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철 전북농협 노조위원장
/박병철 전북농협 노조위원장

아침에 잠이 깨는 순간부터 밤에 잠들 때까지 우리는 매 순간 전기를 사용한다. 우리 일상에 전기가 없다면 과연 생활이 되기나 할까? 전기 없는 세상을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에는 지금 유례없는 에너지위기가 닥쳤다. 또한 이는 유럽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위기가 되며 당연히 우리나라에도 영향이 있어 가스, 전기 요금이 대폭 인상되었다. 올해 1분기 전기·가스 물가지수는 30.5% 상승하여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작년 가을 유럽에서는 장작이 최고 인기 검색어였으며 샤워를 2분 이내에 하고 양치할 때 물은 한 컵만 쓰며 난방온도는 10도로 하자는 운동이 일었고, 난방과 식사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 고민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어 결국 문명의 역행이라는 말도 나온다. 또한 프랑스에서는 바게트 빵이 사라질 위기라 한다. 치솟은 전기요금으로 빵집 전기요금이 한 달에 110만원에서 2,500만원으로 폭등하여 결국 문을 닫는 빵집들이 많아진 것이다. 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발발하고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자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차단함으로써 발생한 재난이다. 

우리나라도 에너지 위기를 경험한 적이 있다.  2011년 순환정전사태가 바로 그것이다. 6시간동안 753만 가구를 순환하여 정전시킴으로써 62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양식장의 어종이 폐사하고, 병원 중환자실 운영중단, 신호등 차단, 엘리베이터 작동 정지 등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는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폭염주의보가 뜨고 에어컨을 많이 가동함으로써 전기가 부족해지자 돌아가면서 정전을 일부러 일으키는 순환정전의 결과다. 과거에는 에너지가 하는 일을 노예가 했다, 현대인 1의 에너지 의존도는 노예 30명분과 맞먹는다 한다. 그만큼 우리는 전기 없이는 못 사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에너지 부족 예방법은 무엇인가. 절약은 당연한 것이지만 절약해서 에너지를 저장할 방법은 없다고 한다. 다만 절약을 하면 덜 생산하게는 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에너지원의 다변화라고 한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처럼 여러 가지 에너지원에 의존하면 된다는 것이다. 유럽도 에너지원의 40%를 러시아 가스에만 의존했던 것이 지금 최악의 에너지위기를 맞게 된 원인이 되었던 것이다. 석유, 석탄, 원자력, 재생에너지 등 최적의 에너지믹스를 찾아야만 한다. 에너지 믹스는 비용이 가장 싼 것과 중간 것, 비싼 것을 섞어서 해야 하며 자국의 기후, 지리적 여건, 자원 보유량 등의 사정에 맞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다. 일조량이 좋은 스페인은 태양광이 유리하고 자원이 부족한 프랑스는 원자력이 맞고 석탄이 많이 나는 독일은 석탄 에너지가 맞다는 것이다.

그러나 천연가스 대신 석탄이나 석유를 쓰면 기후위기와 환경위험을 부추길 수 있다. 따라서 에너지 공급은 필요하지만 화석 연료를 더 늘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에너지별 탄소 배출량을 보면 석탄이 가장 많고 LNG, 태양광, 해상풍력, 원전, 육상풍력 순이다. 태양광은 친환경에너지인데 왜 탄소 배출량이 많은 것일까.  태양광 패널을 생산하고 운송, 설치, 운영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이 많기 때문이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원자력은 친환경 에너지다. 

원자력은 효율도 좋고 생산 원가도 저렴하며 가성비가 좋은 에너지다. 그러나 원자력 에너지는 그 폐기물 처리 문제가 가장 심각하게 대두된다. 특히 핵연료인 고준위 폐기물 처리를 위해 많은 국가들이 방법을 강구하고 있으며 지하 500M에 매장하는 방법을 우리나라도 연구 중이라 한다. 이는 63빌딩 2개 깊이라 하니 인간 세상에서 완전히 격리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부지 선정 등 지역 주민과의 원만한 합의와 동의가 있어야 하며 철저한 정보 제공 등 많은 숙제가 수반되어야 한다. 방사능 폐기 문제는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상의 인류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방사능 오염수를 해양 방출하려 한다. 이번 달 23일~24일 후쿠시마를 방문하는 우리나라 시찰단이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 일본의 뻔뻔한 행태가 수정되기를 기대해 본다. 

유럽의 에너지 위기는 비단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국민은 에너지의 소중함을 알고 아껴 쓰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며 정부는 에너지원의 효과적인 다변화로 어떤 위기가 와도 방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에너지원의 90%를 해외에 의존하는 한국사회에서 선거 때마다 화두가 되는 에너지 정책이 말 뿐인 허울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박병철 전북농협 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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