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권주 /전주시 문화체육관광국장
황권주 /전주시 문화체육관광국장

우여곡절 끝에 후백제역사문화권이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이하 역사문화권정비법)에 포함되었다. 따라서 입법 목적에 맞게 후백제역사문화권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알리고 지역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내실 있는 정비계획을 고민할 시점이며,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후백제는 다른 역사문화권과 달리 호감도와 인지도가 낮고 후백제만의 정체성을 지닌 문화유산이 적다. 짧은 국가 운영 시기를 고려하면 당연하다. 무엇보다 학계 내에서 후백제를 포함한 후삼국시대로 단정할 수 있는 고고학적 특징을 설명하기는 더욱 어렵다.

어쩌면 자명한 결과이다. 역사 인식에 대한 국가의 정책이 조선을 비롯해 고구려, 백제, 신라, 고려를 중심으로 이들 국가에 대한 성격규정에 주안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주류역사에서 배제된 후백제를 포함한 후삼국기의 역사 규명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지자체에서 시작한 고고학적 발굴조사 성과에 힘입어 역사인식에 대한 스펙트럼이 넓어지면서 마한이나 가야 등에 중앙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한, 가야, 중원 등 지역의 역사자원을 소재로 연구, 발굴, 보존, 복원하는 국가기관인 지역 문화재연구소(경주, 부여, 가야, 나주, 중원, 서울, 완주)가 그것이다. 이들은 단순 연구기관의 성격을 넘어 지역사 규명에 매우 중요한 문화적 정체성과 역사성을 규명하고 있다.

또한 역사문화권정비법에 힘입어 영호남에 산재한 국립가야역사문화자원을 체계적으로 수집, 관리, 활용하기 위한 가야역사문화센터가 김해에 문을 열 예정이다. 그리고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도 영암에 자리 잡아 아카이브와 교육 전시시설 등을 갖춰 2026년께 완공될 예정이다.

이러한 전례를 보면 국립후백제역사문화센터는 필연적이다. 이제는 국가가 나서서 후삼국시대 역사 전반에 대한 성격규정이 필요하다. 단편적인 기록에 의존하기보다는 왕도 유적에 대한 지속적인 발굴조사를 바탕으로 후백제 역사를 재조명하는 것이 급선무인 셈이다.

후백제사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궁성과 도성을 찾는 것이다. 900년 견훤왕이 전주에 도읍을 정하면서 당연히 왕궁을 세웠을 것이지만, 지금까지는 모습을 찾지 못했다. 

사실 한국 고대 삼국을 통틀어 국가 성립기의 왕궁은 미지의 상태이다. 그리고 도성의 성벽 내부에서 구체적인 왕궁의 위치 역시 추정의 영역에 머무르고 있다. 결국 고대사 연구의 가장 중요한 것은 궁성과 도성을 찾는 것이다. 

이러한 것으로 비추어 볼 때 국립후백제역사문화센터의 역할은 궁성과 도성을 찾는 것이며, 그것이 고대사의 비밀을 밝혀내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다만 도시화로 조사의 한계성을 극복해야 하는 문제가 있지만 다각적인 조사연구를 통해 충분히 규명할 수 있다.

아울러, 후백제 궁성과 도성의 입지, 구조 및 체제 등을 비롯해 역사적 변혁기를 둘러싼 물질문화의 변화상, 더 나아가서는 고대와 중세 속 역사적 전환기에 한반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규명하는 연구도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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