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시네마 프로젝트 10년 대표작 10편과 조우

저예산 장편 활성화 기여
동아시아 영화특별전통해
7편의 中-日 영화 소개해
韓영화 특별전 2개 특별전
올해의 프로그래머 백현진
관객과 직접 소통 시간도

# 소외된 이주민의 삶 들여다보기

개막작 '토리와 로키타'
이민심사 장면 관객몰입
남매 비참-필사적인 삶
분노와 진한 감동 선사

폐막작 '어디로 가고···'
김희정감독 5번째 메가폰
김애란 동명소설 영화화
죽음 기억하는 사람속 희망

▲ 올해 전주영화제 프로그램 특징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프로그램에서 주목할 만한 프로그램으로 우선 전주시네마프로젝트의 1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을 들 수 있다.

2000년 전주영화제 출범과 함께 시작된 ‘디지털 삼인삼색’ 프로젝트는 전 세계 영화인들이 주목하는 프로젝트로 자리 잡았지만, ‘디지털’의 개념이 퇴색하자 2014년, 단편 제작에만 머물렀던 제작 방식을 장편으로 전환하고, 명칭도 ‘전주시네마프로젝트’로 바꾸면서 저예산 장편영화의 제작 활성화에 기여해 왔다.

지난 10년 동안 국내외 독립·예술영화 33편을 제작투자하며 전주영화제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해 온 ‘전주시네마프로젝트’의 출범 10주년을 기념하면서, 대표적인 작품 10편을 상영하는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 될 예정이다.

해외영화 섹션에서는 일본과 중국의 새로운 작가를 소개하고 활발한 교류를 만들어 내기 위한 ‘동아시아 영화특별전’을 통해 7편의 일본, 중국 영화를 소개한다.

중국 역사 속에서 여성의 존재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이혼 가정 문제를 아이의 시선과 엄마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가정 드라마, 일본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소프트웨어 ‘위니’를 둘러싼 실제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작품, 중국에 여전히 남아 있는 1자녀 정책의 유산과 모성이라는 신화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담고 있는 작품 등 동아시아 영화의 현주소를 만날 수 있다.

한국영화 섹션에서는 두 개의 특별전이 열린다.

우선 ‘전주영화X마중: 눈컴퍼니’행사는 전주영화제에 참여하기 위해, 또는 전주를 찾은 관광객들을 위한 영화 프로그램인 ‘씨네투어’의 일부로 기획된 특별전이다.

‘전주영화X마중’은 독립영화에서 활동하는 배우가 있는 소속사와 함께 상영과 토크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관객과 일반 관광객들 모두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으로, 올해는 독립 영화계의 쟁쟁한 배우들이 소속된 눈컴퍼니가 그 주인공이다.

이번 행사에는 이민지, 김슬기, 강길우, 이상희, 장선, 조수향, 이석형 배우 등 눈컴퍼니 소속 배우들이 거의 모두 참여하여 직접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고, 또한 네 차례 진행되는 ‘마중 토크’를 통해서 눈컴퍼니소속 배우들이 솔직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또한 ‘KAFA 40주년 특별전’은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의 개교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된 특별전으로, 영화아카데미 졸업생, 전현직 교수, 교직원들의 추천을 바탕으로 선정된 단편영화 40편을 상영한다.

황정민, 손석구, 정해인 등 지금은 스타가 된 배우들의 초창기 모습이 담긴 ‘그때 그사람들’섹션을 비롯한 7개의 작은 섹션으로 구성된 이 특별전은 ‘한국영화 성장의 기록’이라 할 만하다.

덧붙여 제22회의 류현경 배우, 제23회 연상호 감독에 이어 ‘올해의 프로그래머’는 배우이자 뮤지션, 화가, 설치미술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종합예술인 백현진 배우가 전주영화제 프로그래머로 참여하여 관객에게 자신의 영화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영화들을 공유하고 관객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이와 같은 특별 기획들과 함께 기존의 국제경쟁, 한국경쟁과 한국단편경쟁, 코리안시네마, 월드시네마, 시네마천국, 영화보다 낯선, 시네필전주, 프론트라인, 마스터즈, 불면의 밤 섹션 역시 더욱 다양하고 새로운 시선을 담은 문제작들로 구성되어 있다.
 

'tori_and_lokita'
'tori_and_lokita'
jean-pierre_dardenne, luc_dardenne
jean-pierre_dardenne, luc_dardenne

▲ 올해 개폐막작

올해 전주영화제 개막작은 장 피에르 다르덴과 뤽 다르덴 형제 감독의 ‘토리와 로키타’이다.

벨기에에 살고 있는 아프리카 출신의 열한 살 토리와 열여섯 살 로키타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관계임에도 사람들에게 남매라고 말한다.

그리고 토리와 로키타는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타지에서 실제 남매보다 더 깊게 서로에게 의지하는데, 이들은 식당을 운영하는 베팀이란 남자에게 마약을 받아 소비자들에게 배달하고 수고비를 받으며 악착같이 살아간다.

특히 로키타는 생활비를 벌면서 고향 카메룬에 있는 엄마와 다섯 형제에게 돈을 부쳐야 하고, 자신을 벨기에로 올 수 있게 한 브로커에게 진 빚도 갚아야 한다.

베팀에게 성적 착취까지 당하는 로키타가 비참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노동허가 비자를 얻어야 하지만 심사에서 계속 탈락하고 만다.

그러자 베팀은 로키타에게 자신이 시키는 일을 하면 위조된 비자를 구해주겠다고 제안하고 로키타는 이 제안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토리와 로키타에게 서서히 비극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다르덴 형제의 여러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토리와 로키타’ 역시 회색빛의 벨기에 도시를 배경으로 한, 소외된 이주민들의 이야기이며, 도덕적 양심에 질문을 던진다는 점과 시종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하지만 이 작품은 더욱 강렬한 이미지와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데, 특히 영화의 첫 시퀀스인 로키타의 이민 심사 장면부터 관객을 몰입시키는 힘은 대단하다.

이민심사가 시작되고 처음에는 로키타의 모습이 차분해보이며 대답도 약간은 형식적이지만, 그녀가 답하기 어려운 내용을 물어보자 모든 것이 변하고 급기야 울음을 터뜨리기까지 한다.

조금씩 흔들리는 핸드헬드 촬영은 그런 로키타의 심리상태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다르덴 형제의 작품에 워낙 비전문 배우들이 자주 등장하고 대부분 뛰어난 결과물을 얻어냈던 것처럼 로키타 역과 토리 역을 맡은 배우는 마치 실제 남매처럼 애틋한 모습을 연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남매 아닌 남매의 비참하고 필사적인 삶은 직접적인 가해자인 마약상을 비롯한 악의 세력들과 간접적인 가해자라고 할 수 있는 국가 권력의 외면에 대한 본노를 자극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진한 감동과 여운도 준다.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폐막작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김희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중학교 교사인 도경은 자신의 반 학생인 지용이 물에 빠지자 구하려고 물에 뛰어들었다가 함께 목숨을 잃게 된다.

김희정 감독
김희정 감독

세상에 외로이 남겨진 도경의 아내 명지와 지용의 누나 지은은 그들에게 닥친 비극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명지는 슬픈 현실을 피해 폴란드 바르샤바로 떠나고, 옛 친구를 만나지만 선뜻 친구에게 남편의 소식을 전하지도, 그의 죽음을 애도하지도 못한다.

김희정 감독의 다섯 번째 장편이자.

김애란 작가의 동명 단편소설을 영화화 했다.

갑작스런 사고로 남편 도경을 잃고 홀로 남은 명지의 시간을 그린다.

그 사고는 교사였던 남편이 학생을 구하려다 익사한 정의로운 희생이지만 남겨진 이에게는 삶이 한 순간 잘려 나간 허망한 고통이다.

더 이상 움직임이 없는 죽음 앞에서 명지는 폴란드로 회피해보지만 도경과의 사소의 농담과 같은 소중한 추억들이 주위를 떠나지 않는다.

반복되는 사회적 재난, 사고앞에 망자를 잘 애도하는 동시에 산 자를 구하는 길은 무엇인지, 이 영화는 죽음을 기억하는 방법, 그 죽음을 함께 기억해줄 사람들에게서 희망을 본다.

삶이 삶에서 뛰어드는 치유의 힘으로 서로에게 생명줄이 되어 줄 사람들의 존재를 믿는다는 고정희 시인의 말처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 잡은 손 하나 있는 행복이 필요하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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