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우리 정부의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이 후쿠시마 현지에서 오염수 현장점검을 진행하고 있지만 자칫 시찰단이 당사자인 일본 국민조차 신뢰하지 못하는 결과를 내놓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일본 국민도 오염수 해양방출에 대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지방지 ‘후쿠시마 민유(福島民友) 신문 등 일본의 16개 지방지가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처리수 방출’에 대한 공동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일본인도 오염수 방출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은 7.6%, 부득이한 결정이라는 견해가 37.6%로 45.2%가 긍정적이었으나 반대가 21.8%, 가능하면 방출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가 26.6%로 48.4%가 오염수 방출에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여론조사결과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올해 3월 1일자 이 신문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가 아닌 ‘처리수’라고 포장해서 홍보해도 일본인 역시 처리수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 해양방출을 결정하기 전에 수도 없이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안전성을 강조했지만 일본 국민 역시 일본 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찬성 유형 중에 부득이한 결정이라고 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지만 이 응답이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안전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에서 지난 4월 13일 공개한 또 다른 여론조사 결과 역시 오염수가 안전하지 못하다는 국민감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후쿠시마현을 비롯해 태평양에 접한 동일본 7개현의 생산자 793명의 사업자 가운데 약 45%는 향후 오염수 방출로 인한 평판을 걱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생산자 이외에 식품관련사업자 1488명 가운데 약 40%에 해당하는 585명은 판매량의 감소 등을 우려했다. 

자신들이 말하는 처리수가 안전하다고 확신한다면 평판의 악화와 판매량 감소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응답자들 모두가 생산물을 전량 외국에 수출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자국의 소비자 역시 태평양 인접 지역의 생산물에 대해 신뢰하지 못한다는 결론이다. 일본의 생산자 및 식품관련사업자의 이러한 우려에 대해 일본 정부도 대책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심지어는 생산물에 대한 평판 악화로 인한 손실보상도 고민하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사람을 신뢰할 수 없다면 과학적 근거 역시 신뢰할 수 없다. 과학적 근거라고 하여 절대적일 수 없으며 과학적 근거만을 판단기준으로 삼아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찰단의 경우에는 일본 측으로부터 제공받을 수 있는 자료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과학적 판단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에서 우리 정부는 시찰단이 제시하는 근거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 

일본 정부는 우리 국민과 우리 정부에 믿을 수 없는 과학적 근거를 들이밀기 전에 자국민부터 설득시켜야 한다. 우리 정부 역시 일본 국민조차 신뢰하지 못하는 오염수를 가지고 우리 국민을 납득시키려 해서는 안 된다. 오염수의 안전성은 전문가가 판단하고 정부가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신뢰 여부는 국민의 몫이다. 

/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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