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영근 '세월을 등에 지고'

국창 송만갑-조선 여류명창 이화중선 등
실존인물 주제 23편 단편소설 수록

윤영근 소설집 ‘세월을 등에 지고’가 발간됐다.

소설집은 국창 송만갑을 비롯해 조선시대 여류명창 이화중선, 가야금병창 인간문화재 강정렬, 판소리 서편제 시조 박유전 명창,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인 용성스님 등 실제 존재한 인물들을 주제로 한 인물소설 등 23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됐다.

저자는 소설가의 꿈을 마음속에 심으며 살아온 지 어느덧 60년이 넘었다.

20대 초반 대학 시절 한의학이란 어려운 분야를 전공하면서도 소설을 써야겠다는 열망은 끊임없이 자라고 있었다.

국문과도 아닌 저자는 대학신문 현상공모에서 단편소설 ‘후탈’이 당선되면서 소설가의 주축을 쌓게 됐다.

저자가 어린 시절 사랑방에는 과객들이 끊임없이 드나들었다.

주로 소리꾼들이었는데, 어머니와 나란히 마루 끝에 앉아 들었던 소리꾼들의 판소리 한 대목이나 임방울, 송만갑, 이화중선 같은 소리꾼의 얼굴은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나이 마흔이 넘어 늦깎이로 월간문학 신인상 당선으로 소설가가 돼 본격적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가의 삶이란 자신이 창조해 낸 소설 속의 주인공이나 등장인물에 빙의돼 함께 살아가는 삶이란 것을 알게 됐다.

낮에는 환자들을 진료하며 환자들의 아픔을 아파하는 한의사로 살았고, 밤이면 소설의 주인공에 빙의돼 살아야 했다.

가왕 송흥록을 쓸 때에는 송흥록으로 살았고 각설이 타령을 쓸 때에는 각설이로 살았다.

그럴 때면 보통학교에 다니면서 등하교 길에 마주했던 다리 밑의 각설이 대장이 깡통을 두드리며 부르던 구성진 장구타령 한 대목이 귓가에 쟁쟁 울리기도 했다.

저자의 어머니는 유난히 정이 많고 눈물이 많으셨다.

각설이들이 찾아와 대문 밖에서 장타령을 부르면 식구들이 먹는 밥상 그대로 한 상 차려 행랑채 마루에 내놓았다.

그런 어머니에게 각설이들은 ‘마님, 마님’ 부르면서 머리를 조아렸다.

그런 기억들은 훗날 소설 ‘각설이 타령’ 속의 소리꾼 각설이로, 혹은 패싸움 끝에 몰매를 맞고 업혀 온 각설이들을 치료해 주는 정의원으로, 의례 찾아올 줄 알고 밥 한 상을 미리 차려놓고 각설이를 기다리던 정의원의 인정 넉넉한 부인으로 살아났다.

따지고 보면 어린 시절의 각설이들은 저자가 어른이 되고 소설가가 될 때까지 저자 안에서 저자와 함께 살았던 셈이다.

저자는 “소설가의 삶이 자신의 삶보다는 타인의 삶에 더 많이 고뇌하는 삶이어야 한다고 볼 때 타인에게 빙의되어 타인과 동행하는 소설가로서의 내 삶에 비교적 충실했다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남원시 사매면 출신인 저자는 경희대 한의과대학과와 원광대 대학원 한의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 문예지 월간문학 신인상에 소설 ‘상쇠’가 당선돼 문단에 데뷔했다.

1979년 한국문인협회 남원지부 창립 및 제1대, 제2대 지부장을 역임했고, 1984년에는 한국예총 남원지회를 창립해 33년 동안 지부장을 지냈다.

전북문인협회 부회장 및 1996년 전북소설가협회를 만들어 초대 회장을 역임했다.

남원 시민의장 문화장, 전북 도민의장 문화장, 전북문학상, 목정문화상, 제7회 전북소설문학상, 제28회 전북예총하림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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