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국회의원(국민의힘 남원임실순창)
/이용호 국회의원(국민의힘 남원임실순창)

지난 달 10일, 선거제 개편을 의제로 한 국회 전원위원회가 열렸다.

선거제도 논의를 위한 헌정사상 최초의 전원위원회였고, 이라크전 파병 연장 논의 이후 19년 만이었다.

나는 첫째 날 토론자로 나섰다.

날로 약화되는 농어촌의 대표성 강화와 지역 정치구도 해소가 절실하다는 생각때문이었다.

선거제 개편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현역 의원들이 자신의 유불리를 가장 큰 기준으로 삼는 점이다.

역대 국회 의원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선거제도에 집착하느라 선거일이 임박해서야 선거제도를 확정하고, 과감한 선거제도 개혁을 이뤄내지 못했다.

나는 발언 서두에 “외람되지만 여기 계신 여러분 절반 가까이도 아마 22대 국회의원으로서 이 자리에 서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많은 의원들이 기분이 상했겠지만 과거의 데이터가 이것이 사실임을 입증하고 있다.

역대 국회 초선의원 비율은 평균 50% 내외다.

국회의원 2명 중 1명은 다음 대 국회에서 볼 수 없다는 뜻이다.

자신에게 유리한 선거제도에 집착하지 말고 미래 세대를 위해 대한민국의 정치를 바꿀 선거제도 개혁에 임하자는 취지였다.

나는 평소 소신대로 도시는 중대선거구제로, 농어촌은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해 소선거구제로 지역구의원 선출제도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례대표제는 우리 정치의 고질적 문제인 지역 정치구도를 타파하기 위해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중복입후보제를 제안했다.

현행 소선거구제의 가장 큰 폐해는 승자독식에 따라 사표 비율이 너무 높다는 점이다.

사표비율은 19대 46%, 20대 50%, 21대 43%나 됐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인구 50만 이상의 대도시는 2~5명을 선출하는 중대선구제로, 인구 감소로 이미 4~5개 시군이 한 선거구인 경우가 많은 농어촌은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도농복합형 선거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

17대 국회 대비 21대 국회의 인구 50만 이상 도시 국회의원 수는 6% 증가했다.

반대로 말하면 농어촌 지역 국회의원 수는 6%가 준 것으로 이대로 간다면 농어촌 지역의 대표성은 점점 약화될 것이다.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면 자연스럽게 다당제로 이어져 양당 독점구도가 완화되고, 협치와 타협의 정치문화도 점진적으로 정착될 수 있으리라 본다.

아울러 망국적 지역 정당 구도와 현행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각 권역에서 정당이 득표한 비율대로 의석을 배분하되, 헌재가 인정하는 인구 편차 2:1 범위 내에서 농어촌 지역에 가중치를 둬 농어촌지역 대표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중복 입후보하는 것을 허용해 능력 있는 사람들이 과감하게 험지에 출마하는 길을 터줘야 지역정당 구도를 깰 수 있다.

아울러 비례대표 선발 기준과 원칙,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비례대표 취지에 맞게 전문성, 대표성을 보장하는 제도도 도입되어야 한다.

백가쟁명식으로 진행된 전원위를 두고 실효성이나 운영방식에 대해 여러 비판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헌정 사상 최초로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총의를 모으는 장을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21대 국회는 이번 전원위를 시작으로 해묵은 지역갈등과 극단적 대립 정치를 종식시키는 역사적인 국회가 되어야 한다.

/이용호 국회의원(국민의힘 남원임실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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