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화되는 규제 못따라가는 산안비, 10년째 제자리

지자체-발주-공공기관 공사현장
중복되는 안전점검에 피로감 가중
중대처벌법 시행 이어 이달부터
안전관리자 선임대상 사업확대
건설안전관련 규제 강화 잇따라
업계 불어나는 안전비용 부담늘어

안전관리자 수요 급증 인건비 인상
중소-중견업체 80% 산안비 부족
산안비 계상 요율 1.2~3.9% 수준
2013년 상향조정이후 10년째 고정
안전관련 인력-교육 추가비용 빠듯

고용부 산안비 사용가능 항목 확대
산안비 총액 그대로 생색내기 불과
산안비 현행 요율 17% 상향 목소리
정부 산안비 계상기준 현실화 해야

건설업계는 수년 전부터 산업안전보건관리비(안전보건관리비ㆍ이하 산안비) 계상 요율의 현실화를 화두로 꺼내놓았다. 

이 문제가 얽힌 실타래처럼 풀리지 않고 10년째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건설업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현실에 맞는 사업비 계상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이어, 올해 7월부터 안전관리자 선임대상 사업 확대 등으로 불어나는 안전 관련 비용을 감당하기 버겁다는 이유다.

산안비 계상 요율 기준 현실화의 핵심은 안전비용 급증으로 부족한 비용을 채워줘야 한다는 것이다. 안전관리자 선임에 따른 인건비 증가, 도급자의 안전보건조치 범위 확대 등으로 산안비 부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공사현장에서의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다만, 안전을 강조하고 점검을 강화하는 것만큼 안전관리비용도 현실화시켜 줘야 한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요구다.  

최근 건설업계에서는 산안비를 현행 요율에서 약 17% 수준으로 상향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수년 째 제기된 문제지만 아직까지 반영되지 않고 있는 산안비 요율 현실화와 문제점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산업안전보건관리비 ‘10년째 제자리걸음’

전북지역에 현장을 두고 있는 A건설회사는 요즘 기관마다 중복되는 안전점검에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안전관리 계획 등 기초 서류작업은 어쩔 수 없다지만, 안전점검을 이유로 작업과 업무에 차질이 생길 만큼 과도한 서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A사 건설현장의 사정은 더 답답한 지경이다.

최근에는 폭우와 폭염에 시달리며 공사를 강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중복적인 안전점검이 피로감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라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A사 건설현장의 한 관계자는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말에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여러 기관마다 반복적인 점검을 일상화하는 것은 현장 업무를 더 어렵게 만드는 꼴”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지자체, 발주ㆍ공공기관에 이르기까지 시도 때도 없는 안전점검에 건설업체 관계자들의 한숨이 깊어가고 있다. 

‘규제는 강화됐는데 대가는 그대로’라는 건설업계의 처지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건설업 산안비 계상 요율을 현실에 맞게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산안비는 재해율이 높은 건설업의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건설공사 계약 과정에서 발주자가 법정 요율에 따라 계상해 시공자에게 지급하는 비용을 말한다. 

재해율이 높은 건설업의 특성을 고려해 인건비, 안전시설비, 기술지도비 등 안전 관리에 쓰이는 금액을 별도로 마련한다는 것이 목적이다. 

산안비는 산업안전보건법 제72조에 근거를 두고 있다.

세부 운영에 관한 사항은 고용노동부 고시인 ‘건설업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 및 사용기준’에서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을 근거로 공사 종류나 규모에 따라 달라지지만 통상 총 공사비의 2~3%를 차지한다. 하지만 산안비 계상요율은 지난 2013년 상향조정 이후 현재까지 10년째 제자리걸음 상태다.

문제는 최근 건설산업에서 다양한 건설안전 규제 강화가 잇따르고 안전비용이 급증하는데도 산안비에 대한 현실화 대책은 부족하다는 점이다.

안전관리자 인건비 지출, 스마트 안전장비 도입 등 산안비 지출요소가 상당 부분 늘어났지만 계상요율로 책정된 금액 외에는 모두 건설사가 떠안아야 한다.

실제로 건설현장 별로 반드시 배치해야 하는 안전관리자의 경우 2020년 7월 100억원 이상 공사가 대상이었지만, 안전관리자 선임대상 사업이 지난해 7월 60억원 이상에서 이달부터 50억원 이상으로 확대되면서 건설사들의 부담이 늘었다.

지난해 1월 27일부터는 중대재해법도 본격 시행됐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 책임을 기업 본사 경영책임자에게 묻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최고경영자(CEO)까지 처벌받을 수 있는 건설환경이 조성되면서 안전관리 노력과 비용도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표이사(CEO)가 형사처벌 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위험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안전 관리에 많은 비용을 투입하고 있지만 산안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최근 고용부는 고시 개정을 통해 산안비 사용 가능 항목을 확대 했으나 요율에는 변동이 없어 안전보건비 총액은 줄지 않은 상태다.

안전보건비 부족은 더욱 심화되고 있으나 비용 마련 방안에 대해 정부가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건설업체들의 개선책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규제는 강화되는데, 안전관리 의무만 늘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안전관리자 선임대상 사업이 확대되면서 건설현장에서 안전관리자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도 건설업계로서는 부담이다.

무엇보다 안전관리자 수요가 급증하면서 인건비가 크게 올랐다.

안전보건공단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발간한 ‘건설업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기준 검토’ 보고서는 안전관리비 현실화에 대한 연구 및 분석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보고서의 핵심은 공사규모에 따라 전담 안전관리자가 배치되는 경우 안전관리자 인건비에 대한 사용비중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여기에 공사기간 등도 산안비 부족을 야기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안전관리자 선임에 따른 인건비 비용 증가는 물론 도급자의 안전보건조치 범위 확대, 산안법상 보호대상 확대로 도급자와 사업주의 의무가 늘어나면서 필요한 산안비도 증가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특히 안전 규제 강화로 사업장에 필요한 산안비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반면, 계상 요율에는 변화가 없어 건설업계에서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해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303개 중소ㆍ중견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0% 이상이 안전관리자 인건비가 올라 사업장의 산안비가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산안비는 공사의 종류와 규모에 따라 미리 정해 놓은 비율을 곱해 산정한다.

현행 산안비 계상 요율은 공사비 규모에 따라 1.2~3.9%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직접재료비ㆍ간접재료비ㆍ직접노무비를 합한 대상액의 최대 2.44%로 고정돼 10년째 이어져 왔다. 주택ㆍ도로공사는 1.97%, 철도ㆍ궤도신설공사 등은 1.66% 수준이다.

산안비의 쓰임새는 다양하다. 안전관리자ㆍ보건관리자의 임금을 비롯해 △안전시설비 △보호구 △안전보건진단비 △안전보건교육비 △근로자 건강장해예방비 △건설재해예방전문지도기관의 지도에 대한 대가로 지급하는 비용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지난해 6월에는 고용노동부가 안전보건관리비 사용항목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으로 관련 고시를 개정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발주처가 정해진 계상요율에 정확하게 맞춰 산안비를 산정하기 때문에 건설업체의 안전비용은 빠듯할 수 밖에 없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으로 업체들은 사고예방과 처벌을 면하기 위해 막대한 추가비용을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지난해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조속히 건설업 안전보건비 요율 상향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안전에 관한 인력이나 이들을 교육하는데 들어가는 추가 비용을 모두 시공사가 부담해야 한다는 점은 너무나 부당하다”며 “규제까지 계속해서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관리 의무만 늘어나고 있어 정부가 하루빨리 해결책을 마련해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안비, 현행 요율에서 17% 수준 상향해야”

건설업계에서는 산안비 계상 요율을 하루빨리 현실화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책임은 확대되고 처벌은 강화되는데 건설업체의 안전관리 부담이 너무나 버겁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 5일 대한건설협회는 산안비 계상요율 상향을 요청하는 건의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했다. 건설협회는 국토교통부에도 산안비 요율 상향에 대한 협조와 지원을 요청하는 건의서를 전달했다.

특히 협회는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실시한 산안비 계상기준 연구용역 결과 현행 요율에서 약 17% 수준의 상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현재 물가 상승률이 산안비에 미치는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고,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발주처와 시공사 양측의 의견을 수렴한 뒤 조정 논의를 개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는 그 동안 산업안전보건법전부개정, 중대재해처벌법제정 시행 등 기업의 책임확대와 처벌강화로 건설현장의 안전비용 지출요인은 크게 증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전관리 강화와 기술발전 등 각종 환경변화로 산안비 지출요소는 증가했는데 산안비 요율은 지난 2013년 상향 이후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에 들어갔고, 최근 안전관리자 선임 대상 공사 확대로 산안비 부족이 더욱 심화됐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아직까지 미온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어 건설사들의 제도개선 요구가 쇄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산안비 지출비중이 큰 안전관리자 선임 대상공사의 단계별 확대로 산안비 부족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부에서 시의성 있게 개선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 협회의 주장이다.

위험성 평가 등을 통해 발굴한 품목의 산안비 포함을 허용하고, 스마트 안전장비 구매?임대 비용으로의 가능하도록 했지만 업계에선 요율에는 변동이 없어 산안비 총액이 줄지 않았다는 점을 협회는 강조하고 있다.

최근 고용부가 지난해 6월 고시개정을 통해 산안비 사용 가능 항목을 확대했으나, 산안비 요율은 그대로 두고 있어 지출할 요소는 늘었지만 산안비 총액은 그대로인 상태로 생색내기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단순히 기업의 선의와 희생에만 의존하면 건설현장 안전은 지속하기 어렵다”며 “지난해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조속히 건설업 산안비 요율 상향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도 산안비 계상기준 현실화에 정부가 나설 때임을 강조하고 있다.

건산연은 지난해 말 산안비 부족의 원인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에 따른 도급인과 사업주 의무 강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사업장의 안전관리비용 상승 △건설업 안전관리자 수요급증에 따른 인건비 상승 등을 들었다.

건설현장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강화된 제도에 맞춰 산안비 계상기준을 높여줘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건산연의 한 관계자는 “법 개정을 통해 계상요율은 최소 비용 산정기준임을 명시해 사업 특성에 따라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을 발주자가 적극 반영해 줄 수 있는 명확한 근거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신우기자 l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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