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조 전주문인협회장
/김현조 전주문인협회장

한 무리의 상단이 고비사막을 건너오고 있었다. 사막이전에는 길고 긴 초원을 지나왔다. 사막을 건너면 다시 끝도 없이 펼쳐진 초원을 건너야 목적지에 닿을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았다. 이런 장거리 여행은 하늘과 땅에 순응하며 서둘지 않고 인내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아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유럽과 중동지역에서 생산되거나 거래된 각종 물품을 낙타와 당나귀에 나눠 싣고 고구려 평양성까지 가는 거대 상단이다. 이들의 출발지는 중앙아시아 부하라에서 출발했다. 중국에서는 이들의 국적을 온식국이라고 했다. 온식국은 우즈베키스탄 부하라지역에 자리한 부유한 나라다. 현재 우즈베키스탄보다 약 900년 먼저 생겨난 나라이다.

드디어 평양성에 도착한 이들은 각종 진귀한 상품을 내놓았다. 평양성 백성들은 앞다투어 구경하고 물품을 교환하였다. 이들이 가져온 물품은 유럽과 중동에서 생산된 양모, 터키석, 유리와 비단 장신구들이 주목을 받았다. 이들이 고구려에서 가져간 것은 활과 담비 가죽과 토끼털 등이 인기였다. 상단이 한 번 들어오면 6개월 이상 1년도 머무를 때가 허다했다. 오랜 여행에서 지친 심신을 안정시키고 현지의 문화를 익히고 현지에서 물품을 선별하고 상품 교환하는 등에 필요한 시간이었다. 이들이 가져온 것은 상품만이 아니고 여행지에서 경험하고 들은 이야기들을 꺼내놓았다. 고구려에서 백성들과 1여 년을 생활하다보니 변화가 생겼다. 그들은 고구려 풍습을 배우게 되었으며 고구려에서 태어난 아이들도 여럿이었다.

온달은 온식국에서 온 상단우두머리가 떠나고 태어난 아이였다. 그들은 다시 온다는 맹약을 남기고 떠났다. 온달은 온식국에서 온 아비의 나라 이름을 성으로 하고 ‘단달족’ 아이라는 의미로 온달이 되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얼굴 모양이 다르고 피부도 달랐으며 언어가 서툴렀다. 특히 외모가 차이가 나고 기골이 장대하니 또래 아이들이 놀리기 시작했다. 인근 마을의 어른들도 알게 되었고, 급기야 평양성의 임금님도 공주님도 알게 되었다. 그것도 외모가 다르다는 이유로 바보가 되어있었다.

평강공주는 장성해서 온달을 찾아가서 혼례를 올리고 함께 살게 되었다. 지금까지도 내려오는 전설에는 평강공주가 각종 폐물을 보자기에 싸가지고 와서 집안을 일으키고 밤낮으로 학문과 무예를 기르게 하고 말타기를 훈련시켜 바보 온달을 장군으로 변모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이러한 것들은 어느날 갑자기 매진한다고 해도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때 온달의 나이나 장군으로 출사할 때의 시기를 따져보면 단기간에 이루어낸 일이라서 납득이 가지 않는다. 역사의 맹점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온달은 이미 준비되었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외모가 다르기 때문에 출사할 기회를 얻지 못하였고, 어려서는 아이들로부터 소이 ‘왕따’를 당해서 놀림을 받았던 것이다. 말이 어눌하고, 외모가 다르고 몸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바보온달’이 국가적으로 유명한 ‘왕따’였지만 그는 인재임에 틀림없다. 장군으로 발탁되어 전쟁마다 승리하였다. 온달은 더이상 바보가 아니었고 전국에서 유명한 장군이 되었다. 그는 성공한 승리자의 모범이 되었다. 당시 고구려 사회는 여러 민족이 합해져 형성된 국가였다. 고구려는 소서노(주몽의 부인, 온조와 비류의 생모) 같은 큰 상단들이 드나들며 국가 기틀을 마련하였으며, 상단무리는 씨족을 넘은 부족집단에 가까운 세력이었다.

온달의 성공을 요즘에는 ‘온달리즘, 또는 온달콤플렉스’라고 한다. 즉 아내를 잘 맞이하여 성공한 남자라는 의미다. ‘신데렐라콤플렉스’와 비견되는 개념이다. 동화나 전설은 그대로 두어도 좋다.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생각할 여지가 많다는 뜻도 된다.

우리 사회는 다민족, 다문화사회가 되었다. 고구려를 전성기로 이끌었던 시기도 많은 민족들과 문화들이 융합하여 이룩한 것이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더이상 ‘단일민족’이라는 말을 쓰지 않아야 한다. ‘단일민족’이라는 말에는 차별이 들어가 있으며 무엇보다 폐쇄성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는 무역을 통해 선진국이 되었다. 지정학적 한계와 무엇보다 지하자원이 부족하다. 문화는 교류를 통해 발전하고 문명은 문화를 바탕으로 발달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 중에 다른 나라 혹은 다른 민족과의 혼인과 그들의 2세인 혼혈인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히 같은 동양계에 심하다. 어른들이 적극 나서서 아이들에게 세계관을 알려주고 개선시켜야 한다. 또한 대한민국을 선택한 이민자들에게 문호를 더 열어줄 것을 요구한다. 인구감소를 염려하면서 대한민국을 선택하여 찾아오는 사람들을 박대하고 있다. 그들이 미래의 자산임을 명심하고 적극적인 인식변화와 행정력이 필요한 때이다.

/김현조 전주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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