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량미 시인 '안젤라, 혹은 앉을래'
소외가 특징이 된 시대 새 사랑방식 제시

정량미 시인의 시집 ‘안젤라, 혹은 앉을래’가 발간됐다.

시집 제목이 우선 독특하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시편들을 쭉 보면 4부에서 연작시로 쓴 ‘봄은 고양이’에 이어 ‘앉을래 이야기’가 종착역임을 깨닫게 된다.

봄의 그늘 속에 고양이가 앉아 있고, 안젤라로 부르던 고양이가 앉을래가 되어 1부부터 5부 내내 ‘벙어리 금촌댁’, ‘이인삼각게임’, ‘저는요’ 같은 시들이 잡히지 않은 사랑의 정체를 끌어안고 있었음을 느끼게 된다.

김금용 시인은 “쫓고 기다리고 그리워하는 갈등과 혼돈과 고달픈 자기안에 갑친 집착, 미련에서 벗어나 개구리알 같은 별들이 헤엄쳐 일제히 내게로 오고 같이 앉을래가 봄까치꽃으로 돌아올 때까지 너는, 내 사랑의 정체는 또 지천으로 흩어진다”고 밝혔다.

또 문태준 시인은 정량미 시인의 시편들을 가르켜 가만하게 낮은 목소리로 말하며 곁을 내준다고 평했다.

사랑의 품에 들어오라고 부르고 이끈다.

혹은 함께 했던 날들의 기억을 다감하게 환기한다.

기억 속에는 순수, 꿈, 뛰는 심장이 있고 ‘첫’이 있다.

그리고 시간이 웃는다.

문태준 시인은 “비록 일상은 반복되지만 그 가운데에서 한결같은 마음올 삶의 희망을 찾고 노래하고, 스스로 혹은 함께 화사해지려 한다”며 “달력의 첫 장 같은 마음이 시행 속에 설레고 빛나서 더욱 푸근한 시집이다”고 말했다.

황정산 시인은 정량미 시인을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인으로 규정했다.

시인은 사랑을 그만두고자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에게 사랑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시인은 사랑의 형식을 바꾸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그동안 사랑이라고 여겨왔던 타인과의 완벽한 일치라는 불가능한 관념을 버리고 타자의 마음을 내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으로 이 분열과 소외가 특징이 된 시대에 새로운 사랑의 방식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때문에 시인은 타자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자신의 마음으로 내면화하는 시 쓰기를 보여준다.

그런 과정은 소외와 고립이 특징인 현대사회에서 타인의 삶을 받아들이는 사랑의 실천이기도 하다 안젤라는 장미꽃 중 하나이다.

그 아름다움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고 그 옆에 앉기를 소망하여 ‘앉을래’가 됐다.

하지만 시인에게 정말 진정 아름다운 꽃은 이 꽃이 아니라 봄날 들판에 지천으로 피어있는 개불알꽃, 즉 ‘봄까치꽃’이다.

황정산 시인은 “안젤라 장미가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 봄날 다시 가장 낮은 곳에서 산개하는 봄까치꽃으로 환생되기를 소망하고 있다”며 “그것은 하찮은 언어가 타인의 마음을 얻는 시가되는 과정이기도 하다”고 평했다.

시인은 “이제 단순한 열정이 아니라 다소 합리적이진 않더라도 정의적인 글로 나에게 당당하고 싶다”고 밝혔다.

시인은 ‘그대 환한 복사꽃’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시집 ‘제비꽃, 하늘을 날다’, ‘나 할 말이 있어’ 등이 있다.

현재 전북문학관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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