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구한 '착란의 순간과 중첩된 시간의식'

인문학-평론집-신춘문예-단편 나눠
시인의 바라본 세계와 의식흐름 정리

이구한 문학평론집 ‘착란의 순간과 중첩된 시간의식’이 출간됐다. 저자는 어떻게 하면 좋은 시를 쓸 수 있을까 고민 끝에 2000년 들어 인문학 공부에 몰입했다. 인문학책을 일주일에 한 권을 읽으면 일 년이면 52권, 십 년이면 오백 권을 읽을 수 있다는 신념에서 출발했다. ‘먼저 자란 눈썹보다 늦게 자란 수염이 더 길다’는 말을 실감하게 됐다. 시는 1965년 대학시절 문공부 신인예술상을 등단했지만 그로부터 52년이 지난 2017년에야 문학평론 부문에 신인상으로 이름을 올렸다. 시를 쓰는 재미 못지않게 평론을 쓰는 재미도 컸다. 아는 만큼 세계는 넓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2010년부터 십여 년 동안 쓴 평론 중에서 몇 편을 추려 평론집을 만들기로 했다. 부족하지만 자신이 읽은 시, 자신이 바라본 시세계, 시인들이 바라본 세계를 정리해보고자 한 것이다.

작품 구성은 4부로 나뉜다. 제1부는 현상학에 관한 인문학을 시로 해석했다. 하이데거의 관점에서, 메를로 퐁티의 관점에서, 후설의 관점에서 살펴봤다. 제2부는 시인들의 시집을 중심으로 쓴 평론집이다. 대부분 한국 현대시의 중심에 서 있는 작가들이다. 시인들이 바라본 대상과 다양한 표현양식, 그리고 시의 바탕을 이루는 시인들의 세계관을 펼쳐봤다.

제3부는 한국문학의 현주소를 신춘문예 당선작을 중심으로 조명하고 있다. 시는 2022년 당선작 8편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제4부는 신작시 감상을 어떤 분기별로 고찰했던 단편들이다. 

김동수 시인은 “이구한의 비평은 후설의 현상학과 프로이트의 심리학 그리고 노자의 유무상생의 도관을 바탕으로 작품에 내재된 심미적 구조를 보다 넓고 깊게 분석하고 있다”며 “실재와 존재, 가시와 불가시, 의식과 무의식의 중도에서 길항하는 실존적 자아의 내면적 풍경을 상호 유기적 관점에서 포착하고 그것을 명쾌하게 통찰하고 있다”고 평했다.

정휘립 문학평론가는 “이구한은 자신의 문예적 의취를 실현하기 위해 서구적 문예철학의 사유에 천착해왔다. 특히 현상학적 문예 탐구에 있어서 누구의 추종도 불허하는 인문학적 호학성으로 그가 치켜든 평론의 기봉은 예리하기만 하다”며 “이제 발간되는 그이 평론집에서 신나는 작품 분석의 파도타기를 즐길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저자는 “시를 읽는 것은 시인의 마음을 읽는 것이다. 시인의 의식흐름과 세계를 향한 인식의 깊이를 읽는 일이다. 시를 쓰는 입장에서 대상을 바라본 시인을 따라가야 한다”며 “어떤 때에는 현미경으로, 어떤 때에는 망원경으로 원근을 조정하면서 주름을 읽어야 한다. 그래서 시인의 내면을 통찰하기가 곤혹스럽기도 하지만 때로는 즐거기도 하다”고 밝혔다.

전주 출생으로 서라벌예술대 문예창작과 한양대 경영대학원 경영컨설턴트를 전공했다. 1964년 문공부 신인예술상 시 부문, 2017년 미당문학 문학평론에 당선됐다. 

시집으로는 ‘약속의 땅, 서울’, ‘모래시계’, ‘개와 늑대의 시간’ 등이 있으며 문학평론집 ‘착란의 순간과 중첩된 시간의식’을 발간했다. 현재 미당문학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조석창기자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