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그것이 한국이다:한지'
베네치아 마르차나도서관과 협약
'전주한지'로 세계 기록유산 복원
복원용지 유럽 건축문화까지 확장
19개 제조업체 중 6곳 전주서 활동
유럽서 복원용 적합 유효성 인증
강한 치수안정성-섬세한 투명도
현대예술가 한지로 다양한 시도
대형 캔버스작업 맞춤 사이즈 확장

전주한지가 유럽의 역사·문화 중심지인 이탈리아와 지류 전문가들을 매료시켰다.

전주시는 이달 13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예술과 패션, 문화의 중심지인 이탈리아 주요 도시에서 전주한지를 소개하고 있는 행사를 펼치고 있다.

이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재)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 공동으로 추진하는 ‘트래디셔널코리아’ 행사다.

시는 전주한지 관련 세미나와 전시회를 진행하는 등 전주한지로 기록유산 보존·복원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세계적인 미술관과 박물관을 통해 전주한지의 우수성과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편집자주  

▲세계적인 고문서 복원에 전주한지 사용

이탈리아에서 열리고 있는 트래디셔널코리아에 전주시는 한국전통문화전당과 함께 기획한 ‘That’s Korea: Hanji(그것이 한국이다:한지)’행사를 열었다.

2023년 ‘유럽의 문화수도’로 지정된 브레치아와 이탈리아의 대표 문화도시인 베네치아에서 두 차례의 한지 관련 세미나와 전시회를 진행하고 있다.

한지가 지닌 가치와 확장성을 알리기 위해 개최된 이번 행사는 지난 13일 전 세계 복원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국제세미나와 15일 ‘전통한지의 활용과 변용’ 세미나와 더불어 조선왕조실록 복본과 전주한지, 전주지역 대표작가들의 작품 등으로 꾸며졌다.

특히 시와 (재)한국전통문화전당은 지난 20일 이탈리아 현지에서 베네치아 국립마르차나 도서관과 기록유산 보존·복원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날 한민희 전주시 정무보좌관, 인미애 (재)한국전통문화전당 실장, 스테파노 캄파놀로(Stefano Campagnolo) 마르차나 도서관장 등이 참석했다.

이탈리아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공립 사본 보관소인 마르차나 도서관은 가치 있는 세계적인 고문서를 다수 소장하고 있으며, 이날 협약에 따라 도서관 소장 기록물 복원 시 전주한지가 사용될 예정이다.

시와 전당, 마르차나 도서관은 상호신뢰와 협력을 기반으로 마르차나 도서관의 기록유산 보존·복원을 위한 전주한지 활용 등 다양한 국제협력관계를 이어갈 계획이다.

또한 시는 이 자리에서 스테파노 캄파놀로 마르차나 도서관장에게 전주한지와 전주지역 4개 지역업체의 한지샘플이 담긴 샘플북을 전달하기도 했다.
 

▲유럽에서 새 역사 쓰는 전주한지

전주한지의 우수성은 이미 오랫동안 유럽에서 복원용 종이로 사용됐던 일본의 화지의 명성을 넘어섰다.

여기에 전주시는 이번 이탈리아 한지 행사를 주관하며 전주한지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기도 했다.

시는 복원용 종이에 이어 한지의 쓰임새가 유럽의 건축문화까지 확장될 수 있도록 오는 20일에는 건축대학으로 유명한 베네치아 IUAV대학교 건축과 관계자들과 간담회도 가졌다.

천년이 가도 변하지 않는 전주 한지의 우수성이 인쇄, 소품, 가구제작에서부터 건축에 이르기까지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미 전주의 문화는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한식을 있게 한 대한민국 대표 맛의 도시이자, 연간 1000만 명이 방문하는 전주한옥마을을 보유한 관광거점도시, 전국에서 가장 먼저 한복 붐을 일으킨 도시로서 한스타일의 세계화에 앞장서왔다.

시는 여기에 전주천년한지관, 한지산업지원센터 등을 활용하고, 문체부 등 다양한 정부기관, 한지제조업체, 작가, 세계 곳곳에서 전주한지를 활용하고 있는 예술가 등과 함께 힘을 모아 전통한지의 세계화를 이뤄내겠다는 각오다.

전주시 관계자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종이라고 자부하는 전주한지는 이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이자, 세계에서 통하는 새로운 한류로 주목을 받고 있다”면서 “전주시는 대한민국 대표 전통문화도시라는 자부심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전 세계에 우리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전파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전주한지, ‘예술성’과 ‘산업성’ 효과

전주한지는 최근 들어 산업화 측면에서 큰 발전을 이뤄왔다.

품질의 균일화와 대량생산이 어느 정도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주에서는 품질과 용도에 따른 다양한 한지가 생산되고 있다.

국내 19개 전통한지 제조업체 중 3분의 1인 6곳이 전주에서 활동 중이다.

고궁한지, 대성한지, 성일한지, 용인한지, 전주전통한지, 천일한지 등 수록한지 제조업체가 바로 그곳이다.

또한 전주한지는 보존성과 흡수성이 뛰어나 이미 전 세계 전문가들에게 널리 인정받고 있는 종이이기도 하다.

일례로 전주한지는 지난 2020년 유럽의 문화재 복원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이탈리아 국립복원 중앙연구소(ICPAL)로부터 복원용으로 적합하다는 유효성 인증서를 획득하기도 했다.

유럽의 문화재 복원 전문가들은 전주한지가 섬유 구성과 방향성, 이물질함량, 두께, 산도 등 복원용지로서 품질기준이 적합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 전주한지는 강한 치수안정성을 지니고, 투명도에서도 섬세함을 인정받고 있어 이탈리아뿐 아니라 전 유럽 복원 분야에서 전주한지가 쓰여질 것으로 기대된다.

시는 이번 국립 마르차나 도서관(관장 스테파노 캄파놀로)과의 ‘기록유산 보존과 복원을 위한 전통종이 활용’ 관련 업무협약이 전주한지의 산업화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는 한지를 활용해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는 인구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기존 한지가 한국적 요소를 표현하는 작가들의 전유물이었다면, 현대 예술가들은 특수한 표현매재로서의 한지의 매력에 주목하고 다양한 시도에 나서고 있다.

이에 전주지역 전통한지 제조업체인 성일한지는 대형 캔버스 작업을 요구하는 현대예술가들의 요구에 대응해 기존 최대 120호(200X140CM) 사이즈였던 한지캔버스를 지난해부터는 200호(260CMX200CM)사이즈까지 확장해 제공하고 있다.

/김낙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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