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영교수 '시칠리아 로맨스' 첫 번역 출간
영국 문화 선구자적 작품 국내 친숙하길 기대

매년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외국의 유수 소설들을 번역 출간해 오고 있는 전북대 박재영 교수가 이번에는 영국 작가 앤 래드클리프의 1790년 소설인 ‘시칠리아 로맨스’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번역해 출간했다.

앤 래드클리프(1764-1823)는 18세기 영국 문학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다.

여섯 편의 소설을 썼는데 아쉽게 국내에는 대부분 소개되지 않았다.

몇 해 전 ‘이탈리아인The Italian’만 번역, 출간됐다.

18세기 말에 출간된 영어 소설을 우리글로 옮기는 작업이 녹록치 않아서다.

‘시칠리아 로맨스’는 전형적인 고딕 소설이다.

고딕하면 중세 교회 건축물처럼 웅장하면서 어딘지 모르게 기괴한 면모가 숨어 있는 미스터리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 소설도 역시 그런 장면이 많이 보인다.

한때는 웅장했던 성이 이제는 부서진 잔재만 남아 있는 장면이나 자연의 웅장함 속에 인간의 무력함, 혹은 작음을 보이는 정경, 그리고 음침한 지하 감옥과 치정 살인, 살인 등은 모두 고딕 소설의 특징이다.

저자 앤 래드클리프는 1790년 이 소설을 시작으로 1791년에는 ‘숲속의 로맨스’를 익명으로 출판했다.

1794년 세 번째 작품 ‘우돌포의 비밀’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작가로서의 명성을 확고히 할 수 있었다.

1797년 출판된 ‘이탈리아인’은 래드클리프의 생전에 나온 마지막 소설로, 상업적으로도 문학적 평판에 있어서도 큰 성공을 거두게 해 준 작품이다.

앤 래드클리프는 많은 후대 작가들에게 문학적 영향을 주었다.

매튜 루이스, 사드 후작, 해리엇 리, 캐서린 쿠스버츤, 샬럿 브론테, 에드거 앨런 포, 월터 스콧, 빅터 휴고,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등 꽤 많은 작가들이 래드클리프 작품의 영향을 받았다.

러시아 작가 도스토옙스키는 아예 한 작품에 래드클리프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래드클리프에 대한 그의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또한 국내에 잘 알려진 브론테의 1847년 작 ‘제인 에어’는 여러 부분에서 ‘시칠리아 로맨스’를 패러디했다.

또한 18세기 이후 고딕 소설은 대부분 래드클리프의 고딕 소설의 서사 방식에 영향을 받았다.

그럼에도 국내에 소개된 18세기 영국 소설은 ‘로빈슨 크루소’, ‘걸리버 여행기’, ‘오만과 편견’ 정도로 매우 제한적이다.

박재영 교수는 “래드클리프는 영어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미국이나 영국의 대학에서 그녀의 작품은 당연히 읽히고, 담론되고, 연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태껏 국내에 그녀의 작품이 번역되지 않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이 번역 출간을 통해서 국내 독자들이 영국 문학에 있어 선구자적 역할을 했던 래드클리프의 작품에 더욱 친숙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박재영 교수는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에서 학부와 석·박사 통합과정을 공부하고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전북대 영어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문학과 영화에 관한 30여 편의 논문을 썼고, 초등 영어 교과서와 고등 영어 교과서 집필에 참여했다.

마빈 피셔 도서상, 윌프레드 페렐 기금상, 전북대 평생지도교수상, 온라인 Best Teacher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는 샬럿 대커의 ‘조플로야’, 제시 포셋의 ‘플럼번’, 엘런 글래스고의 ‘끌림 1, 2’, 윌키 콜린스의 ‘이세벨의 딸’, 앤 피트리의 ‘116번가’ 등이 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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