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안 가스중독사고 반전

50대 아들 80대 부모와 함께
유서남기고 극단적선택시도
경찰 '합의동사' 이유 근거
자살방조 혐의 적용 입건

진안군에서 발생한 일가족 가스중독 사고와 관련, 80대 부모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홀로 살아남은 50대 아들이 자살방조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23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진안경찰서는 자살방조 혐의로 A(54)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다.

A씨는 지난달 10일 진안군 한 주택에서 가스중독으로 숨진 80대 부모와 함께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A씨는 원광대병원으로 옮겨져 의식을 회복했으나 그의 부모인 B씨와 C씨는 안타깝게 숨졌다.

그는 이후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겨우 의식을 되찾았으나 건강 회복이 더뎌 뒤늦게 경찰 조사받았다.

A씨는 경제적 문제로 부모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스중독 사고 당시 방 안에는 다 탄 번개탄과 함께 찢긴 달력에 적힌 유서 3장이 발견됐는데 달력 뒷면에 제각기 다른 글씨체로 한 문장씩 적혀 있었다.

아들 A씨와 아버지 B씨, 어머니 C씨가 각각 글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B씨 유서에는 “나를 할머니 산소 옆 오른쪽에 묻어 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C씨는 남은 세간을 부탁하는 유서도 남겼다.

이 유서에는 “집에 있는 찹쌀하고 멥쌀은 ○○네 주고, 간장이랑 된장은 ○○네, 고추장이랑 참기름은 ○○네 주면 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C씨가 남긴 유서엔 “치매에 걸린 부모님 모시고 갑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경찰은 이 같은 정황을 볼 때 A씨가 부모를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판단해 존속살해 혐의 대신 자살방조 혐의로 적용해 입건했다.

함께 자살하기로 합의한 ‘합의동사(合意同死)’로 살아남은 사람에게는 자살 방조 혐의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A씨는 사업 실패로 7000만~8000만원 가량의 빚이 생기고, 이로 인해 집이 경매로 넘어갈 상황에 처해지자 치매를 앓던 부모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기로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아들인 피의자가 사업에 실패하는 등 갖은 어려움을 겪으며 끝내 부모와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구체적 진술 등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렵지만 A씨를 상대로 자세한 사건 경위 조사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병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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