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완주 통합에 사활
선출직 공직자 자기 평가를

이춘구/칼럼니스트
이춘구/칼럼니스트

전북인 모두는 고향사랑이 천석고황(泉石膏?)과 같을 것이다. 정원의 벤치에 앉아 차를 마실 때나 역사답사단과 함께 유적지를 찾을 때에도 온통 고향사랑이다. 전 세계 어느 지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우리 고향 전북 생각뿐이다. 그러나 전북의 발전정도를 생각하면 갑자기 혼란스러워진다. 그래도 가닥을 잡아 발전의 대안을 모색하다 보면 공직자 특히 선출직 공직자의 능력과 충성 등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무릇 선출직 공직자의 기준은 공인정신이다. 공인정신이 투철한 선출직 공직자가 전북 발전을 크게 앞당길 것이다.

먼저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 소위 지역의 지도자들이 권력을 가질 뿐 대체로 최선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완주?전주통합의 경우 선거 후 통합의 당위성을 얘기하는 선출직 공직자는 찾기 어렵다. 완주?전주통합은 전북특별자치도 성패의 결정적 요소인데도 여기에 헌신하거나 솔선하는 선출직 공직자를 보기 어렵다. 김관영 지사는 지난 4일 KBS전주의 「생방송 심층토론」에 출연해 이 문제에 대해 “전북이 더 큰 전북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치인들도 과거에 생각했던 우물 안의 생각에서 벗어나 좀 더 큰 전북을 생각하면서 조금 생각하고 우리 도민들을 대하면 좋겠다.”고 했다. 옳은 지적이다. 

전북 정치를 이끈다고 하는 국회의원들은 완주?전주통합에 침묵하고 있다. 완주?전주통합은 두 지역의 통합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전북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권력의 매개체로서 정당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들은 눈앞의 권력에 취하거나 권력쟁취에만 정신이 팔려있는 것 같다. 이러다보니 2013년 실패할 때처럼 유력자들을 중심으로 통합반대 움직임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제3금융중심지 지정 문제도 도민의 자존심을 크게 상하게 하는 일이다. 이 문제는 전 정부와 현 정부의 신뢰에 타격을 가하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과도한 수도권 집중으로 지역이 소멸하고 그로 인해 국가소멸 위기마저 거론되고 있다. 수도권 집중 방지, 전북으로의 회귀 등 근본적인 현안에 대해 전북 출신 국회의원들은 어떻게 대처하는지 알 길이 없다.

일부 국회의원이 하는 것을 보면 가끔 현수막을 내걸거나 지역언론에 동정기사를 내도록 하는 일 정도인 것 같다. 그러나 현수막에 자신의 치적이라고 홍보하는 내용도 자세히 살피면 이름만 건 정도에 그치는 게 많다. 자치단체장들의 과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자치단체장은 보조금을 무기로 위협하며 반대파들이 자신에게 순종하도록 압력을 가한다. 또 다른 자치단체장은 경박한 언행 등으로 물의를 빚거나 반대여론을 무시하고 이름만 바꿔 원래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주권자인 도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일방통행으로 질주하고 있다.

우리가 주권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보면 전북의 경우 지사와 국회의원이 가장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다. 지사는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기업유치와 국책사업 추진 등에서 성과를 내는 것 같아 여기서는 논외로 한다. 국회의원들은 대체로 주요 현안을 내버려 두고 소소한 지역민원에 매달리며 생색내기에 그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일부 자치단체장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자인양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참여라는 명목으로 자신과 친한 자들로 친위부대를 만들어 다음 선거를 도모하고 있다. 이런 일들을 눈 하나 깜짝하지도 않고 벌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권력은 천하의 공물이라고 한다. 공물이라고 한 취지는 사사롭게 권력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선출직 공직자가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자유재량이 아니라 기속행위 내지 기속재량이라는 것이다. 요컨대 선출직 공직자는 첫째 충성심을, 둘째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공직자는 스스로 평가표를 만들어 자신이 한 일들에 대해 평가를 하도록 해야 한다. 자기 평가 결과 많이 부족하다면 스스로 물러서는 게 천하 공물 사상에 부합하는 일이다. 도민에게 충성도 하지 않으면서 자리만 보전한다면 불충이 될 것이다. 전북의 정당들도 선거 때만 교언영색으로 지지를 호소할 것이 아니다. 진심으로 주인이자 주권자인 도민 입장에서 선출직 공직자가 최선을 다하게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깨어있는 도민 의식으로 허위의 선출직 공직자들을 과감하게 걸러내는 일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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