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조 전주문인협회 회장
/김현조 전주문인협회 회장

아리랑은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민요로 세계인들이 인정하고 있고, 유네스코에도 등재되었다.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우리 교민에게 아리랑은 일반 노래가 아니다. 특히 구소련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 즉 ‘고려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 아리랑은 노래의 전부이기도 하다. 이들은 모여서 행사를 하거나 노래를 부를 일이 있으면 반드시 아리랑을 합창한다. 

이들뿐만 아니다. 중국과 일본에 거주하는 교포들에게도 아리랑은 민족을 상징하는 노래이다. 이렇게 민족과 대한민국을 상징하고 대표하는 노래이기에 유네스코에 등재된 것은 자랑이고 당연한 것이다.

아리랑은 조선후기 대원군이 경복궁을 복원하기 전까지는 세간에서 불리지 않던 노래였다. 경복궁을 새로 지으면서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일꾼들이 낮에는 일하고 저녁에는 각자 노래자랑을 하였다. 최초의 8도 전국 노래자랑이었다. 그때 강원도 사람 중에 아리랑을 불렀고 경복궁 복원 후에 각자 고향으로 돌아가서 사람들이 흥얼거리며 유포했다는 설이 있다. 

아리랑은 박자가 일반농경사회에는 맞지 않는다. 즉 합창은 할 수 없는 노래이다. 그래서 논농사를 많이 짓는 지역에는 아리랑이 불리지 않았다. 아리랑은 슬픈 곡조로 이루어져 있고 유장하여 독창이 제격이다. 즉 강원도 비탈밭에서 아낙네가 신세타령하면서 불렀던 노래였다. 또한 뱃사공이 불렀으며, 나중에는 독립군들이 고향과 가족 생각을 하며 슬프게 불렀던 노래다. 

두 번째로 아리랑이 유행하게 된 것은 나운규가 아리랑이라는 영화를 만들어 전국으로 유포하면서 들불처럼 번졌다. 이때 아리랑은 힘없는 사람의 울분을 담은 노래였다. 그때 우리 민족을 핍박하던 일본군에 대한 반발로 이어져서 독립운동에 근거를 두고 더욱 민중으로 번져갔다. 그때 전국에 유행가처럼 일순간에 퍼졌다. 세 번째는 강원도 사람들이 보릿고개를 넘자고 농경지인 경상도 내려와서 일하면서 부르게 되어 아리랑이 전파하게 되는데, 밀양지역에서는 그 지역에 맞는 박자로 바뀌어 부르게 되었다. 전라도나 충청도에서는 아리랑을 부르지 않았지만 진도섬 무속과 어울리어 전라도 전통 곡조인 육자배기조로 바뀌어 진도아리랑이 탄생하였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리랑이지만 조선 기록물에는 어디를 봐도 아리랑에 대한 기록이 없다. 즉 강원도 지역에서만 불렀던 노래였기 때문이다. 

전북도민의 노래를 ‘전북아리랑’으로 선정하였다는 소식을 늦게 들었다. 이 소식을 듣고 필자는 매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전북의 노래가 ‘전북아리랑’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인기에 편향되어 쉽게 결정한 것이라서 아쉽고 화가 났다. 전라도는 아리랑보다 더 오래된 판소리 고장이다. 판소리는 아리랑처럼 쉬운 노래가 아니기 때문에 그것을 직접적으로 노래로 하기는 어렵지만 ‘전북도민의 노래’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전북을 상징하는 노래여야 한다. 전북아리랑을 추천한 사람들이나 심사위원들의 수준이나 의식이 너무 박약하다는 생각을 아니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제라도 수정되어야 마땅하다. 

우리 전북은 마한부터 백제, 후백제로 이어져 현재에 이르고 있다. 농경문화의 중심지였고 언제나 깨어 있던 혁신의 고장이다. 정여립의 대동계가 조직되었으며 실학의 비조 유형원이 반계수록을 집필하였고, 실천을 중시했던 혁명가 허균이 사상을 정립하였던 고장이다. 동학을 창시한 최제우는 남원에서 동학의 경전을 집대성했으며, 훗날 정읍 고부에서 동학혁명이 일어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여기에 증산교, 보천교, 원불교, 갱정유도회 등 신흥종교가 정읍을 중심으로 일어나서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전국 어디에도 이렇게 깨어 있는 정신으로 종교가 집대성된 곳은 없다. 이것만 봐도 전라북도는 혁신과 새로움의 고장이었다. 

전라북도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해서 역사 바로 세우기의 하나로 2021년부터 전북문화관광재단과 함께 전북도민의 노래 제작을 추진해왔다고 한다. 그 배경에는 기존에 있던 전북의 노래를 작사한 인물이 친일한 경력이 지적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전북의 역사문화와 풍속과 자연을 잘 담아내어 제작했어야 한다. 전북도민의 노래는 전북도의 상징이다. 앞으로 도 단위 행사와 기념식 등에서 음원으로 활용될 것이라면 매우 신중하게 제작했어야 한다. ‘전북 아리랑’ 노래를 제작한 관계자들의 노고에 감사함을 전한다. 그렇다고 뜬금없이 전북에 아리랑을 붙여서 노래로 부르는 것은 매우 어색하고 불편하다. 필자의 지적이 늦었는지 모르겠지만 하루속히 수정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전북의 웅비가 느껴지고 도민이 쉽게 따라부를 수 있는 곡이었으면 더없이 좋겠다. 

/김현조 전주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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