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대 위기와 전망

전북지역 저출산으로 학생 수 줄어
도내 23개교 신입생 한명도 없어
전교생 10명미만 학교 27곳 달해
도내 대학 경쟁률 급격히 떨어져
익산-전북대 통합 수의학친환경
농생명 연구 특성화캠퍼스 운영
전주대-예수대-비전대 통합전제
글로컬대학 사업 공동신청서 제출
20대 인구 이동수 매년 마이너스
대학-지자체-산업 파트너십 구축
동반성장 중장기적 혁신전략 수립
대학간 자체적 통합 추진 어려워
지방대 특성화 전환 추진비용없어
정부 시설-재정투자 지원 절실해

교육부의 ‘글로컬대학 30’ 사업으로 인해 대학 통합이 가속화되고 있다.

해당 사업은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모델을 구축하는 비수도권대학 30개를 지정하고 5년 동안 학교당 1,000억 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번 예비지정 신청 결과 총 108교 중 27교는 2개 이상의 대학이 통합을 전제로 신청하는 ‘공동 신청’을 택했으며, 예비지정 결과 도내에서는 전북대가 유일한 합격점을 받았다.

일부 매체는 “정부가 지원금을 무기 삼아 지방대 통폐합을 신속히 진행하려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지만, ‘마침내 올 것이 왔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속적인 학령인구 감소로 통합 카드가 필수 불가결한 시점이 가까워지는 상황에서 특성화 기반의 대학 통합은 현상 타개를 위한 탈출구로 기능하고 있다.

본 기사에서는 대학이 처한 위기와 통합 사례, 그리고 전망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 위기의 ‘주범’ 학령 인구 감소 심각해

글로컬대학위원회와 교육부는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와 산업구조의 변화 속에서 향후 10~15년이 대학 혁신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인식하에 글로컬대학30 사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학령인구는 2003년 약 10,916,000명에서 2023년 7,259,000명으로 대략 33.5% 감소했다.

2043년 국내 예상 학령인구는 2003년의 반도 미치지 못하는 4,549,000명이다.

전북 또한 고령화가 심각해지면서 ‘신입생 없는 학교’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23년 도내 신입생이 0명인 학교는 무려 23개교에 달한다.

전교생이 10명 미만인 학교도 27개가 있다.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저출산으로 인한 전북지역 학생 수의 지속적 감소로 인해 신입생이 0명인 학교가 23개교이며, 이같은 추세는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도교육청이 제시한 최근 10년간 학생 수 추이를 보면 지난 2013년 25만180명을 기록했던 숫자는 해마다 줄어 2017년엔 21만7,835명, 2020년엔 19만6,466명 그리고 2022년 18만8,639명을 기록했다.

2013년 대비 6만1,541명이 줄었고 비율은 24.6%를 기록했다.

감소 상황은 앞으로도 지속된다.

전북교육청 중기배치계획에 따르면 2023년에는 18만4,466명, 2024년은 17만9,694명, 2025년은 17만3,696명, 2026년은 16만5,190명 그리고 2027년은 15만7,021명으로 약 3만1,618명, 16.8%의 학생이 줄어들 전망이다.

한편, 같은 기간 동안 대학 수는 단 5.88% 감소하는 데 그쳤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대폭 줄어들면서 도내 대학 경쟁률도 급격히 하락했다.

2016학년도와 2023년도 정시 경쟁률 집계 결과 군산대는 3.3대 1에서 1.74대 1로, 원광대는 5.17대 1에서 2.38대 1로, 우석대(나군)는 3.52대 1에서 1.55대 1로, 전주대는 6.74대 1에서 2.13대 1로, 전주교대는 2.41대 1에서 2.05대 1로 떨어졌다.

반면 지방거점국립대인 전북대는 4.17대 1에서 4.87대로 유일한 상승치를 기록했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의 사립대학재정통계연보에 따르면, 2022년 전북 사립대학의 등록금 의존율은 58.7%로 1등인 인천(62%)의 뒤를 잇는다.

여기서 학생 규모 5천 명 이하로 대상을 좁히면 의존율은 전국 1위인 68.8%까지 상승하는데, 이는 지방권 평균(37.5%)의 두 배에 육박할 만큼 압도적인 수치다.

출산률, 정주인구 등의 감소로 도내 학령인구 감소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등록금 의존율이 높은 소규모 대학들은 ‘글로컬대학’ 타이틀마저 놓친다면 선정 대학에 지역 인재들을 뺏길 수 있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다.
 

▲대학 통합의 사례

익산대는 오랜 진통을 깨고 2007년 전북대와의 통합에 최종 합의해 현재 ‘수의학 친환경 농생명 교육연구 메카’를 모토로 한 특성화 캠퍼스로 운영되고 있다.

기관장들과 각 대학은 뜨거운 감자였던 전북대 수의대를 익산 특성화 캠퍼스로 이전하고, 익산시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교육연구기반시설 확충과 인수공통난치병연구소, 야생동물구조센터, 말질병연구소, 수정란이식센터 등 관련 R&D 시설 유치·설립에 필요한 사항을 적극 지원키로 했다.

더불어 전북도와 익산시는 국비를 포함해 약 200억 원에 달하는 지원비를 약속했다.

전북대 관계자는 “전체 차원으로 보면 학생 정원이 증가하지만, 익산대 입장에서는 학생 수가 줄어들게 되다 보니 걱정과 우려가 있었다”며 “경쟁력 있는 학과를 특성화 캠퍼스로 이전하겠다는 약속을 통해 설득을 이뤄낼 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교 통합 덕분에 실제로 학생 수가 많이 늘어났고, 지원금을 기반으로 교수 인원을 대폭 충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주대-예수대-비전대 또한 글로컬대학30 마감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공동신청서를 제출하고 하나의 법인으로 통합하겠다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들이 통합을 완료하면 총입학정원 3,706명, 재학생 14,082명의 대형 사립대가 출범한다.

세 대학은 글로컬대학 추진 세부 방안으로 각 대학의 정체성 및 강점 확대, 유연한 학사 구조 마련, 간호, 보건 인력 분야와 현장 전문 실무인력 양성 및 전략 분야 중점 육성, 지역소멸 극복을 위한 지자체 연대 프로그램 개발 운영, 유학생의 정주화 및 평생교육 사업 확산, 기독교 윤리와 인성교육을 토대로 지역을 위한 우수 인재 양성 등을 제시했다.

전주대 관계자는 “서남대 폐교 당시 예수대와의 통합 관련 의견이 나왔고, 통합 협의까지 타진했으나 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었다”라며 “통합 관련한 논의가 한 번 진행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 논의를 다소 용이하게 이끌어갈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통합을 전제로 글로컬대학 사업에 공동신청한 부산대-부산교대는 예비지정 목록 중 유일하게 교대가 포함된 사례다.

두 대학은 2021년 통합 MOU를 체결하는 등 지속적인 논의를 거쳐온 것으로 알려졌다.

홍창남 부산대 교육부총장은 “4-5년 전부터 부산교대와의 통합을 내부적으로 논의했었다”며 글로컬 사업을 계기로 다시 한번 통합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부산대는 통합 과정에서 ‘초등교육 복수전공 금지’ 학칙을 제정해 교대 구성원들의 우려를 잠재우고자 했다.

홍 교육부총장은 “교대는 같은 교대생끼리만 모여 공부하다 보니, ‘고등학교 4학년’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기도 한다”며 “대학교에서 폭넓고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고, 여러 학문을 접하면서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비판적인 역량 등을 기르는 것이 중요한데 이러한 기회가 교대에 굉장히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사범대를 졸업하면 바로 공립학교 발령을 내줬는데, 공개경쟁 임용 시험을 보게 되면서 이들의 위상이 현저하게 떨어졌다”며 초·중·특수·평생교육에 이르기까지 전체 교사 양성을 전문적으로 하는, 또 한국에는 없는 선진 시스템을 만들고 대대적인 투자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국가적 지원을 받을 목적으로 글로컬에 공동 신청했다고 덧붙였다.
 

▲통합의 근본적 원인, 인구 유출 막아야

대학 통합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결국 학령인구와 각 지역 정주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회인으로서, 또 대학생으로서 첫발을 내딛는 도내 20대 인구 유출은 심각한 수준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라북도 20대 인구 순이동 수는 2010년 –6298, 2011년 –4484, 2012년 –7254, 2013년 –6426, 2014년 –6733, 2015년 –6174 등 2022년까지 단 한 번도 빠짐 없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2018년부터 3개년간은 평균 –9313명이라는 심각한 기록률을 보였다.

또, 연도별 30대부터 80대까지의 인구 순이동 수를 합산해도 20대 인구 감소량의 반절밖에 메꾸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학들은 물리적·화학적 통합을 이루어 내도 구성원을 지역에 정주시키지 못하면 수도권 기업을 위한 ‘사관학교’로 전락함을 인지하고, 지자체 및 기업들과 MOU를 넘어 강력한 법적 구속력이 존재하는 협약을 적극 체결해야 한다.

글로컬사업도 지역 우수 인재 양성, 산학협력 허브 역할 수행 등 신청대학이 지자체, 지역 산업과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동반 성장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혁신 전략을 수립 및 추진토록 했다.

해당 사업에 예비지정된 부산대-부산교대는 ‘남부권 서울대’를 목표로 의생명 융합연구·산학협력 혁신클러스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부산대는 이 과정에서 수의과대학 설립을 위해 작년 10월 교육부에 신설을 요청하고 현재 농림축산식품부 용역을 진행 중이다.

또 한국광기술원, 환경보건원, 전자통신연구원 등 정부출연연구소 분원을 유치하고 혁신스타트업을 유치할 예정이다.

안동대-경북도립대는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 조성을 위한 지역 내 학교, 기업, 지역의 공동 성장을 제시했다.

세부적으로는 고교-전문대-대학 간 일원화된 인재 양성·정주 거버넌스인 Local Innovation Strategy(LIS) 사업을 토대로 고등학교와 전문대에서 진학·편입을 진행하면 안동시와 영주시 지자체에서 학생 생활장학금 지급, 안동 바이오생명 국가산단·영주 베어링 국가산단 등 지역기업으로의 취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충북대-한국교통대는 대학·산업체·연구소·지자체를 연계한 Open & Shared Campus를 구축하고 강의실-연구실-기업현장 공유, 공동의 교육·기술개발·장비활용, 학업과 취업간 경계 허물기를 목표로 한 학제개편, 산업체 요구 실무형 교육과정 확대 및 개발 등을 제시했다.

이들은 하이닉스, 셀트리온, 에코프로비엠, 현대엘리베이터, 코스모신소재 등 굵직한 산업체와 산학협력을 진행할 예정이다.
 

▲통합의 현실적 조건, 정부지원

도내 대학들은 생존을 위해 통합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다만 능동적 추진을 위해서는 교육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립대 관계자 A씨는 교육부 지원 없이도 대학들이 자체적인 통합을 추진하는 케이스가 늘어날 것인지 묻자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A씨는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대학이 살아남으려면 구조조정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말문을 뗐지만 이어 언더독 대학들이 단순 통합을 진행했다가는 되려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백화점’처럼 모든 대학마다 모든 과가 있는 상황에서 학령인구 급감을 맞이한 대학들은 살아남으려면 특성화 및 전환이 필요하지만, 이를 추진할 비용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글로컬사업의 경우 정부에서 정책적 지원을 쭉 해주기 때문에 특성화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는 전략을 만들 수 있다”며 교육부가 지방대 상황을 인지하고 ‘지속 가능한 대학’을 만들도록 유도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홍창남 부산대 교육부총장은 “아무리 학령 인구 감소로 인해 입학생 확보가 어렵다고 하더라도, 국·공립대는 국가가 운영 주체이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신분상의 불안을 느끼거나 생존의 문제가 걸려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통합을 하게 되면 캠퍼스로 이동해야 되기도 하고, 없던 일을 새로 해야 하는 과정이 복잡할뿐더러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기 때문에 이들을 움직이게 할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며 ‘대학의 장기적인 발전’이라는 명분을 구성원에게 설득하기 위해서는 이에 맞는 시설 투자와 재정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통합의 계기가 오로지 지원금에 집중되는 주객전도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

교육부가 제안한 예산은 생존을 목표로 과감한 혁신안을 준비한 대학 대상으로 사업을 원활히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돈이다.

김우승 글로컬대학위원회 부위원장은 20일 예비지정 명단 발표 당시 '물리적 통합'보다는 유기적 연계를 기반으로 한 '화학적 결합'을 중요하게 봤다며 공동신청한 사립대들이 고배를 마신 이유를 설명했다.

교육부의 기준에서 사립대들이 제출한 통합 기반 혁신안은 지속 가능성과 완성도가 부족했던 셈이다.

전남대와 여수대는 2006년 통합 당시 유사·중복학과 통폐합을 교육부에 약속했지만, 2009년 통합 국립대 9곳 중 유사중복학과 실적 최하위를 기록하고 이외에도 약속했던 한의대 추진 미진으로 지금까지 홍역을 치르고 있다.

통합을 진행하는 양 대학은 여러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 철저한 특성화 계획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황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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