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민수 시인 '가재가 사는 동네에서'

핸드폰이 되지 않는 그곳-별과 소쩍새가
있는 그곳서 7년간의 귀농일기 한권에

신민수 시인의 귀농일기인 ‘가재가 사는 동네에서’가 출간됐다. 저자는 한국전쟁 이듬해인 1954년 격동기에 순창 새롱마을 산골에서 태어났다. 학창시절을 보내고 군에 입대 병장 전역 후 서울에서 40여년을 보내고 회향했다.

시인의 고향은 핸드폰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위성방송도 잡히지 않는다. 소와 돼지가 없는 대신 별이 많고 찔레꽃이 피고 소쩍새가 밤마다 운다.

전화할 일, 전화할 사람도 없고 궁금할 일도 없으니 티브이도 안본다.

가끔 왜 사냐는 질문이 들어오지만 마땅한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저 세월의 무게를 내려놓다보니 이렇게 됐다는 대답이 전부다.

하지만 산골농부라고, 나이 들었다고, 가진 것 없다고 기죽지 말고 살아간다. 시인의 길을 걷진 못해도 꽃피는 사월의 언덕을 오늘도 걷고 있다면 당당하게 걸어도 된다고 햇살, 바람, 꽃들이 말해주고 있다.

고향에 와서 낚싯대 펼쳐놓고 먼 산만 바라봐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마냥 즐겁기만 하다. 철없는 소년으로 보일 수도 있고, 엉뚱한 망상가로 치부될 수 있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흔적을 남기고 싶은 마음도 있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떠오르는 생각을, 일기처럼 써가며 흔적을 남기고 싶은 것이다.

시인에게 고향은 평소 꿈꿔왔던 이상향 자체다. 서울에도 비가 내리고 가재가 사는 마을에도 비는 내리지만 한강에는 가재가 살 수 없고 세룡천에는 돌멩이마다 가재가 구물구물하다. 소소한 것에서 자신의 이상향을 찾아가는 모습이 이채롭다.

마치 십구대 선조인 귀래공 신말주 공인 세조가 등극하자 두 임금을 섬기지 않겠다며 벼슬을 내려놓고 순창읍 남산대에 정자를 짓고 인근 고을 선비들과 교류하며 정착했던 것처럼 말이다.

한때는 잘 나가던 사업을 접고 첩첩산중이 고향마을에 정착한 그는 근심걱정없이 일상을 즐기며 사는 성공한 귀농인으로 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토실토실한 알밤에 탄성하고 이른 봄 뾰족하게 올라온 드룹순이 신기하기만 할 따름이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옛부터 선비들은 적당한 때에 낙향해 책읽고 글쓰기를 즐겨했다고 한다”며 “신 시인도 적당한 때에 회향해 고향 마을에서 글쓰며 농업에 매진하며 긍정적인 생각과 농부로서의 부지런함이 언제 만나도 밝은 모습에 친근함은 좋은 벗이라 하겠다”고 밝혔다.

장위현 전 임실교육장은 “어설프게 시작한 농사일이었지만 짭잘한 수익비결에 주변의 관심이 됐다”며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활기가 넘치고 새벽을 기다린단다. 거침없이 토해내는 솔직함과 훈훈한 미소가 함께한 그는 편안하고 정겹다”고 말했다.

시인은 “새들 지저귀는 소리에 잠 깨고 별빛 베개 삼아 잠드는 일상, 일흔의 생일 맞이하노리 행복의 언덕 걷고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며 “긍정 90 부정 10이라는 말처럼 귀농산골농부로 노후를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하며 지난 7년여의 귀농일기 중 듬성듬성 골라 공개해본다”고 밝혔다.

2020년 계간 문예연구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시집 '청상과부', '찔레꽃 향기 훤한 세룡리', '가재가 사는 동네' 등이 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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