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악산(母岳山)

황정현

 

산에 오르는 날

늘 어머니 산에

안기어 크는 마음이다

삶의 곳곳마다

쓰디 쓴 것 뒤집어쓰고

숨이 가쁜 시절 겪어도

엄마 악산에 들면

포근한 맛이 드네

가슴앓이 스러지고

걸음마다 굽이굽이

어머니 부르는

다정한 소리 따라

그리움의 산바람 일어

나는 출렁이는 나비로

오르며 한 몸 되는 산

 

황정현 시선집<세 치 혀 나들목>(시선사.2023)

-꽃봉오리에도 꽃잎에도 봄날은 지나가고 꽃잎이 떨어져도 봄날은 간다. 허망하게 지나가는 봄은 내년에 다시 돌아온다. 겨울을 지나고 ‘희망’이라는 단어와 ‘소망’이라는 단어로 문장이 만들어질 때 언제나 그렇듯이 꽃을 앞세워 화려하게 돌아온다. 봄은 어머니같이 늘 그리운 대상이기도 하고 어머니에 대한 추억처럼 따뜻하기도 하다. 계절을 구태여 의인화한다면 어머니라고 지칭하고 싶다. 

모악산은 완주, 전주, 김제, 익산 사람들이 자주 찾는 명산이다. 산세가 큰 것도 아니고 험하지도 않으며 높지도 않다. 인근 주민들에게는 적당하고 안성맞춤인 산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어머니 가슴 정도인 산이다. 가운데 악(岳)자는 험한 뜻이 아니다. 산 위에 언덕이 있으니 큰 산을 의미하지만 반대로 언덕 아래 산이 있으면 적당한 작은 산이된다. 모악산은 젊어서 고향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도 그대로 반갑게 맞이하는 산이다. 높거나 험하지 않기 때문에 나이 들어도 갈 수 있는 산이고 어린아이들도 쉬이 올라갈 수 있다. 산에 들면 저절로 한 몸이 되는 산이다. 시인은 모악산을 특별히 아끼는가 보다. 그만큼 남모르는 추억도 있을 것이다. 모악산에 들어 나직이 어머니를 불러보면 곧바로 대답할 것 같은 모악산에 대한 시가 정겹다. 어머니가 그리운 오월이다. 그리운 날에 푸른 모악산에 들어 시인처럼 “어머니~”하고 다정하게 불러볼 일이다.

-김현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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