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이른 무더위 시작··· 폭염과 사투 현장 가보니

서서학동 쪽방촌 80대 노인
선풍기 하나에 의지해 버텨
용광로주물공장-건설현장
근로자-집배원 구슬땀 흘려

이른 폭염과 사투를 벌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제 겨우 5월 중순, 무더위가 벌써 찾아왔다.

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계속되며 전국이 펄펄 끓고 있다.

그런데도 섭씨 1천500도가 넘는 제련소 용광로와 뙤약볕에 뜨겁게 달궈진 선박 갑판 등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오늘도 더위와 사투를 벌이며 산업현장을 지키고 있다.

그런가 하면 쪽방촌에서 무더위와 싸우면서 힘겨운 하루를 보내는 사람도 있다.

본 기자가 서서학동 쪽방촌을 찾은 그날 주민 최막례(83) 할머니는 1평 남짓 비좁은 방에서 선풍기 하나로 의지하면서 올해 여름도 무사히 보낼 수 있을지를 걱정하고 있었다.

바람이 잘 통하지 않아 밖이 더 시원하게 느껴졌다.

그날도 밖가 온도는 30도를 육박하고 있었다.

연신 휴지로 땀을 닦아보지만 소용이 없었다.

할머니는 “여름에는 항상 덥고 겨울에는 항상 춥고 그냥 옛날 노인네라 참고 이기고 살아간다”라는 말에 힘겨운 여생을 느낄 수 있었다.

예년보다 이르게 찾아온 무더위, 발 빠른 행정력이 아쉬웠다.

또 다른 산업현장.

주물작업을 하고 있는 김상기(53)씨를 만났다.

1천500도가 넘는 주물을 놓이는 용광로에서 쇳물을 만들며 구슬땀을 흘리는 작업자들의 체감 온도는 상상 이상이다.

사방이 온통 시뻘건 쇳물인 작업장에서 통풍도 되지 않는 은빛 방열복을 입고 작업하기 때문이다.

하루 평균 8시간 일하는 이곳 근로자들은 더위를 이기기 위해 과일과 아이스크림, 얼음물 등을 수시로 먹는다.

답답했는지 안전모를 벗은 한 근로자의 머리는 물을 뒤집어쓴 듯 온통 땀으로 젖어 있었다.

이처럼 뜨거운 용광로에서 나온 주물을 거푸집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한 긴장감과 함께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면서도 행복하다는 미소를 짓는 이들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시내 아파트신축 건설현장 근로자들도 무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아파트 공사 현장은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흘려 내렸다.

내리쬐는 햇볕에 복사열까지 더해 온도는 금세 40도까지 치솟았다.

긴 팔 작업복에 얼굴까지 가리고는 뜨거운 구조물을 완성하기 위해 쉴 틈 없이 작업하고 있었다.

우편물을 분류하는 집배원의 손길도 분주했다.

오토바이가 들어가기 어려운 곳은 일일이 걸어서 다닌다.

배달이 늦을까 종종걸음으로 걷다 보면 어느새 얼굴은 달아오르고 숨이 가빠진다.

우체국 집배원은 “하루에 배달하는 세대 수가 천 세대 정도 되는데요. 요즘 전주 날씨가 벌써부터 30도를 넘고 있어 힘도 들고 짜증이 나는 경우가 많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연일 이어지는 찜통더위. 오늘도 산업현장에서 무더위와 싸우고 있는 근로자들을 향해 “파이팅”을 외친다.

/김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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