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인문연구회 백인백색
오늘부터 전시··· 김대곤
김정현작가 등 참여 암환자
성매매여성-신체행위 등 담겨

사진인문연구회 백인백색은 아홉 번째 기획 시리즈로  ‘신체와 서사’ 전시를 6일부터 16일까지 사진공간 눈에서 진행한다. 이 전시는 전북문화관광재단 2023년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에 선정돼 이뤄지고 있으며, ‘신체’를 키워드로 인간 실존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신체에서 이루어지는 서사를 예술의 대상으로 삼은 5인 사진가의 작품을 초대했다. 자신과 타인의 신체를 통해 구현한 이들의 다양한 서사 패러다임을 통해 신체의 새로운 존재 방식과 그 의의를 확인하는 자리다.

김대곤은 인간 신체의 병적 징후를 임상학적 차원에서 접근하여 삶과 죽음의 의미를 성찰하였다. 김정현은 자신의 신체를 심리학적 측면에서 이해하여 자아 확인과 인간 정신의 해방을 위한 장으로 인식했다. 마루는 신체를 언어철학적 관점으로 파악하여 고정된 의미의 틀을 해체한다. 당시 사진과 학생이었던 박새봄은 페미니즘적 시선으로, 사회복지사인 오준규는 경제적 시각에서 타자로서의 여성 신체의 억압적 현실에 접근하며 이상화된 여성 신체를 거부하고 남성의 관능적 응시의 시선을 제거했다.

김대곤의 ‘암병동’은 임종을 앞두고 환자복을 입고 있는 암환자들을 정공법적으로 촬영한 흑백 초상사진이다. 그는 이미 고인이 된 암환자들의 포트레이트와 사진을 이용한 동판화, 석판화로 삶과 죽음의 문제를 성찰한다. 특히 망인과 그의 영혼이 자유로운 새가 되어 비상하는 이미지의 에칭 ‘서사 이후-자유롭게’로 생명의 유한함을 드러내고 있다. 의사로서 생물학적 종말인 죽음을 빈번히 목격해야 했던 김대곤은 죽음의 법칙에 의해 지배받는 신체를 통해 죽음을 경고하는 메멘토 모리를 환기시킨다.

김정현의 ‘또한 바람과도 같다’는 옷을 벗어버린 상태로 자신의 신체를 촬영한 남성 누드 셀프 포트레이트이다. ‘바람’으로 상징되는 ‘자유’의 세계를 갈망하는 김정현은 옷을 벗는 행위를 통해 사회적 억압에서 벗어나 물아일체된 자연인으로서의 해방감에 젖는다. 산과 들과 숲과 물의 광활한 대자연을 배경으로 하여 자기 존재를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김정현은 사이아노타입의 고전 프린트로 사진의 본질적 특성인 복제성을 포기하고 원본의 유일성이 지니는 아우라의 미학을 추구한다.

마루의 ‘untitled’는 신체를 현대 언어철학의 해체 개념으로 파악하여 이를 “텅 빈 기호”로 인식하고 있는 사진 이미지이다. 마루는 명확하고 획일적으로 의미를 규정하는 구조주의적 언어 체계를 거부하고 신체가 보여주는 사진 이미지를 통해 비결정형의 의미를 가시화한다. 특히 마루의 신체 이미지에는 인물의 얼굴 표정이 제거되고 손, 팔, 목, 가슴 등의 신체 동작이 강조되어 있다. 언어로 표현 불가능한 인간 의식이 팬터마임과 같은 신체 행위를 통해 새롭고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박새봄의 ‘상처’는 20대 또래친구들의 삶에서 트라우마로 작용하고 있는 신체의 상처자국을 드러내고 있는 사진이다. 그들이 상처를 극복하고 자기 신체의 주체로 거듭나기를 바라고 있는 박새봄은 얼굴을 드러내지 못하고 외상의 흔적을 끌어안고 소외되어 웅크린 여성들의 신체를 여성적 감수성으로 접근하여 그들의 불안한 심리나 내면의 고뇌를 가시화한다. 억압적인 사회 현실 속에서 침묵해야만 했던 여성들의 경험을 중심 서사로 끌어들여 여성의 삶과 의식의 변화를 이끌고 여성의 위치를 재정립하려는 페미니즘적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오준규의 ‘선미촌’은 홍등가라 불리는 성매매 집결지 전주 ‘선미촌’을 촬영ㅗㅔ 여성 육체의 상품화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사진이다. 가게 진열장 같은 ‘유리방’에 앉아 호객하고 있는 여성의 모습은 육체와 돈의 교환 관계를 시사한다. 그러나 사회복지사로서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오준규는 이들을 시장 경제 체제에 속해 있는 성노동자로 인식하고자 한다. 어둠 속에서 은밀히 성을 교환하는 여성들을 공적 담론의 장으로 이끌어내어 세상과 마주할 수 있는 몸의 주체성과 자율성을 드러내고자 한다.

/조석창기자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