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성발음

김경녀

 

알겠네, 가슴에서 허벅지가 한 통인 것을

 

ㄱ과ㅎ, ㄴ ㄷ ㄹ ㅁ ㅂ … 사이

앞뜰과 뒤뜰이 코앞인 것을

 

뉘엿뉘엿 땅거미 지는 밭고랑

이랑 사이 냉이 한 가족

넙죽 초가에 엎드려 있어

 

어른거리는 창

노래처럼 새어나는 ㄱ ㄴㄷ ㄹ 꾹

꾹 누르며 외우는 한글

 

금쪽같은 시간에

가까운 ㄱ과 ㅎ 사이 아직 저만치

 

고국과 이국 삶과 사랑

낭랑한 베트남 어린 신부 

 

김경녀 시인 시집<구수한 미소>(인간과 문학사.2023)

우리 민족사에서 최초로 국제혼인한 사람은 김수로왕과 허황옥 공주다. 이들로부터 김해김씨와 김해허씨가 나왔으니 우리는 단일민족이 아니라 다민족으로 시작한 역사를 가졌다. 그럼에도 역사 시간에는 단일민족으로 배웠다. 역사 왜곡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최근까지 국제혼인으로 태어난 아이들을 놀리고 터부시한 행태가 나타났다. 

해외여행을 가는 일이 설레고 기대되는 일이지만 거기서 산다는 것은 여간 용기가 필요한 일이 아니다. 첫째 어려운 것이 언어장벽이다. 그 다음이 식문화이고 셋째가 관습인 예절문화다. 이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일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내에서도 서로 다른 환경과 조건에서 자란 남녀가 성장해서 사랑에 빠졌다고 해도 이질감과 다름이 심하게 나타나는 게 혼인생활이다. 그런데 국가와 민족이 다른 사람이 한집에서 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오는 일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목적은 행복한 삶이었겠지만 행복을 위해 극복해야 할 일은 인생 전체를 건 모험일 것이다. 그 첫 번째 관문은 언어장벽이다. 한글이 쉽다고 하지만 한글도 외국어이니 엄청나게 외어야 할 단어들이 많다. 우리가 학창시절에 영어 단어장을 등하교시에도 외웠던 것을 떠올려 보라. 

김시인의 시에서 시정신을 발견하였다. 시적 완성도에 앞서 시적 동기가 아름답다. 주변이야기와 사회공감으로의 동기는 시와 문학을 아름답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자기 감정에 빠진 감성시보다 얼마나 숭고한 일인가. 시인의 안목은 특별해야 한다. 시가 가진 특권이고 책임을 내포한 특별함이다.

-김현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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