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길선 전북대학교 고분자나노공학과 교수
/강길선 전북대학교 고분자나노공학과 교수

인간의 욕구는 항상 더 좋고, 더 편하고, 더 맛있는, 더 명예로운 것을 지양하게 돼 있다. 

온 우주계의 무질서도가 증가하는 엔트로피의 법칙과도 같이 자연적인 현상이다. 

제아무리 아버지의 수박가게보다도 옆집 아저씨 수박가게의 수박이 싸고 맛있다면, 맛있고 싼 수박 가게로 가게 돼 있다. 

더구나 한 사람의 일생이 달린 대학입시에서 좋은 대학, 좋은 과로 진학해 안정된 직업, 많은 월급을 타는 직장을 고르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대쏠림이 좋은 예이다. 같은 실력·점수이면 의대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의대도 갔지만 공대의 전화기 (전자공학과·화학공학과·기계공학과)의 인기가 많았었다. 

일례로 1976년 당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원유를 포항 근처에서 발견했다고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발표하자 의대학생들이 화공과로 전과하는 해프닝도 벌어졌을 정도로 공대 인기가 좋았을 때도 있었다. 

인기과와 인기 전공은 세월에 따라 변한다. 

대학입시에서 전국의 의과대학 3,000명의 정원이 채워져야 서울소재 대학의 타전공이 채워질 정도로 의대에 인기는 더욱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미국 대학의 이공계 대학은 의 대자격 시험(MEET)을 준비하는 단계로 모든 학부 학생들이 의대를 타겟으로 공부한다. 

필자가 미국 유학시절인 1990년경에는 생체의용공학과가 몇 개 대학 밖에 없었으나 최근에는 의과대학 전(前)과정(Pre-Med)으로 확산돼 100개교가 상회한다. 

일례로 조지아공대-에모리의대가 공동 개설한 생체의용공학과는 일 년에 오백 명씩 선발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 

그러나 재학생은 항상 1,500명을 유지한다. 500명 이상은 학교를 떠난다는 이야기이다. 

전술했듯이 수능 응시생 40만 명 중, 3,000명으로 총 응시생 중 0.75% 정도만이 의대를 들어갈 수 있다. 

어쨌든 수능준비에서 의대쏠림은 극단에 다다라 대치동 학원가에 초등의대관(初等醫大館)이 생겼다. 

꼼수도 등장해 중학교 1등 학생도 과학영재고 대신 일반고를 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일반고에가서 내신 관리를 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힘들다고 생각하는 일단의 학생들이 필리핀, 미국, 헝가리, 체코, 키르키스탄, 카자흐스탄, 체코, 미얀마, 루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몽골, 우즈베키스탄 의대 준비반이 생겼다.

급기야 카리브해의 그레나다의 캐리비안의대반도 생겼다. 

실제로 캐리비안의대로 진학하는 한국학생이 수십 명에 이른다. 

내 제자 A군은 학부생부터 필자하고 친했었다. 

이 A군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시험을 꾸준히 준비했었는데 의전원 제도가 없어지자 결국 헝가리의 대로 갔다. 

가끔 문자가 오고 나도 안부를 묻는데 잘 꾸려나가는 듯하다. 

복지부가 인정하는 해외대학은 38개국 159 곳이다. 

물론 해외의대로 졸업하더라도 국내 의사고시에 합격해야 한다. 

최근 5년간 헝가리의대를 졸업한 86명이 국내의 사고시 응시해 73명(85%)이 합격했다. 

이렇게 입학하기 힘든 의대를 졸업하고 난 후에도 의대생들이 전공선택 사교육이 성행한다.

이미 사교육에 중학교 때부터 길들여진 학생들 군이어서 대학재학중·졸업후에도 자연스럽다고 한다. 

이른바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과 정재영(정신건강의학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은 선호하고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년과)는 기피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근본적인 이유는 의사 전공에 따라 월급이 3~5배 이상 차이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환자와 직접대면하지 않는 전공분야들이 인기이다. 

이러니 특정 전공에 몰리는 것이다.

자본주의 자유경제 체제에서 인위적 조절은 폐해가 꼭 생기고 그 폐해는 배가 돼 국민들에게 돌아온다. 

의대광풍, 의대쏠림을 방지하고자 인위적인 방법을 쓰면 그 부작용은 꼭 생긴다. 

다만 효과적인 제도를 만들어 물 흐르듯이 만들면 좋으나 아마도 우리 국민들의 의대 맹목적 선호와 락부모들의 치맛바람 앞에 백약은 무효일 것이다. 

더 좋고, 더 편하고, 더 월급 많이 주는 곳을 찾아 헤매는 인간 본능을 어쩔 수는 없지만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의대쏠림, 의대광풍에 대해서는 어떠한 처방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강길선 전북대학교 고분자나노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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