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철 한국노총 전주시지부 부의장
/박병철 한국노총 전주시지부 부의장

기록적인 폭우로 수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송 지하차도 사고와 예천 산사태 등 수 많은 인명피해는 물론이거니와 농도 전북의 농작물 피해는 논콩, 시설 하우스 등 15,000ha에 이르러 전국에서 가장 큰 피해를 내서 농업인들의 마음이나 국민들 마음이나 착잡하기 그지없다. 수해가 날 때마다 이것이 ‘인재’냐 ‘천재’냐를 두고 말들도 많지만 좀 더 빠른 대응들이 이루어지지 못 한 점은 늘 아쉬움으로 남는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느니 격이더라도 여?야가 수해 관련 입법안을 각각 10여개씩 내 놓기도 했다.  

이런 마당에 이권 부패 카르텔 보조금을 폐지해 수해복구와 피해 지원에 써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는 법 제정 등 법적 절차에 따라서 폐지, 환수해야 해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보조금 재정을 당장 긴급히 투여돼야 할 재난 복구 재정으로 쓰겠다는 점에서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많다. 또한 환수될 보조금 재정의 정확한 액수를 추산할 수도 없는데 그것만으로 재난복구 재정을 감당할 수 있겠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민주당에서는 일단 내뱉고 보자는 것인가. 시름에 찬 수해 피해 주민들에게 이런 말 밖에 할 수 없을까. “일의 순서도, 법적 근거도 없이 자기 내키는 대로 나랏돈 쓰겠다니...”라며 볼멘 소리를 냈다. 수해복구, 피해보전은 무엇보다 긴급하게 집행돼야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며, 보조금이 잘못 지급됐다 하더라도 이에 대한 조사, 수사, 처벌, 환수, 폐지 등은 모두 법대로, 절차대로 해야 하는 것으로서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정의당에서도 남 탓하며 책임 떠넘기는 공직 기강을 바로잡고 대통령 자신부터 재난 대응에 만반의 태세를 갖춰도 모자랄 판에, 뜬금없이 범인은 카르텔이라며 또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를 옥죌 궁리만 하는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도대체 이 정부는 왜 이렇게 ‘이권 카르텔’이란 말을 남용하는 것일까. ‘카르텔’의 원래 의미는 ‘서로 적대하는 국가들 사이에 체결된 서면 조약’이었다. 이것이 벨기에로 건너오며 ‘서로 다른 정당들이 공동 목표를 위해 구성한 연합체’를 가리키게 되고,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법률용어인 ‘카르텔’로 이어진다. 오늘날 카르텔이라 하면, 기업 연합의 형태로 같은 산업에 존재하는 기업들 간의 자유 경쟁을 배제하면서 독과점적인 수익을 올리기 위해 시해하는 부당한 공동행위를 의미한다. 카르텔이라는 용어가 기업들의 담합에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보통 마약 범죄에 엮인 범죄 집단들을 칭할 때 마약 카르텔이라고도 사용한다. 

정부가 원하는 방향에 어긋나는 기업이나 세력에 카르텔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다. 근자에 대통령실 대학 수학능력시험 비판 사건에서 사교육 이권 카르텔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면서 이 정부에서 이권 카르텔이라는 단어가 다양하게 쓰여지고 있다. ‘카르텔’이라는 말은 작년 12월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민노총 화물 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 사태에 정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강경 대응해 화물연대 측이 백기를 든 직후다. 대통령은 ‘일자리 세습, 기득권의 일자리 지키기를 위한 이권 카르텔’이란 말로 노동계를 비판하였다. 이후 5대 은행, 3개 이동 통신사에 대해 높은 대출금리, 비싼 통신요금을 통해 이익을 챙기는 걸 비판하면서 대통령은 ‘카르텔’을 거론했다. 급기야 시민단체, 사회단체 등도 이권 카르텔로 보아 이에 대한 보조금도 대폭 감소했으며 이 보조금으로 수해 피해 복구하는데 쓰겠다는 말까지 나온 것이다.

금리를 낮추고, 통신요금을 낮추고, 소주 값과 라면 값을 낮추자는 것은 이해한다 치자. 하지만 노동조합과 시민단체까지 이권 카르텔 집단으로 호도하고 매도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 아닐 수 없다. 시민단체는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집단으로서 정치 감시, 언론 감시, 인권 운동, 환경 운동, 소비자 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시민단체의 운영을 위해서는 비영리성과 공익성을 가지고 있기에 보조금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시민단체를 카르텔 집단으로 분류하고 보조금을 삭감하겠다는 것은 이 사회의 건전한 비판의 목소리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하물며 시민단체 보조금으로 수해 복구를 하겠다는 것은 시민단체를 없애 버리겠다는 의도와 복심을 깔고 한 발언으로 밖에는 비춰지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건전한 비판으로부터 시작된다.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나 민주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조직임을 인식하길 바란다. 

/박병철 한국노총 전주시지부 부의장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