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흔히 외교에 대해 “갈등과 협력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예술이다”, “국가 간 관계를 조율하고 조화롭게 하는 예술이다”, “협상의 예술이다”라고 말한다. 종합하면 외교는 ‘균형과 협상’의 예술이다, 즉 외교는 어느 한 국가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외교의 목적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와의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관계를 맺는 일인 만큼 국익을 무시하면서까지 교섭을 배제하거나 특정 국가만을 상대로 한 일방적인 교섭은 ‘균형과 협상’이라 할 수 없다.

한 국가에서 외교의 균형에 대한 책임은 정부만의 몫은 아니다. 정부가 외교의 균형을 맞추지 못한다면 국회가 나서야 하고, 국회마저 정부의 불균형을 바로 잡을 수 없다면 국민이 나서야 한다. 국회에서는 야당의 견제가 중요하다. 정부와 여당이 균형과 조화를 깨트림으로써 국익을 해칠 수 있다면 야당이 나서야 한다. 이는 야당으로서 당연한 개입이다. 야당의 개입을 ‘내정 간섭’이니 ‘심각한 외교적 결례’라고 비판해서는 안 된다.

우리 정부의 외교가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는 전문가나 국민은 많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어느 특정 국가에 끌려가는 일방적인 외교 때문일 것이다. 미국과 일본에만 치우치다 보니 중국과는 멀어지고 있다. 우리의 이익을 위해 중국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국가의 이익을 무시한 채 중국과의 외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러한 점에서 야당의 대표가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난 것은 정권에 대해 균형외교를 주문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관계를 유지하되 중국을 배제해서는 안 되고 중국과의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즉 우리의 이익을 위해 중국과 교섭하고 협조해야 할 것은 협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대한민국의 자존심까지 버려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최소한의 실리를 챙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당에서 이 대표의 행보를 두고 굴욕적 태도라고 비판한다면 현 정권의 미국과 일본에 대한 외교 역시 동일한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지금도 경제적 이익은 물론 국민의 자존심까지 버린 외교라는 비판이 거세다. 이러한 상황에서 야당 대표가 두 손을 놓고 침묵을 지킨다면 이는 심각한 직무유기다. 특히 대 중국 외교의 경직으로 인해 국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나아가 야당 대표가 중국과의 경색된 외교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도 있다.

국정을 책임지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지금이라도 중국과의 갈등을 풀 수 있도록 외교적 교섭에 적극 나서야 한다. 소극적으로 일관한다면 이는 국민의 이익에 대한 무시다. “외교는 대화를 통해 공동의 이익을 실현하는 예술”이라고 한다. 이 대표의 주한 중국대사의 면담을 계기로 공동의 이익을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균형과 조화의 예술 작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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