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철 한국노총 전주시지부 부의장
/박병철 한국노총 전주시지부 부의장

지난달 1일 윤석열 정부의 ‘건폭몰이’에 항의하며 분신한 뒤 하루 만에 숨진 건설노동자 양회동 씨의 발인이 빈소인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어제 엄수되었다. 민주노총 장례위원회는 “장례는 투쟁의 끝이 아니라 열사의 염원을 실현하는 새로운 약속과 결의의 장”이라고 밝혔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건설노조를 탄압하던 경찰이 이제는 집회결사의 자유마저 사냥하는 지경이다. 건설노조와 민주노조를 지켜내지 못하면 이 사회 민주주의도 지켜낼 수 없다”고 했다.  

건설노조 강원지대장을 맡았던 양씨는 노동절인 지난달 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앞두고 춘천지법 강원지원 앞에서 분신해 이튿날 숨졌다. 양씨는 강원지역 건설현장에서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는 등, 공사를 방해하고 현장 간부 급여를 요구한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았지만 본인은 정당한 노조활동이었음을 주장하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김정배 건설노조 강원지부장은 추도사에서 “조합원들을 챙기기 위해 끼니 거르기를 밥 먹듯이 했던 동지”라며 “살아남은 우리가 당신의 뜻과 염원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1일에는 고공농성에 돌입한 노동자를 경찰이 곤봉으로 내려치고 강제 연행으로 유혈사태까지 벌어졌다. 한국노총 금속노련은 광양제철소 앞 도로에 7m 높이의 구조물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였다가 경찰에 연행되는 과정에서 김준영 사무처장이 경찰이 휘두르는 곤봉에 머리를 맞아 출혈이 발생하여 인근 병원으로 후송한 것으로 알려졌고 언론매체에도 보도되었다. 군사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2023년에 일어난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불법 집회를 했다며 구속수감하고 급기야 노동부는 김준영 사무처장을 근로자위원의 품위를 손상시켰다며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직에서 해촉했다. 

 이쯤 되면 과연 이 정부 정책에 ‘노동자’는 있기나 한 것인지 심히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정부는 노동자를 국민이 아니라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다며 노동인권을 탄압하는 정부는 존재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성실하게 살아 온 노동자가 정부의 부당한 조치로 사망했음에도 이 정권은 일말의 반성도, 책임도 지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노동개혁을 가장 시급한 국정과제로 꼽았다. 그러나 이는 개혁을 가장한 노조탄압에 지나지 않았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결하겠다며 대기업 노조가 중소기업 노동자를 착취하고 있다는 것을 노조탄압의 구실로 삼아왔다. 그러나 진정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주범은 대기업 노조가 아니라 바로 대기업인 것을 모르고 하는 말인가. 하청에 재하청을 주면서 갑질과 저임금으로 노동자의 뒤통수를 친 것이 대기업이 아니고 그 누구인가 말이다. 노조 탄압으로 떨어진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그것이 마치 노동개혁의 모두인 것처럼 위장하는 꼼수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가진 자를 위한 윤석열 정부의 정책은 지나치게 ‘반노동’적이다. 출범이후 지속적으로 노조 때리기에 급급한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에 ‘노동자’는 없다. 기업이 원하는 건 다 챙겨주면서도 노동자가 원하는 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잘못된 노동 관행은 반드시 개선해 나가야 할 노동계의 과제다. 그러나 개혁을 빌미삼은 지나친 개입과 강압적 수사, 전 노동계를 싸잡아서 도둑집단으로 매도하려는 시도를 당장 중단하길 바란다. 

 정부는 야간 집회 금지와 함께 물대포와 최루탄까지 등장시키려 하면서 노동자에게는 합법적인 집회를 요구한다. 노동자도 합법적으로 집회하고 합법적으로 해결하고 싶다. 그러나 합법이 먹혀들지 않고 정당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기에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고공농성을 하고 급기야 분신을 시도한다.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고 외치며 분신하신 전태일 열사가 돌아가신 지도 53년이 흘렀다. 그 53년을 뛰어넘어 또 다시 분신 열사가 등장해야 하는 한국사회는 과연 정상적인 사회인가. 정부는 지금이라도, 노조를 때려잡고 노동자를 죽이는 노동개혁이 아니라 이 땅의 노동자를 살리고 노동자가 행복한 노동정책을 실현해 주기를 간곡히 바란다. 

/박병철 한국노총 전주시지부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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