜플로나에서 열리는 황소 축제에서 사망한 아저씨 H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을 기묘한 체험으로 이끄는 작품이다.

아리안 파라르도 생 아무르, 폴 쇼텔 감독의 ‘밤의 우회로’는 고향 방문 중 갑작스럽게 사라진 유명 피겨 스케이팅 선수를 찾아 나선 저널리스트의 이야기를 신비로운 영상으로 담았다.

말레나 최 감독의 ‘조용한 이주’ 또한 눈여겨볼 만한 작품이다.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덴마크의 시골 마을에서 양부모와 조용한 일상을 살지만 정체성의 혼란이라는 내적 갈등을 겪는 한국계 입양인의 심리를 그렸다.

올렉산드르 조브나의 ‘사셴카’는 전화에 휩싸여 있는 우크라이나의 현재를 투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올렉산드르 조브나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1960~70년대 구소련을 배경으로 주인공의 비극적인 삶을 다룬다.

오타 타츠나리의 ‘돌을 찾아서’는 개울가에서 우연히 만난 남녀가 물수제비 놀이를 하다가 강물에 던진 돌멩이를 찾으며 일어나는 사소한 이야기로부터 감정의 흐름을 포착해낸다.

올해 다큐멘터리는 한 작품 선정됐다.

폴 B.프레시아도 감독의 ‘올란도, 나의 정치적 자서전’은 버지니아 울프의 '올란도'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프랑스의 다큐멘터리로, 성전환이 단순히 젠더의 문제만이 아니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선택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 한국경쟁

한국경쟁 부문에 출품된 작품은 11편으로 지난해보다 10편 남짓 줄었다.

예년에 비해 다양한 주제를 담은 각기 다른 색채의 영화들이 많이 출품돼 특정한 경향을 논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 정도다.

굳이 말하자면 퀴어가 자연스러운 대세로 떠올랐고, 영화 또는 예술 제작 과정을 다룬 영화들이 장편뿐 아니라 단편에서도 상당히 많아졌다.

또한 문학 분야의 영향 탓인지, SF적 상상력을 나름의 방식으로 소화한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전작 ‘욕창’을 통해 가부장적 가족 관계, 돌봄 노동, 노인 문제 등을 깊이 있게 조명했던 심혜정 감독은 신작 ‘너를 줍다’를 통해서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깊은 구석을 파고든다.

끈적하면서도 징글징글한 가족이라는 세계를 드러냈던 데뷔작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의 신동민 감독은 ‘당신으로부터’에서 가족이라는 주제를 연장하면서 자신의 ‘스타일’을 각인시킨다.

정통 퀴어 멜로드라마라 할 수 있는 ‘담쟁이’로 전주에서 화제를 모았던 한제이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는 청춘 퀴어 드라마라고 부를 수 있다.

청춘의 성장담을 역동적으로 담았던 ‘그로기 썸머’ 이후 윤수익 감독이 내놓은 10년 만의 신작 '폭설'은 어른이 되어가는 두 소녀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다.

해외 영화제를 통해 먼저 선보인 실험성 짙은 영화들도 눈길을 끈다.

올해 로테르담국제영화제 하버 부문, 지난해 싱가포르국제영화제 언더커런트 부문 등에서 상영된 전주영 감독의 ‘미확인’은 1993년 정체를 알 수 없는 UFO가 지구 위 각 도시 상공에 나타났다는 가상의 사실을 전제로 하는 영화다.

‘미확인’과 함께 2023년 로테르담국제영화제 하버 부문에서 상영된 손구용 감독의 ‘밤 산책’은 독특한 형식의 다큐멘터리이자 실험영화다.

유형준 감독의 ‘우리와 상관없이’는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에서 상영됐다.

주인공인 중년의 여배우가 갑작스러운 뇌졸중에 걸리면서 자신이 출연한 영화 시사회에 참석할 수 없게 되자 함께 작업했던 사람들이 잇달아 찾아와 시사회 결과를 들려주는데, 그들의 이야기는 어긋나고 엇갈린다 다큐멘터리 작품 또한 주목할 만하다.

유수연 감독의 '수궁'은 어전광대 정창업의 증손녀이자 첫 판소리 인간문화재 정광수의 딸인 여성 소리꾼 정의진의 이야기를 담는다.

박마리솔 감독의 ‘어쩌다 활동가’는 이주 노동자들의 인권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자신의 어머니를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전주에서 첫 장편을 내놓는 두 감독의 영화도 돋보인다.

곽은미 감독의 ‘믿을 수 있는 사람’은 한 탈북민 여성의 삶을 연대기순으로 묘사한다.

한편,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오는 4월 27일부터 5월 6일까지 열흘간 전주 영화의거리 일대에서 개최된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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