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작년 미분양 주택 2,520호
올해 1월 4,086호 두배이상 급증
규제완화에도 한달새 61% 늘어
부동산시장 침체에 자금난 심화
치솟는 금리에 실수요자 확줄어
사업 시행자 PF대출 막막하기만
고물가에 자재비도 덩달아 인상

분양저조로 자금난에 폐업 급증
PF대출 3개월만 1조8천억 증가
연체율 작년 1.19%로 0.33%p↑
건설업 경기실사지수 78.4 하락세
분양악화지역 한시적 세제 완화
재개발-재건축 인허가 문턱 낮춰
지방 맞춤형 부동산규제완화 절실

늘어나는 미분양에 고금리, 고물가로 인한 자재가격 인상,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 급증까지, 건설업계를 향해 휘몰아치는 비바람이 거세다.

전북지역에서는 그 동안 늘어났던 미분양이 주춤한 모양새지만 이미 쌓여 있는 물량이 많아 여전히 업체들을 위기로 내몰고 있다. 전문가들은 분양시장 분위기가 완전히 살아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분양 증가세가 꺾였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고금리가 지속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한국은행은 최근 기준금리를 두 번째 동결했지만 지난해 7차례나 금리가 인상되면서 고금리 공포가 확산하고, 부동산 시장에 몰아치는 한파는 더욱 거세졌다. 

그 동안 대출금리가 올라가면서 실수요자들은 금융권으로부터 돈을 빌려 집을 사기가 어려워졌다. 또 사업 시행자들은 PF 대출이 쉽지 않아 사업에 속도를 내기 힘들어지면서 시장이 활기를 잃은 지 오래다. 

금융시장의 불안을 조성하는 부동산 PF 대출이 급격히 늘어 연체율도 크게 증가했다.

그만큼 금융권의 위기가 커지고, 고금리 영향으로 기업은 기업대로 어려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늘어난 미분양, 치솟은 금리,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 급증까지, 시시각각 돈줄을 조여오는 건설업계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늘어난 미분양...치솟은 금리, 고물가 등 여전

코로나19 이후 과열됐던 부동산 시장이 지난해부터 서서히 식어가면서 미분양이 늘어나고 고금리에 고물가가 여전하다.

전북지역 미분양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가세를 보이다가 최근 주춤하는 분위기이지만 이미 늘어난 물량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다행히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줄어 들어 숨고르기를 하는 모양새다.

전북은 지난해 지난해 11월 전북의 미분양 주택은 1천951호로 전월 1천383호에 비해 568세대가 늘어나 41.1%가 증가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2천520호에 달하던 미분양 주택이 올해 들어 1월 4천86호까지 급증했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올해 1월에는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완화에도 전북의 미분양 주택물량은 한달 새 61% 늘어나 전국 최고 증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2월에는 4천18호로 전월 대비 소폭 1.7% 감소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그 동안 쌓인 미분양은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중견 건설사들의 자금난을 심화시키고 있다. 전북의 미분양 상황이 비교적 양호하다고 볼 수 있지만 건설사 입장에서 보면 다른 지방과 마찬가지로 심각하다는 얘기다.

전국의 미분양은 크게 늘어났다. 

지난 2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5천438가구로 전월보다 0.1%인 79가구 증가했다. 

공사가 끝난 뒤에도 분양되지 못해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8천554가구로 전월보다 13.4%인 1천8가구가 증가했다.

문제는 미분양 물량의 83%가 지방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지방의 건설사를 중심으로 자금난이 심각해지면서 위기로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중소 건설사가 도산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연쇄적으로 부도가 발생할 경우 주택사업 비중이 높고 지방에 사업장이 많은 중견 건설사의 자금 위기로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치솟아 있는 고금리도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두 번째 동결했지만, 지난해 7차례나 금리가 인상되면서 고금리 공포가 확산하고 있고 부동산 시장에 몰아치는 한파는 더욱 거세졌다. 

지역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출금리가 치솟으면서 금융권으로부터 돈을 빌려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들의 어려움은 가중됐고, 사업 시행자들은 PF 대출이 쉽지 않아 사업에 속도를 내기 힘들어지면서 시장이 활기를 잃었다”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금리는 동결됐지만 다른 악재들로 시장이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은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의 늪에서 벗어났다고 말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금리가 동결을 넘어 인하로 가지 않는 이상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여기에 고물가로 인한 건설자재비 상승도 문제점 가운데 하나다.

조달청은 최근 시설 자재 가격 심의위원회를 열었다. 올해 상반기 정부 공사비 산정에 적용할 공통 자재 6천863품목, 시장시공 569개 품목의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보다 평균 2.28% 상승했다.

또한 공통 자재는 평균 2.05% 상승한 가운데 전기요금 인상, 시멘트 수급 불안, 원자재 가공 및 유통비용 증가 등으로 블록, 기계 배관 부속품, 유리 제품 등의 인상 폭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조사됐다.

 

▲자금난 겪는 건설업체 위기감 심화 ‘휘청’  

전북은 아직까지 자금난에 따른 폐업 업체가 전면에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자금사정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업체가 하나 둘씩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일 국토부 건설산업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국 종합건설업체 중 지난달 폐업 신고한 곳은 48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25개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기준 폐업한 종합건설사는 총 119곳으로 지난해 1분기(72개)와 비교하면 65%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1월 33곳, 2월 38곳, 3월 48곳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 PF 대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미분양 증가로 건설사의 자금 사정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에는 시공능력평가 100위권에 들어있는 한 건설사도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건설업계의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해부터 공사 미수금과 유동부채가 크게 늘어나면서 재무 건전성이 악화됐다.

업체의 사업장 가운데 상당수는 신탁사 주체 현장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시공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시공 능력을 상실해 신탁사는 대체 시공사를 찾아야 한다.

특히 금융시장의 불안을 조성하는 부동산 PF 대출이 3개월 만에 1조8천억원이 늘고 연체율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초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29조9천억원으로 지난해 9월 말의 128조1천억원에 비해 1조8천억원이 증가했다.

또한 금융권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지난해 9월 말 0.86%에서 지난해 12월 말 1.19%로 0.33%p 늘어났다.

건설사의 어려움을 증명이나 하듯 건설경기 전망도 녹록지 않다. 

지난달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78.4를 나타냈다. 경기실사지수가 기준선 100을 밑돌면 건설 경기 상황이 나쁘다고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것을 뜻한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더라도 지난해 11월 경기실사지수는 12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52.5를 기록해 매우 부진했다.

이어 12월에 1.8p 상승했고 올해 1월은 9.4p, 2월 14.7p 오르는 등 지수가 3개월 연속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에 6.2p 하락해 지수가 4개월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경기실사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주택과 토목 등 신규 수주 위축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자금조달과 공사기성 지수 등은 전월보다 소폭 개선된 모습을 보였지만 신규공사 수주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이 전체 지수 회복을 끌어내렸다는 것이 건산연의 설명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분양 적체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입주물량이 집중되는 등 주택시장의 침체가 길어지는 분위기”라며 “특히 PF 부담이 높은 건설사의 경우 재무 건전성 관리에 역량을 모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 위기 극복하려면 규제완화 등 대책 내놔야 

부동산 시장이 경색된 가운데 안정적인 주택 공급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 전매제한 등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하지만 미분양에서 비롯된 건설업계의 위기는 여전하다.

미분양 물량이 쌓이면 쌓일수록 건설사들은 자금 회수를 못 해 경영난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에도 급격한 집값 폭락과 함께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면서 중견 건설사의 연쇄 부도가 이어졌다. 

아파트 매매가 하락은 축소 또는 확대되면서 여전히 내리막길이다. 

여기에 주택매매 거래는 거의 없어 시장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치솟던 주택가격이 조정기를 거쳐 안정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미분양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주택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분양 여건이 악화한 지역에는 취득세, 양도소득세 등의 세제 완화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과거 미분양 아파트를 사면 취득세·양도세 등을 한시적으로 감면해준 정책 등을 다시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도심에 거주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재개발·재건축 인허가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제안도 내놓고 있다. 지방의 맞춤형 부동산 규제 완화 대책을 신속히 마련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건설경기 부진, 원자재 가격 상승, 이자비용 부담 등으로 건설기업 내 ‘한계기업’ 비중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크게 상승했다는 소식도 나와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에 따르면 전체 지방 중소건설사 중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못 내는 ‘한계기업’ 비율이 2021년 12.3%에서 지난해 16.7%로 올라갔다. 지방 중소건설사의 위험이 상승한 것이다.

한계기업은 통상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을 뜻한다.

지방 중소건설사 가운데 1년 뒤 부도 확률이 5%를 넘는 부실위험 기업 비중도 이 기간 11.4%에서 12.8%로 늘었다. 이는 건설사 1천613곳의 재무 위험을 시뮬레이션한 결과다.

여기에 건설기업이 1년 후 부도를 맞을 확률은 0.613%로 나타났다. 

해당 확률이 5%를 초과하는 부실위험기업 비중은 2.8%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건설사의 위기가 갈수록 증폭되는 분위기다.

급격한 부동산 경기 위축과 아파트 미분양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당국의 선제적이고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신우기자 l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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