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동 전주시의회 의장
/이기동 전주시의회 의장

밀려 들어오고, 건물이 잇따라 무너져 내리며 이곳저곳 불길에 쌓인 모습은 흡사 불지옥을 연상케 했다.

하지만 재난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인류가 만들어낸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냄새도 맛도 느낄 수 없는 방사능 유출은 제2의 참사를 예고했다.

어쩌면 자연재해 정도로 생각할 수 있었던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사실 인재였다. 

그 경과를 살펴보면 이렇다. 지진으로 외부 전력의 공급이 끊긴 경우 비상전력으로 냉각수를 공급해야 했지만, 변전설비를 건물 지하에 설치하는 바람에 설비가 쓰나미에 침수되며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이에 더해 조기에 바닷물을 투입해 원자로를 식혔다면 방사능 유출은 발생하지 않았을 테지만, 불순물이 함유된 물을 사용하면 원자로를 폐기 처분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해수 투입을 하지 않았다.

 결국 원자로 내부에서 발생한 수소 폭발로 격납용기가 손상되며 방사능이 유출됐고, 원자력 사고 레벨 7단계 중 체르노빌과 동급의 최고 레벨인 7단계 사고가 발생하고 말았다.

결론적으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원자로 건설에 들어간 비용이 아까워 망설이는 사이 천문학적인 피해가 발생한 인재인 셈이다.

하지만 일본은 또다시 가장 저렴하다는 경제적인 논리를 내세워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추진하고 있어 과거를 교훈 삼지 않고 또 다른 인재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일본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처리된 오염수는 삼중수소를 제외한 방사성 핵종이 거의 제거돼 있으며, 삼중수소 또한 희석을 통해 농도를 줄였기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삼중수소의 경우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정상적인 원자력발전소에서도 기준에 따라 처리한 후 방류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당시 노심 용융을 수 개월간 숨겨 방사성 물질이 태평양으로 유입된 바 있으며, 저장된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의 농도나 종류 등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등 신뢰할 수 없는 모습을 보여왔다.

오염수 방류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도 이뤄지고 있지만, IAEA는 원자력 기술의 안전하고 평화적인 이용 ‘촉진’을 사명으로 하는 기구라는 점에서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자명해 보인다.

 특히 다핵종제거설비는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를 위해 처음 만들어진 장비로 장기간의 운용에 있어 안정성과 유효성에 대한 신뢰가 어렵다.

 이를 종합해보면 처리된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일본의 주장이 이론적으로는 적합하더라도 실제 안전성에서는 그 신뢰도가 높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더해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부분 또한 맹점이 있다. 기준치보다 적은 양으로 방류되면 사람에게 영향이 없다는 것은 현대 과학을 기준으로 판단한 것이다.

 1900년대 중반에 전 세계적으로 사용된 살충제인 DDT의 경우, 당시에는 사람의 피부에 직접 살포하는 등 활발히 활용됐다. 그러나 과학의 발달과 함께 1962년 유해성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며 더는 사용되지 않게 됐다.

 시간이 지나 당시에는 알 수 없었던 유해성이 밝혀진 것이다. 더욱이 오염수의 경우 방류된 후에는 그 유해성을 알게 되어도 돌이킬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경제적 논리가 아닌 더욱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지난 12일 오염수 방류를 위한 설비의 시운전을 시작하며 일본의 오염수 방류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단적으로 말해 해양에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 중 무엇이 환경에 더 좋을지는 누구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기준치보다 낮은 수치이니 괜찮다는 말은 변명에 불과하다. 일본 정부의 즉각적인 계획 철회와 대안 구상을 촉구한다.

/이기동 전주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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