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몽상

박혜숙

 

꿈을 깨이게 하소서

헛꿈이 뇌리를 스칠 때

천둥 같은 죽비로

몽상이 깨어나게 하소서

 

꿈을 꾸게 하소서

지혜의 꿈을 꾸게 하소서

맑은 하늘처럼 깨어나는

푸른 꿈을 꾸게 하소서

 

박혜숙 시집<시의 화원>(신아출판사.2023)

-가끔 혼자서 기도하듯 주문을 외우듯 중얼거릴 때가 있다. 바르게 보고 바르게 듣고 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기를 바란다. 눈으로 본 현상에 대해서 두 귀로 들은 내용을 올바르게 해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신통력일 것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를 중심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시시비비를 만들어 낸다. 자기를 타인과 비교하고 시기하고 주변에 전파하는 모든 행위가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올바르다고 확정할 수 없다. 역사를 적는 사관은 자기의 생각을 기록할 땐 인용한 내용을 과거형으로 하고 자기 글임을 밝히었다. 그럼에도 후손들에게 옳지 못한 역사라고 책망을 듣기도 한다.

전도몽상(顚倒夢想), 쉬우면서 어려운 이야기이다. 전도몽상은 불교인이 가장 많이 암송하는 『반야심경』에 나오는 문장이다. 간단히 해석하면 전도는 ‘뒤집어졌다’, ‘정반대다’. 몽상은 ‘사실이 아니다’, ‘허망한 일이다’. 등인데, 다시 풀이하면 ‘전도’는 모든 사물을 바르게 보지 못하고 거꾸로 보는 것을 말한다. ‘몽상’은 헛된 꿈을 꾸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꿈인 줄 모르고 현실로 착각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한 발 더 나아가면 왜곡된 현상인데, 불교식으로 풀이하면 상락아정(常樂我淨)이 대표적이다. 

첫째, 변하지 않는 것이 없는데 항상 하다고 아는 것. -상(常)

둘째, 괴로운 것을(잠시 후에 고통이 따르는데-향락,마약 등) 즐겁다고 아는 것. -락(樂)

셋째, 항상 하는 내가 없는데도 내가 항상 있다고 아는 것(노,병,사). -아(我)

넷째, 더러운 것을 깨끗하다고(눈에 보이는 것만) 아는 것이다. -정(淨)

 

이 네 가지 상락아정(常樂我淨)을 전도 몽상, 뒤집힌 생각이라고 한다. 시인은 심신 깊은 불자로서 쉽게 시로 표현하였지만 우리 생각과 현실이 같지 않음을 알고 있다. 우리 삶이 꿈이든, 꿈속에 있는 내가 또 꿈을 꾸든 중요한 것은 꿈을 깨는 일이 아닌가? 그댈 향한 꿈을 꾸든지 야망을 향해 꿈을 꾸든지 모두 공짜로 꾸는 것이니 시인의 바람처럼 “꿈을 꾸게 하소서/지혜의 꿈을 꾸게 하소서/맑은 하늘처럼 깨어나는/푸른 꿈을 꾸게 하소서”.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오늘, 과거와 현재가 바뀌는 오늘, 꿈속에서 빠져나오자.

-김현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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