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구 칼럼니스트
/이춘구 칼럼니스트

 전북혁신도시를 제3금융중심지로 지정하는 일은 전북인에게 새만금처럼 또 다른 고통으로 대두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공약사업이기는 하지만 우선 국정과제에 올리지 못하면서 지정 사업이 흐지부지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전북 정치권에서는 진즉부터 제3금융중심지 지정이라는 말을 하는 것조차 눈치를 보는 듯하다. 제3금융중심지 지정을 관장하는 금융위원회는 먼 산 쳐다보는 형국이라고 한다. 이에 비해 부산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이전추진으로 들떠있는 것 같다. 

 보도에 따르면 5월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서울 강북을)은 김주현 금융위원장에게 제3금융중심지 문제를 금융위 주요업무 추진계획에서 뺀 이유를 집중 질의했다. 박 의원은 김 위원장에게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전북 금융중심지 지정을 함께 처리하는 ‘연계처리 일괄타결’을 공식 제안했다. 그는 “이 두 사안 모두 국가금융산업 정책에 있어 중요한 문제로 금융활성화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함께 다루는 현안이다.”며 “하나만 취사선택할 수 있는 사안이 결코 아니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국정 관점에서 보아도 박용진 의원의 제안은 정곡을 찌른 것이다. 

 김주현 위원장은 이에 대해 “전북 제3금융중심지가 대통령 공약은 맞지만,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같은) 우선적인 국정과제가 아니라고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언론에서는 이 발언을 같은 지역공약임에도 체급이 다르다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대선공약이라고 해도 수많은 공약이 있다.”면서 “전주가 자격이 있으면 신청을 하면 된다.”고 책임을 전북에 돌리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금융위가 (전북에 금융중심지) 하지 말라고 한 적 없다. 절차를 지켜서 신청하면 그에 맞춰서 우리는 논의하면 된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 법과는 다른 얘기이다. 「금융중심지 조성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조성 계획과 지정 범위, 내용 등을 공고하면 지자체는 신청 전, 금융위와 협의를 꼭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마디로 전북이 조건이 맞으면 알아서 신청하라는 식의 김 위원장의 발언은 직무유기에 가깝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정부 공모나 공고도 없는 금융중심지 지정에 전북도가 신청할 수 있다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제6차 금융중심지 기본계획수립 선행연구용역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박용진 의원 등 국회 정무위 소속 4명의 야당 국회의원들은 25일 제3금융중심지 지정을 금융당국에 촉구했다. 

 정부는 제3금융중심지 지정 현안은 외면한 채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최우선 국정과제에 포함해 속도를 내고 있다. 4월 3일 금융위원회가 국토교통부로 이전 공공기관 지정안을 제출했고,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심의·의결 등을 거쳐 지난 3일 이전 공공기관으로 고시됐다. 한국산업은행법 제4조 제1항은 한국산업은행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두도록 했다. 법 개정 이전에 부산은 일사천리로 되고, 법 개정이 필요 없는 전북은 애원해도 안 된다. 너무도 다른 과정과 결과에 대해 전북은 또 다시 차별의 고통을 맛보는 것이다. 

 전북은 그동안 제3금융중심지 지정을 위한 여건을 크게 조성했다. 생명산업에 특화된 국민연금기금 자산운용중심의 금융도시 기반을 확충하고 있다. 국민연금기금은 1,000조 원에 육박하고, 전라북도 국제금융센터 조성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자산운용사들도 전북혁신도시에 잇따라 둥지를 틀고, 기금운용 전문인력 양성도 전북대학교 등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제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금융중심도시인 서울과 부산도 처음부터 여건이 완벽하지는 않았다. 전북혁신도시는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정부가 지정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전북은 중대한 고비마다 정치력의 부재로 지역발전의 추동력을 살리지 못하고 주저앉곤 했다. 정치력은 지역인구와 유능한 정치인의 존재에 따라 결정된다. 출향인구를 포함한 500만 전북인은 고향의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고향발전에 힘을 보태야 한다. 정치의 악순환의 사슬을 끊고, 정치의 중심에 서서 낙후 전북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 제3금융중심지 지정과 함께 공공기관 이전 시 한국투자공사, 7대 공제회, 농협중앙회, 한국마사회 등은 반드시 전북으로 오도록 해야 한다.

/이춘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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